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협주곡: 대중을 스스로 파멸로 이끄는 방식

1992년에 2020년대의 트럼프를 예견한 데이브 머스테인의 혜안

by 동물의삽


메가데스의 5집 <Countdown to Extinction>은 전작의 복잡한 기교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정제된 파괴력을 채워 넣은 명반이다. 특히 'Symphony of Destruction'의 메인 리프는 머스테인 특유의 정교함 대신 지극히 단순하고 리드미컬한 구성을 택했다. 이 정돈된 단순함은 거대한 포식자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을 주는 동시에, 대중이 가장 쉽게 열광하고 관성적으로 몸을 흔들게 만드는 최적의 주파수를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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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단도직입적이다. 1992년의 머스테인은 이미 '선동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았다. 정책의 실효성이나 국가의 미래 대신,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피리 소리'에 집중하는 리더의 등장을 말이다. 2020년대 미국을 휩쓴 'MAGA'라는 네 글자는 이 시대의 가장 허황된 피리 소리다. 실체 없는 과거의 향수를 팔아 대중을 벼랑 끝으로 이끄는 이 마케팅은, 노련한 장사꾼 트럼프가 설계한 정교한 교향곡의 서막일 뿐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자신의 자아가 비대해질 대로 팽창한 장사꾼이다. 가사 속 구절처럼 그는 스스로 시스템 위에 군림하는 우상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가 부는 피리 소리에 대중이 취해있는 동안, 그의 손은 조용히 국민들의 부를 빨아들여 자신을 밀어준 세력과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분주하다. 이것은 국가 경영이 아니라, 국가라는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약탈의 심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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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극적인 지점은 미국 대중의 태도에 있다. 1기의 혼란과 약탈을 이미 경험하고서도 그들은 다시 한번 그를 선택했다. 스스로 자유 의지로 투표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비대한 자아의 장사꾼이 당기는 줄에 매달려 춤추는 꼭두각시들이다. 부식된 금속 뇌를 가진 로봇의 맥박에 여전히 열광하는 이 현장을 지켜보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은 소통 불능의 깊은 절벽을 마주한다.


https://youtu.be/vfpgpf6QVnI

90년대 초반, 메가데스의 황금 라인업이 완성한 이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는 30년 뒤의 현실을 소름 끼치게 투영하고 있다. 복잡한 정책은 사라지고, 오직 자극적인 리듬과 비대한 자아의 쇼맨십만 남은 시대다. 이제 미국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았다. 이 파멸의 교향곡이 끝날 때까지 시간에게 모든 것을 맡기거나, 아니면 이제라도 줄을 끊고 주권자로서 행동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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