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의 미학에서 살아 움직이는 폴리곤까지
오락실 문을 열면 들려오던 그 특유의 소음들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세가가 선보인 '버추어 파이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평면의 세계를 넘어 3차원 폴리곤으로 구현된 격투의 미학은, 우리가 알던 게임의 정의를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래픽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면서, 전통적인 슈팅 장르 역시 단순히 피하고 쏘는 것을 넘어 화려한 연출과 시스템으로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화면 속 적들을 소탕하던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절정기를 누리며 우리에게 협동과 승리의 쾌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뜨거웠던 전자오락실의 황금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돌아왔네요.
동명의 미국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캡콤의 명작 벨트스크롤 게임입니다. 아마 지금도 공룡 나오고 뚜드려 잡는 게임 하면 알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죠. 캡콤의 명작 액션 게임 중에서도 인지도가 무척 높은 편으로 기억합니다.
D&D 룰을 아케이드에서 나름 충실히 구현한 수작입니다. 그렇지만 영상에서 나오듯이 플레이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전에는 힘든 일이었기에, 저 같은 똥손은 그저 잘하는 친구의 플레이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시리즈로 이어지게 됩니다.
깔끔한 탑뷰 그래픽에 2인용이 가능한 액션 RPG는 참으로 드물었기에, 이 게임은 상당히 참신한 시도였습니다. 다만 난이도가 만만치 않아서 의외로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스테이지 클리어마다 암호가 나오는데. 이걸 외우고 있으면 다음엔 암호입력으로 하던 스테이지부터 이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93년에는 코나미의 명작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이 작품이 수위를 다투지 않나 생각합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유닛들 때문에 구경만 해도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던 게임인데요. 실제 스틱을 잡아보면 살인적인 난이도에 혀를 내두르게 되죠. 게다가 스테이지별로 난이도가 널뛰기를 하듯 쉬웠다 어려웠다 하기 때문에, 잘 만든 게임인데도 플레이를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NBA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기에, 리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입니다. 공을 잡은 선수를 펀치로 갈겨도 반칙이 아니었기에, 온갖 정신 나간 플레이들이 많이 연출되었는데요. 만약 친구와 2인 대전을 하게 되면, 최대한 반칙을 자제해야 했는데요. 급한 마음에 펀치를 남발했다간 바로 우정이 파괴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지 않은 난이도와 호쾌한 진행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명작 액션게임입니다. 오락실 기계에 "야구왕" 이라고들 많이 붙어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특히 초록색 플레이어가 사기캐여서, 2인용 이상을 하면 서로 초록이를 하려고 들었죠. 안 그래도 별로 어렵지 않은데 비기까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원코인으로 엔딩을 보았던 혜자스러운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2인용을 하면 플레이어 2가 무려 닉 퓨리인데요. 적들을 타격하면 코믹스식 말풍선이 나오는 것도 신선했죠. 타격감이 매우 좋아서 일단 잡은 후에 이걸 어떻게 두들겨 팰까 상상하는 맛도 좋았죠. 중간중간 총을 가진 적이 나오면, 퍼니셔도 총을 뽑아 드는 연출도 좋았습니다.
타이토의 명작 슈팅 게임인데요. 일명 레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입니다. 플레이어의 조준에 들어온 적은 자동으로 록온되고, 통상 총알이 아니라 유도 레이저가 한꺼번에 발사되면서 로그온 한 적을 파괴하는 연출도 신선했죠. 다만 전멸폭탄이 없어서 난이도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깔끔한 그래픽과 멋진 BGM도 기억에 남는군요.
NBA의 인기가 절정을 달리던 93년인데요. 비록 라이선스 때문에 정식 이름을 쓸 수는 없었지만, 스타플레이어들이 다수 등장했기에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입니다. 그리고 2.5D를 잘 사용하여 박진감 넘치는 그래픽을 보여주었는데요. CPU의 능력치가 2 쿼터와 4 쿼터만 되면 엄청 올라가기 때문에, 점수차가 별로 안 날 경우에 CPU의 버저비터는 무조건 들어갔던 사기적 요소가 기억납니다.
"무기"를 사용한 대전격투 액션의 시작이라 할 만큼 전설로 남은 명작 게임입니다. 무기로 싸우다 보니 한방 한방의 대미지가 남달라서, 기술도 기술이지만 심리전의 묘미가 대단했는데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일격필살 카운터로 승리하는 순간의 쾌감은 엄청났죠. 다만 진 쪽에서는 그만큼의 정신적 대미지도 컸기 때문에(...) 플레이어 간의 실제 격투로 번지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기판을 CPS1에서 2로 바꾸면서, 캐릭터 그래픽을 다시 그렸는데요. 성능이 좋아진 기판 덕에 훨씬 향상된 그래픽과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12인의 캐릭터에서 4명이 더해졌는데요. 특히 캐미의 경우 영화판에서는 카일리 미노그가 연기한 것으로 유명하죠.
체험형 기기에서는 잘 나가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게임들에서 나사 빠진 모습으로 실망을 안기던 세가였는데요. 93년에 야심 차게 내놓은 본격 3D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그 당시엔 정말로 충격이었죠) 폴리곤 캐릭터의 멋진 모션은 구경만 해도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300원(!!)이라는 가격에도 기계 앞에는 플레이하려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죠. 여러모로 게임의 미래를 보여주었던 명작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버추어 파이터'가 보여준 입체적인 도전이나, 슈팅 장르의 다채로운 진화, 그리고 벨트 스크롤 게임들이 선사했던 묵직한 타격감은 모두 우리가 더 넓고 깊은 세계를 갈망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때 그 소년들이 오락기 앞 좁은 의자에 앉아 꿈꿨던 세상은, 이제 수만 배의 성능을 지닌 최신형 하드웨어와 광활한 대화면 모니터라는 새로운 캔버스 위에 더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때 '지능개발' 이라는 눈물겨운 간판을 달아야 했던 오락실이지만, 그 시절의 오락실 키즈들이 자라서 IT 강국의 기반을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락실에 빠져 사는 아들의 등짝을 때리면서도, 내심 막지는 않으셨던 우리 부모님들의 혜안이 21세기에 꽃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