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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Sep 14. 2024

응급실

골절된 안나의 팔

응급실에 도착한 정우 엄마는 안젤라를 보자마자 안나의 상태부터 물었다.


"안나는 어때요?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팔꿈치 쪽이 골절되었대요."


"..... 어떡해요. 성장판은요?"


"네, 다행히 성장판 쪽은 비켜갔다고 해요..."


"..... 너무 다행이에요... 그럼 오늘 깁스하는 거예요?"


"아니요.. 오늘은 반깁스 해주신대요. 월요일에 다시 교수님 진료를 보라고 해서 예약 잡았어요. 뼈가 어긋나서 그거 맞추느라 좀 애를 먹었어요.."


"어머... 안나 많이 아파했겠어요.... 어떡해요..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안나도 고생이고 어머님도 힘드셔서..."


"부러진 부분이 하필 팔꿈치 쪽 뼈를 연결하는 부위라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대요."


"죄송해요. 정우 때문에... 아.. 맞다..! 이 근처에 소아정형외과 유명한 데가 있는데 거기도 한번 가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이 병원보다는 잘 본다고 하니까 한번 가보시는 게..."


정우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간호사는 서안나의 보호자를 불렀다.  안젤라는 정우 엄마에게 눈빛으로 다녀오겠다고 재빨리 신호를 보낸 뒤 지갑을 챙기고,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우 엄마는 안젤라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대기실에 의자에 살짝 걸쳐 앉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떡과 김밥이 든 봉지를 빈 의자에 내려놓았다.  


골절만은 아니기를 바랐는데, 정우 엄마는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아무리 놀다가 다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내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만으로

엄마는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뿐만 아니라 온 가족, 특히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가 얼마나 애쓰고 고생을 할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답답하기만 했다. 더욱이 완치까지 몇 개월이 더 걸릴 텐데..


정우 엄마는 안나가 나을 때까지, 안나와 안나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교사로 일하면서, 이런 일을 많이 봐왔던 정우 엄마였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거나, 놀다가 다치는 일이 꽤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우선 다친 아이를 보건실로 보내고 학생의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하여 학생이 어떻게 다쳤는지, 얼마나 다쳤는지를 보고한다.


만약 이 과정이 생략된다면 학부모는 교사에게 원망을 할 수 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학생이 다치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보건 교사의 소견에 따라 병원 진료 여부를 말씀드리고, 아이가 다쳐서 유감이라든가,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여 학부모의 심려에 위로와 공감을 표한다.


그리고 반드시 알려드려야 할 것은 '학교안전공제회' 접수이다. 학교 교육과정 내에 일어난 안전사고는 학교가 가입한 단체 보험인,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이 사실을 공지하고 신청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학부모가 접수를 해달라고 하면 교사는 일주일 내에 접수를 하여 관련 학생을 기록하고 사고 당시의 상황과 다친 부위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접수한다. 그것을 토대로 안전공제회에서는 학부모에게 진단서나 치료비 내역서를 제출하게 하여 치료비를 지급한다.


이것이 학교에서 다치면 교사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정우 엄마는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줄줄이 꽤고 있었지만, '다치게 한 학생의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안나가 안젤라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정우 엄마는 즉시 일어나 안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울다 지친 안나를 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


정우 엄마는 안나와 요한이, 안젤라를 주차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문을 조심스레 열어줬다. 그리고 얼른 뒷자리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정환이 카시트 때문에 뒷자리가 좀 좁아서 어떡하지. 그래도 멀지 않아서 금방 가니까, 아줌마가 천천히 조심조심 운전해서 갈게.."


정우 엄마는 일부러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나와 요한이를 안젤라가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지 잘 알고 있기에, 안젤라에게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말로, 세 사람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기도 했다.


다친 팔을 소중하게 감싸 안고 안나와 안젤라는 뒷자리에 탔고, 요한이는 운전석 옆 보조석에 앉았다.


정우 엄마는 안나의 팔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운전을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난 무렵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정우 엄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나야, 미안해. 많이 아프지. 안나 어머님 죄송해요. 안나가 다쳐서 너무 속상하시죠. 제가 너무 죄송해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한이도 옆에서 많이 놀랐겠다.. 아까 정우한테 물어보니까 요한이가 정우 재미있게 해 주려고 먼저 들어줬다면서?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안나가 다쳤네.."


요한이는 말이 없었다. 안젤라는 정우 엄마의 말을 조용히 듣다가 한 마디 거들었다.


"괜찮아요. 놀다가 그럴 수도 있죠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 안나보다 정우가 커서 균형이 안 맞았나 봐요.."


"아참, 안나 어머님,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다친 사고는 학교안전공제회로 접수하면 치료비가 나오거든요. 아마 내일 안나 담임선생님께서 접수할 거냐고 물어보실 거예요. 그걸로 접수하면 치료비가 나와서... 저희가 안나 어머님 수고스러움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병원 가실 때 여비와 그런 기타 비용은 저희가 낼 테니, 꼭 말씀해 주세요."


"아니에요. 신경 쓰시지 마세요 괜찮아요"


정우 엄마는 그렇게 말해주는 안젤라에게 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진 않았다. 저렇게 착한 사람에게 힘듦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 정우 엄마의 마음을 더욱더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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