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식, 사천식, 동남아 산해진미가 모두 모인 미식의 도시
오늘은 홍콩의 저녁식사 편입니다. 만찬도 좀 나눠야 할 것 같은데요. 대중적인 만찬으로, 대중식당이나 야시장 등지에서 손쉽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먼저 소개할까 합니다. 다음 편에는 일부러 가서 먹어야 하는 고급 요리를 선보이도록 할게요.
홍콩의 야시장은 꼭 조던과 몽콕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구가 모이는 요지를 따라서 작든 크든 식당들이 모여있는 상가가 있고, 그곳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처럼 커지는 것이죠. 완차이나 센트럴에도 있고, 츈완, 쌈쇼이포나 신계에 가까운 싸틴에도 그런 번화가가 있습니다.
밤이면 식당을 찾아 자연스럽게 밖에서 한잔씩 하면서, 저녁을 왁자지껄 하게 보내는 것이 홍콩 사람들의 큰 즐거움인데요. 아래 소개할 요리들은 제가 밖에서 저녁을 먹을 때 자주 시켰던 메뉴들입니다.
케지뽀(茄子煲)
홍콩식 가지볶음인데요. 짭조름한 양념과 함께 가지의 녹는 식감과 천연의 단맛이 어우러져 엄청 맛있습니다. 당연히 이것만 먹지는 않고, 흰밥(빡판)을 시켜서 막 비벼먹으면 끝내줍니다. 그리고 바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켜면, 천국이 따로 없죠.
꼰빈세이꽈이다우(乾煸四季豆)
사천식 콩줄기볶음인데요. 제게는 안주로도 최고, 밥반찬으로도 최고의 요리였습니다. 매콤하게 볶은 양념된 고기와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콩줄기가 하모니를 이루는데요. 혹 이 요리가 남으면, 포장해 와서는 집에서 밥과 볶아서 먹곤 했습니다. 홍콩에서 저를 키운 팔 할이었죠.
학지우슈짜이아우라우납(黑椒薯仔牛柳粒)
감자 쇠고기볶음인데요. 고기는 익숙한 맛인데 감자가 환상의 맛입니다. 광둥어가 길어서 어렵다면 메뉴에서 'Stir Fried Beef Fillet(牛柳)& Potatoes(薯仔) in Black Pepper Sauce(黑椒)'를 고르시면 됩니다. 이 요리를 먹기 위해서, 일부러 방송에 나온 쌈쇼이포의 식당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군요. 그렇지만 그냥 감자고기볶음이라서 웬만한 메뉴를 갖춘 식당에서는 맛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랏챠우깝레이(辣炒蛤蜊)
홍콩식 매운 바지락 볶음입니다. 이 요리의 진가는 바지락을 건져 먹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조개맛이 우러난 간장 소스에 밥을 비벼먹는 데 있습니다. 홍콩 요리 중에 밥도둑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손꼽힐만한 밥도둑이죠. 특히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는 요리입니다.
꾸로우욕(咕嚕肉)
광동식 탕수육인데요. 파인애플이 들어가서 새콤한 것이, 입맛을 돋우는 요리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탕수육과 큰 차이는 없지만, 찍먹도 아니고 부먹도 아닌 볶먹의 신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그냥 입안에서 바사삭하고 부드럽게 씹히죠.
호짜이 친, 혹은 호짜이벵(蚵仔煎 or 蠔仔餅)
홍콩식 굴 오믈렛인데요. 야시장에서 안주로 많이 나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잘하는 집에서는 확실히 식감이 남다르더군요. 가급적 재료가 막 들어올 때인 오후시간에 찾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리고기 북경식 vs 광동식(하우납 vs 씨우응오)
하우납: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면, 셰프가 직접 커팅해 주는 북경식 오리요리(베이징 카오야)입니다. 계산할 때 자릿수가 달라지는 고급 요리지만, 사비로 사 먹은 적은 없습니다.^^;;; 껍질 부분을 전병에 싸서 파를 두 조각쯤 얹은 후, 소스를 조금만 올리면, 이제 맛을 즐길 준비가 끝난 겁니다!
씨우응오: 야시장에서는 이렇게 오픈된 주방에서, 벽에 걸려있는 수많은 재료들을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잘라서 요리합니다. 맨 위에 거위가 있고 밑에 닭, 그리고 돼지고기도 있는데요. 세 가지를 다 주문하면 홍콩식 삼합을 즐길 수 있고, 저렴하게 즐기고 싶으면 오리고기를 밥에 얹은 요리를 시키면 됩니다.
씨우응오는 바로 구운 거위를 뜻하며, 기름기가 예술적으로 빠진 맛있는 살코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씨우응오판(燒鵝飯)
사진 윗부분에 있는 거위고기를 썰어서, 흰밥에 얹어먹는 홍콩식 오리바비큐 덮밥입니다. 돼지고기와 닭과는 또 다른 풍미가 느껴지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아주 맛있습니다.
마포다우푸(麻婆豆腐)
워낙에 유명한 요리라서 맛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마파두부도 식당마다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곳은 빨갛다 못해 검은빛을 내는 곳도 있고, 요리 위에다 향신료를 거의 덮다시피 해서 주는 집도 있죠.
홍콩인들이 말하는 마라맛이 강한 집에선, 한입 먹으면 혀가 살짝 마비되는 느낌도 옵니다. 마파두부를 맛있게 즐기는 비법이 있는데요. 절대로 마파두부밥을 시키지 마시고, 요리 따로 밥 따로 시키셔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흰밥 위에 조금씩 떠서 먹는 게 제일 맛있더군요.
Hot and Spicy Crab(避風塘炒蟹), 베이풍통챠우하이
원래 홍콩 원주민들 중 배 위에서 주거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든 요리인데요. 주로 홍콩섬 남쪽에 자리 잡은 태풍 피난처에 정박한 배들 사이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원래 매운 것을 잘 안 먹는 홍콩인들이지만, 기름을 사용하여 재빠르고 강렬한 맛을 주는 이 요리에는 반하지 않을 수 없었죠.
위 사진은 미우까이 야시장에서 유명한 식당입니다. 가만히 보면 손님들의 80% 정도는 다 관광객인걸 알 수 있는데요. (그나마 동양인들도 홍콩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 저 개인적인 느낌으론, 한 번은 가볼 만 하지만 자주 갈만한 맛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지인이 홍콩에 놀러 온다던가 해서 꼭 먹고 싶다고 하면, 데리고 가는 정도였죠.
한 마리에 150~200 HKD정도 하는데요.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깎아주는 일도 잘 없더군요.(단골집은 맥주를 서비스로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약간 깎아줍니다만) 그리고 150 HKD라는 것도 제가 있을 때 이야기니 지금은 더 올랐을 겁니다. (200 HKD X 2를 계산해 보시면, 둘이서 게 한 마리씩 먹고 6만 원 정도 내는 셈이니, 그렇게 비싼 건 아닌 걸까요?^^;;;)
대체로 정가가 아니라 시가이므로, 물량이 안 들어오면 더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양이 모자란다면? 각종 국수에 도전!
위의 메뉴처럼 가격과 토핑을 영어로 표기하고 있으므로 맘에 드는 걸로 시키면 됩니다. 메뉴에 없어도 토핑을 얹어달라는 대로 얹어주므로, 대부분 자신의 입맛대로 골라서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가격도 참 저렴한데요. 술 한잔하고 속이 허할 때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면 배가 만선이 됩니다.
현재 환율로 hkd가 190원에 육박하긴 하지만, 한 그릇에 25 hkd 정도의 국수라면 큰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튀긴 왕통을 얹은 국수도 좋고, 쇠고기완자를 얹은 국수도 맛있습니다. 어묵 완자는 생각보다 씹기가 힘들 수도 있으니 치아가 약한 분은 유념하세요.
하지만 홍콩 야시장의 진정한 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왁자지껄한 거리의 소리와 함께 들이켜는, 홍콩의 밤을 완성하는 '영혼의 주류(酒類)'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음 주 목요일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