한의사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성장 이야기 — 1편
"선생님, 우리 애가 평균보다 작은 것 같아요. 성장판 검사받아봐야 할까요?"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 보이면, 부모님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해요. 오늘은 그 마음에 먼저 공감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작다고 해서 다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놓치면 안 되는 신호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아이,
진짜 작은 아이일까,
늦게 크는 아이일까요?
아이의 키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같은 성별·나이의 아이 100명을 키 순서로 세웠을 때 아이가 몇 번째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의학적으로 '작다'라고 분류되는 기준은 100명 중 하위 3명 안에 드는 경우입니다. 또는 연간 성장 속도가 학령기(초등학생) 기준 4cm 이하일 때도 진료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학령기 아이의 정상 성장 속도는 연간 5~6cm 정도입니다.
� 우리 아이의 백분위수가 궁금하다면, 아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의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계산기에 생년월일과 키·몸무게를 입력하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이 키가 또래보다 작으면 바로 걱정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조금 다른 질문을 먼저 합니다.
“지금 작은가?”보다
“잘 자라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의 키는 순간의 숫자가 아니라 성장 속도로 평가합니다.
✔ 매년 꾸준히 크고 있는지
✔ 성장곡선이 갑자기 내려가지 않는지
✔ 부모 키와 비교했을 때 자연스러운 범위인지
겉보기에는 작아 보여도 자기 속도로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평균 키라도 성장이 멈추듯 느려지는 경우는 오히려 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저신장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상 범주의 저신장입니다.
1) 부모님 중 한 분이 작으신 경우
2) 성장이 느리게 시작되지만, 사춘기도 늦고 최종 키는 정상 범위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
성장 클리닉을 찾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수치상 작아 보여도, 영양, 생활습관, 아이의 신체 균형과 호르몬을 잘 조성해 주면 충분히 클 수 있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원인 질환이 있는 저신장입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 출생체중 2.5kg 미만으로 태어나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 이 경우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특히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호르몬 보충만으로도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유전이 약 70~80%, 환경·영양·생활 습관이 약 20~3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20~30%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저는 한의사로서 이 부분에 특히 주목합니다. 이 이야기는 2탄에서 더 자세히 할게요.
성장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로 평가가 진행됩니다.
성장 속도 확인 — 최근 1년간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합니다. 키 측정은 최소 3~6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골연령(뼈 나이) 검사 — 손목 X선 촬영으로 실제 나이와 뼈 나이를 비교합니다.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면, 아직 더 자랄 시간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호르몬 검사 — 성장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IGF-1(성장인자) 수치를 확인합니다.
성장호르몬 분비 유발 검사 — 성장호르몬 결핍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검사로, 약물 자극 후 분비량을 측정합니다.
성장호르몬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 4세 이후에도 따라잡기 성장을 하지 못한 부당 경량아 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종종 마주치는 상황이 있어요.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은 받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어떻게든 주사를 맞히고 싶어 하시는 경우입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성장호르몬 주사는 척추측만증, 고관절 문제, 일시적 혈당 이상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고, 반드시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진단 없는 주사는 아이에게 득 보다 실이 될 수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아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수면
영양
운동
체질적 균형
성장 환경
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걱정이 시작되면 평가를 시작하세요.
✔ 또래보다 작아 보일 때
✔ 1년에 크는 키가 줄어들 때
✔ 부모 키에 비해 많이 작을 때
✔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것 같을 때
이때는 한 번쯤 전문적인 성장 평가를 받아보셔도 좋습니다.
아이가 3백 분 위수 미만이거나, 1년에 4cm 이하로 자라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또는 소아내분비과에서 진료를 보세요.
반대로, 백분위수가 10~25 정도로 또래보다 작아 보여도 자기 성장 곡선을 꾸준히 따라가고 있고 부모님 키도 크지 않은 편이라면, 아이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게 해주는 것이 아이가 가장 잘 클 수 있게 하는 치료입니다.
흔히 '성장 골든타임'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만 6~8세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사춘기 전으로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고 치료 반응도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골연령이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초등 저학년이 지나면 늦었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수면 중에 전체 분비량의 약 75%가 나옵니다. 약이나 주사보다 먼저, 아이의 수면부터 점검해 주세요. 아이가 편안하고 깊은 수면을 하는 것이 성장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아이가 잘 잠들지 못하거나, 자다깨거나, 수면시간을 어려워한다면 한의학적 도움을 받으실 수 있어요.
->작가의 지난 글 밤마다 보채고 우는 우리 아기, 야제증일까?
또한 일주일에 3~4회, 30분 이상 땀이 나는 유산소 운동은 성장판을 자극합니다. 줄넘기, 달리기, 수영이 대표적입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단백질 섭취, 야외 활동을 통한 비타민 D 합성도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병원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매일 반복되는 생활 습관입니다.
2탄에서는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아이, 즉 '정상 범주의 저신장' 아이들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사실 이 아이들이야말로 한의학적 접근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경우거든요. 유전적으로 예측된 키보다 더 클 수 있는 '숨은 키'를 찾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