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팔 할, 20세기 전자오락실 이야기(10)

20세기 소년들에게 기억되는 최고의 한 해, 1991년

by 동물의삽

아마도 오락실 역사상 최고의 해가 아닐까 생각되는 한 해였는데요. 이때 오락실을 운영하시던 사장님들은 아마도 건물주에 등극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1991년 한 대전격투 게임의 등장과 함께 전국 대부분의 오락실의 한판 요금이 무려 두배로 일제히 인상되었는데요. 학생들은 불만을 터트릴 새도 없이 매일같이 용돈을 탕진하고, 우유 급식비를 쏟아부었으며, 되지도 않는 책을 산다며 어머니를 속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쌈짓돈들을 모아 모아서, 오락실 사장님들은 매일처럼 현금을 두둑이 챙겨가셨으니, 아마도 전국에 전자오락실이 제일 활발히 창업하던 시절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는 그때 추억을 가슴에 남긴 주인공이자 피해자로 남았습니다.


*아실 테지만, 다음 리스트는 순위가 아니고, 그저 알파벳 순임을 밝힙니다.



캡틴 코만도, 캡콤

https://youtu.be/ta2UnwzcPLg


캡콤 벨트액션 게임의 교과서라고 부를만한 명작입니다. 보통 닌자를 많이 했는데요. 쌍칼 좀비가 웬지 멋져 보이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만화적인 캐릭터 모델링과는 달리 피니시가 제법 쫄깃해서, 재미는 있지만 교육적인(?)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건포스, 아이렘

https://youtu.be/NKx2gHoxFuA

왠지 이 게임이 낯이 익어 보인다면 정확히 보신 겁니다. 건포스의 개발팀은 나중에 SNK로 옮겨서, 전설의 '메탈 슬러그'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탈 슬러그 시리즈는 횡스크롤 액션의 전설로 남았고, 현재는 장르를 바꿔가며 변주되는 인기 아이피가 되었네요.




킹 오브 드래건, 캡콤

https://youtu.be/G_jOZRMFm6Y

던전 앤 드래건류의 게임 중에는 난이도도 높지 않고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했던 게임이라서,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바로 아래 나오는 원탁의 기사와 함께 친구들과 두세 명씩 같이 하기에 좋았죠. 흔치 않게 3인 도시 플레이를 지원해서, 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짜느냐도 관건이었습니다. 플레이하면서 얻는 장비와 무기로 캐릭터를 키우는 맛도 쏠쏠했죠.




나이츠 오브 더 라운드, 캡콤

https://youtu.be/0geWSmkiTQg

원탁의 기사 티브이 애니메이션도 인기가 있었던 시절(희망이여 빛이여~), 캡콤의 이 게임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혼자 할 때는 란스롯으로 많이 했고, 2인용이면 아서가 추가된 형태가 흔했습니다. 현재의 소울류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패링처럼, 이 게임에서도 적절한 가드가 관건이었는데요. 저스트 가드에 성공하면 잠시간 무적이 되기에 보스전에서는 필수였죠.




메탈 블랙, 타이토

https://youtu.be/xIIxDRMOrtU

당시에도 충격적인 그래픽과 사운드로 인상을 남겼고, 게임 플레이도 호쾌했지만, 배경음악이 굉장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2년에 ost까지 발매했다는군요. 딱 보기에도 예술의 경지에 이른 그래픽에 반하여, 보기보다 난도는 높지 않았는데요. 워낙 파워업 아이템이 쏟아지기 때문에, 패턴만 잘 파악하면 끝판왕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로가 아머포스(울프 팡), 데이터 이스트

https://youtu.be/0fDgmqGIHco

전에 소개한 베이퍼 트레일(공아)의 후속 편인데요. 로봇의 파츠들을 모두 조합하면 64가지의 조합이 가능해지는 다양성과, 기체가 터져도 파일럿이 살아남으면 되는 시스템까지, 신선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친구들 중에는 어떤 파츠로 조합할 때가 더 센지 논쟁을 벌이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저는 주머니 사정으로 그저 구경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스타블레이드, 남코

https://youtu.be/pqWhFddNopM

거품경제가 정점이던 시절의 남코 자본과 기술력(이라 쓰고 공돌이라고 읽는)을 갈아 넣은 작품입니다. 지금 봐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그래픽인데요. 훗날 철권 5의 로딩시간에 다시 플레이해 본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훗날 3DO 얼라이브와 체험형으로 컨버전판도 나왔는데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 제일 현명한 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캡콤

https://youtu.be/jkZQ1-0yQzU

대전액션게임의 완성이자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전설이 된 게임이죠. 이후의 오락실 역사에 큰 획을 그었는데요. 50원 하던 요금이 백 원으로 올랐지만, 누구나 불평 없이 몰입했었고, 오락기 화면 구석에 백 원짜리가 쌓여있었는데, 자신이 몇 번째인지 헷갈리지 않고 알고 있어야 했죠. 이겨도 기쁜 티를 내지 못했으며, 졌다고 화풀이를 맘대로 하지 못하는, 당시 세대는 오락실에서 사회를 배웠습니다.



선셋 라이더스, 코나미

https://youtu.be/QMABGCPt3Ps

4인 플레이를 하면 4인 모두 공격의 특색이 있어서, 다인용 플레이가 더 재미있었는데요. 보통은 권총 플레이어와 샷건 플레이어의 조합이 좋았죠. 특히 멕시칸 샷건맨 코르마노는, 보스를 쓰러트린 후의 보너스 씬이 멋져서, 2인용 이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히려 친구 넷이서 뒤엉켜서 하다간 싸움 나기 십상이었죠.



WWF 레슬페스트, 테크노스 재팬

https://youtu.be/-2ak_BjxKZo

저번에 선보인 WWF 슈퍼스타즈의 속편입니다. 태그매치와 로열럼블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었고, 리전 오브 둠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늘어나서 제법 인기였죠. 물론 스파 2에게 밀렸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일반 매치 외에 로열 럼블 같은 이벤트 매치도 경험할 수 있어서, 당시 티브이에서 방영하던 WWF에 열광하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방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1991년은 20세기 소년들에게 가장 눈부시고도 치열했던, 최고의 한 해였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충격적인 등장과 함께 오락실의 판돈이 50원에서 100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던 그때, 우리는 비로소 공짜 없는 승부의 세계에 눈을 떴는데요. 어제의 친구와 마주 앉아 생존을 다투던 그 서늘한 긴장감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뜨겁게 살아있음을 증명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낡은 책장 속 앨범처럼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동전 하나에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했던 1991년의 그 뜨거운 열기만큼은 여전히 우리 가슴 한구석에 선명한 도트로 남아 있겠죠. 오늘 밤, 그 시절 100원의 무게를 기억하는 당신의 꿈속에 류와 켄의 힘찬 기합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1991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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