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팔 할, 20세기 전자오락실 이야기(9)

도트 그래픽의 정점: 아케이드 게임이 예술이 되기까지

by 동물의삽

1990년, 대한민국의 오락실은 단순히 게임을 하는 장소가 아니었는데요. 그곳은 8비트의 투박함을 벗어던지고 16비트의 화려한 색채로 무장한 '도트 예술'의 전시장이었습니다. 80년대의 고전 게임들이 단순한 반복이었다면, 90년대의 문을 연 게임들은 서사와 연출, 그리고 압도적인 난이도로 소년들의 주머니를 털어갔죠. 그때 우리가 동전 하나를 올리고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봤던, 지금의 언리얼 엔진보다 더 찬란했던 그해의 명작들을 소환해 봅니다.



에일리언즈, 코나미

https://youtu.be/BJvHLf2esZg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편을 원작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1P는 당연히 영화의 주인공인 리플리로, 2P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3인 중 하나인 힉스로 플레이할 수 있었죠. 화염방사기를 얻은 후에 학살하는 쾌감이 대단했던 기억입니다.



블러드 브라더스, TAD Corp.

https://youtu.be/qLtt3H6xqM4

카발의 제작사 TAD가 내놓은 속편인데요. 카발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후속작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난이도가 많이 올라갔는데요. 전편에서 한가로이 구르기로 피할 수 있던 적의 총탄이 이제는 제법 총알다워져서, 좀 더 빠른 반사신경을 요구하게 되었죠.



클리프행어 에드워드 랜디, 데이터 이스트

https://youtu.be/VEnUs3LWHzI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지만, 극악의 난이도 덕에 옆에서 구경만 했던 게임입니다. 주인공의 무기도 그다지 강하지 않은데, 보스전은 정말 너무나 어려웠죠. 게다가 스테이지 구성이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떨어뜨려 죽이기 위해서 디자인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이걸 깨라고 만든 거냐!! 하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컴뱃 트라이브즈, 테크노스 재팬

https://youtu.be/yuCyBLWZ09M

플레이어를 조작해서 여자를 구하고 조직을 때려잡는(?) 게임인데요. WWF 슈퍼스타즈에서 본 것 같은 캐릭터들로, 찰진 타격감과 함께 쓰러진 적을 여러 가지로 요리(?)하는 것이 포인트였죠. 난이도는 역시 당시 게임들처럼 헬이었고, 특히 원코인 엔딩은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습니다.



다크 씰, 데이터 이스트

https://youtu.be/yL-n53aVb4Y

당시로서는 대단히 멋진 그래픽으로 보는 이들에게 플레이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게임인데요. 막상 플레이해 보면,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답게 난이도가 엄청났습니다.(...) 마치 주인공처럼 보이는 기사를 선택하면 난이도가 더 상승했죠. 그래서 마법사나 닌자를 많이 하곤 했었습니다.



해머링 해리(목수 겐씨), 아이렘

https://youtu.be/-2sB5MO8RFE

사실 완성도는 이 리스트의 게임 중에 좀 떨어지지만. 워낙 인상적인 주인공 탓에 인지도는 매우 높은 게임입니다. 은근히 타격감이 좋아서,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그만이었죠. 악덕 건설 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호쾌한 망치 액션이 포인트입니다.(을의 반격?)


매직 소드, 캡콤

https://youtu.be/sWhmv4DKEks

역시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던 캡콤의 액션 게임인데요. 이 게임의 묘미는 중간중간 나오는 동료들을 누구로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엔딩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훗날 PC의 액션 RPG의 명작으로 남은 디아블로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머크스(전장의 이리 2), 캡콤

https://youtu.be/xo7IT_bDgNQ

전작 코만도에 이어 최신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나온 후속 편입니다. 3인용까지 가능하게 변경되었고, 다채로운 무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었죠. (적의 화력도 대폭 상향되었다는 게 함정) 우리나라 오락실 버전은 난이도가 장난 아니어서, 해외에서의 인기보다는 많이 못했다는군요.



문워커, 세가

https://youtu.be/lFyLz6C1Djk

스무스 크리미널 뮤비에 입고 나왔던 양복을 입은 마이클이 주인공인 게임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의 프로듀싱을 마이클 잭슨이 직접 맡았다는 사실인데요. 실제로 마잭 형님은 세가의 팬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게임 곳곳에 비범한 센스가 돋보입니다.(침팬지를 잡으면 로봇으로 변신한다던지..)



파로디우스다!, 코나미

https://youtu.be/r1p6hy5_jPg

원래 MSX용 그라디우스의 패러디로 만들어진 파로디우스를 아케이드로 만든 게임인데요.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그라디우스의 빅 바이퍼가 아니라 문어(타코)입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귀엽지만, 난이도는 결코 귀엽지 않았던 무시무시한 게임이었죠.



라이덴, 세이부

https://youtu.be/6JOjIBOB8JM

설명이 필요 없는, 현재 5탄까지 발매된 전설적인 슈팅 게임입니다. 1편의 어마어마한 인기로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었는데요. 지금도 오락실에 가면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2인 플레이를 할 때 두 기체가 겹쳐지게 하면 특수 무기가 발사되는데요. 두 사람의 호흡이 맞으면 보스전에서 무적 플레이였죠.



스노 브라더즈, 토아플랜

https://youtu.be/utsqc6JEf-Y

지금은 사라진 토아플랜의 히트작인데요. 거의 버블보블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명작입니다. 스테이지가 거듭될수록 두뇌 플레이가 요구되는데요. 버블보블보다 짧은 50 스테이지가 막판이었지만, 쉽게 엔딩을 보는 사람은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0년에 쏟아져 나온 이 게임들은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이 아니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였고, 누군가에게는 끝내 넘지 못한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만큼이나 매서웠던 난이도는 소년들을 좌절시켰지만, 우리는 그 패배마저도 즐거웠던 '낭만의 시대'를 살았다 말할수 있겠네요.


9편에서 소개한 이 게임들 중 당신의 코인을 가장 많이 앗아간 주범은 무엇입니까? 다음 시간에는 오락실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꾼 또 다른 괴물 같은 명작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바로 오락실의 최고 전성기였던 그 해, 1991년 편이 찾아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내 청춘의 팔 할, 20세기 전자오락실 이야기(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