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팔 할, 20세기 전자 오락실 이야기(5)

오락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해, 1987년

by 동물의삽

동전 한 닢에 펼쳐지던 작은 우주. 1987년은 아케이드 게임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해입니다. 세가의 체감형 슈팅 '애프터 버너'가 오락실 안에 전투기 조종석을 통째로 들여놓았고,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는 대전 격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죠. 코나미의 '콘트라'와 테크노스 재팬의 '더블 드래곤'은 친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적을 물리치는 협동의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 해는 단순히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온 해가 아니었습니다. 게임 하나하나가 장르를 정의하고, 후대에 영향을 미칠 명작들이었죠. 지금부터 소개할 10개의 게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시리즈가 이어지거나, 리메이크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자, 그럼 1987년 그 뜨거웠던 오락실로 함께 돌아가볼까요?



오늘은 2주만에 찾아오는 추억의 방과 후 오락실 1987년 편입니다. 이번에도 오락실 시절 최고의 인기 게임들이 대거 참여하는데요. 그때로 돌아가서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987년 이후로는 15개씩 고르기도 버거워서(양적으로 질적으로 좋은 게임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므로), 한해 한해 끊어가는 대신에 10개씩만 선정해 보았습니다. 대신에 그만한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이니 아마 다들 아실 것 같네요.



애프터 버너, 세가

https://youtu.be/pSvxN7nMNwo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던 조그만 오락실에 애프터 버너가 들어왔는데요. 당시 친구랑 국기원 옆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오락실에 매일매일 밥값을 가져다 바치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 <탑 건>의 매버릭이 된 기분으로 조종간을 잡으면, 그렇게 신날수가 없었죠. 다만 다른 게임들이 한판에 오십원 하던 시절, 혼자 백원에서 이백원의 고가 요금을 자랑했습니다.



블랙 드래곤(타이거), 캡콤

https://youtu.be/hZ3QRr01xVc


RPG요소를 잘 버무려놓은 명작 액션 게임입니다. 어느 정도 스테이지 구성을 외워야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상당히 오랜 시간 플레이가 가능했었는데요. 마지막 보스인 블랙 드래곤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군요.



콘트라, 코나미

https://youtu.be/_R9B7WTHzNw

혼두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2인용 액션 게임입니다. 스테이지가 횡스크롤과 종스크롤로 나뉘어 있어서, 통상 필드에서는 횡스크롤로, 보스전은 종스크롤로 전개되는 특징이 있었는데요. 오프닝의 두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아놀드 형님과 스탤론 형님 같았습니다.



더블 드래곤, 테크노스 재팬

https://youtu.be/mtm4CdAunSM

원래 호신술의 일종인 백 엘보우를 모든 국딩과 중학생들에게 알린 기념비적인 게임입니다. 훕! 훕! 하는 기합까지 함께 말이죠. 오락실에 따라서는 마지막 스테이지가 헬 난이도로 세팅된 곳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해도 타이밍을 맞춰서 지나기는 힘들어서 동전 컨티뉴로 겨우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사이킥 5, 자레코

https://youtu.be/_nDI8zaPsDI

'꾸러기 오형제' 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초능력 패밀리의 액션 게임인데요. 각각 캐릭터마다 능력치가 달라서, 전화박스에서 캐릭터를 잘 바꿔서 플레이하는 것이 클리어의 관건이었습니다. 다섯 중에 왕을 잡는 최고의 캐릭터가 소년이 아니라 할아버지(...)였다는 것이 대단한 반전이었죠.



알타입, 아이렘

https://youtu.be/2xAX6XTzpg0

슈팅게임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인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옵션의 발전된 개념인 포스와 에너지를 모아서 쏘는 파동포까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거대 보스를 때려잡는 묘미가 있었죠. MSX로도 이식되었는데요. 재미는 있었지만 오락실의 손맛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라스턴 사가, 타이토

https://youtu.be/97hNiX7rp0Q

많은 오락실에서 '코난'이란 이름이 붙어있었던 명작 액션게임입니다. 미친듯한 난이도 때문에 하기가 망설여지던 게임이었지만, 잘하는 사람들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컸죠. 조금만 점프를 잘못해도 죽기 십상인데요. 요리조리 점프 타이밍을 다 외워서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뉴타입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시노비, 세가

https://youtu.be/lqScgMHVe3c

세가의 명작 액션 게임입니다. 큰 인기를 끌어서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고 속편도 많이 나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본편과 나중에 PS2로 리메이크된 빨간 스카프 휘날리는 시노비를 제일 재미있게 했었습니다. 마침 올해 14년 만에 시노비: 복수의 참격이란 신작이 나왔는데요. 비록 그 시절의 반응속도는 다 잃었지만, 멋진 액션의 쾌감은 그대로였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캡콤

https://youtu.be/cMRWcZf1XRc

말이 필요 없는 대전 액션의 전설, 스트리트 파이터의 시작을 알린 게임입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커맨드가 잘 안 들어가서, 장풍 하나 넣기 위해 스틱을 얼마나 굴렸는지 손아귀에 멍이 들 정도였던 기억이 나네요. (파동권도 힘든데 승룡권은...) 2편에서 커맨드가 잘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이 게임은 오락실을 석권하는 최고의 명작으로 남았습니다.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 세가

https://youtu.be/DCm1EIBqaOE

지금 하라고 해도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BGM, 그리고 참신한 캐릭터 레벨업과 다양한 보스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세가 최고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아마 이 게임에 대한 추억들이 다들 있으실 걸로 믿는데요. 에뮬로 하면 동전 먹기가 절대 67 골드가 안 나오더군요.



1987년의 오락실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친구들과 함께 웃고, 경쟁하고, 때로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작은 사회였죠. 동전 몇 닢에 펼쳐지던 그 세계는 지금의 고화질 게임들과는 다른, 특별한 설렘을 품고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한 10개의 게임들은 단지 1987년을 대표하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이들은 각자의 장르에서 이정표가 되어, 지금도 수많은 게임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애프터 버너의 체감형 슈팅, 스트리트 파이터의 대전 격투, 알타입의 슈팅 문법, 더블 드래곤의 벨트스크롤 액션. 이 모든 것들이 그 해에 완성되었거나 새롭게 정의되었죠.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절의 순수했던 열정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1987년은 게임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였고, 그 불씨는 지금도 우리 가슴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1987년 오락실 추억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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