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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선생 May 01. 2019

띠커스 #7 결혼 소식, 누가 대신 전해줄 수 없나요?

내겐 너무나 괴로운 '결혼 소식 알리기'


 
 일전에 밝힌 적 있었는데, 결혼 준비, 스몰 웨딩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결혼 소식 알리기’이다.

 단순히 몸이 바쁘고 시간모자라는 물리적인 힘듦뿐만 아니라, 소식을 전하면서 느끼게 되는 뻘쭘, 어색, 애매, 불쾌, 불편함 등 여러 가지 감정상태를 오고 가야 하는 무형적 노동까지 따진다면 ‘결혼 소식 알리기’는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그 소식을 전해야 할 사람들의 숫자부터 역대급이다. 가까운 부모형제로부터 친척, 가족들 그리고 친한 친구부터 먼 친구까지, 직장 동료들을 포함한 관계를 규정할 수 없는 여러 지인들까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30명, 많게는 200~300명에 이른다. 물론 단체문자나 단톡방으로 모아서 공지하기 따위의 꼼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웬만해선 금기시된다.

 게다가 이건 나의 성격 탓일 수도 있는데, 아직도 나는 누군가로부터 축하를 받는 일이 그렇게 불편하고 쑥스럽다. 1년에 한번 돌아오는 내 생일 때도, 이게 진짜 축하받을 일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타인의 생일은 어찌 됐든 그들이 기뻐해 주니 나도 당연히 축하해주지만) 생일 외에도 대학 입학, 취업 등 수많은 ‘축하’할 상황들이 다가올 때면 늘 100% 마음 편히 누리지 못했었던 것 같다. 어색한 미소만 띠며 ‘고맙다’ 란 말만 반복했다. 마음껏 누리자니 뭔가 잘난 척하는 것 같고, 무덤덤하게 있자니 사람들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암튼 참 어렵다.   
 
 그런데 결혼은 그 축하받을 일을 내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여유가 없으면 전화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오글거리는 문구가 적힌 청첩장과 함께 톡이나 문자로라도 알려야 한다.


 ‘저 결혼합니다. 축하해 주세요 다들’


 으 생각만 해도 참 오글거리는 일이다. 그나마 39살 먹도록 남들이 그러는 걸 충분히 보아 왔으니 망정이지 29살에 결혼했더라면 여러모로 참 힘들 뻔했다. 늦장가의 장점도 분명 있다.  

 앞선 이유들이 ‘결혼 소식 알리기’의 일반적인 힘듦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순전히 ‘스몰웨딩 소식 알리기’의 힘듦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볼까? 하객, 식장, 예물, 혼수까지, 기존 결혼식에 비해 거의 모든 걸 간소화하고 생략했지만, 결코 축의금만은 줄이거나 없애지(?) 않은 스몰웨딩이었기에 맞닥뜨린 힘듦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금까지도, 절대 이루지 못한 나만의 로망에 대해 상상해본다.

 “결혼합니다 / 언제? 어디서? / 죄송해요 가족들만 딱 모시는 스몰입니다 / 그럼 축의금은?”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허허허!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껄껄껄!”  (존멋)

 아쉽게도 난 이런 로망을 이룰 수 있는 영 앤 리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리치’야 뭐 진작에 포기했다지만, ‘영’이랑도 점점 더 멀어져 가는 현실은 많이 슬프다. 어느새 ‘올드’에 가까워진 오랜 시간만큼 많은 돈봉투들을 뿌려왔다.  대한민국 공식 계모임에 나 역시 자동가입이 됐을 테고 드디어 곗돈 타는 날! 그 순번이 드디어 나에게도 돌아왔다. 그러니 그걸 포기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문제였다.

 “결혼합니다” / “언제? 어디서?” / “죄송해요 가족들만 딱 모시는 스몰입니다”

 “아 그래 아무튼 축하한다!” / “아..감사합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에이 설마 말만 하고 끝은 아니겠지? 나중에 봉투에 담아서 짠하고 줄 거지 그치?)

 “아 그래 아무튼 축하한다! 근데 축의금은?”

 (아 계좌번호를 나중에 문자로 찍어드릴.. 마음 보내는 곳 : 우리은행 1234-56-89...  좀 천박한가? 내가 말하기 전에 봉투로 딱 주시면 아주 나이스하고 땡큐인데 흠. 요즘 인싸들은 계좌 번호 없이도 카톡으로 보내고 막 하던데..혹시 신세대 아니신가? 혹시나 싶어서 이번에 카뱅도 개설하긴 했는데)

 “아 그래 아무튼 축한다! 근데 축의금은? 어떻게 선물로 줘야 하나? 살림살이 필요한 거 없어?”
 
 (그렇게 얘기하신 분이 이미 20명이 넘었습니다만... 사실 5만 원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살림살이가.. 흠. 스타일러를 아직 안 샀다고 하면 사주실까? 여러 명이 돈을 모아서 사줄 수 있게 단톡 방을 만들어줄까? 여긴 건조기방, 저긴 냉장고방 그리고 여긴 영광스러운 스타일러방!)


 나도 처음인 스몰웨딩, 당연히 그들도 처음일 텐데. '스몰웨딩에서 축의금은 어떻게 오고 가는가' 란 주제 앞에 노련하게 대처할 사람이 어디겠냐란 지극히 합리적 의심이 기도 했다. 초대해서 식사 한번 제대로 대접 못하는 주제에 축의금을 바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단 한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쿨하게 내려놓지 못하는 부끄러운 내와 ‘나도 줬는데 받는 게 당연하지’ 라며 오히려 당당하고 뻔뻔한  자신도 분명 있었다.

 * 결혼 소식 알리기 = 청첩장 + 축하해 + 식사하러 오세요 

 남들처럼 깔끔하게, 공식대로 끝낼 수 없는, 마음만 괴롭고 민망하고 복잡해지는 나의 ‘결혼 소식 알리기’. 처음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후회할 뻔했다.


 ‘괜히 스몰웨딩으로 한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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