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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선생 May 05. 2019

띠커스 #9 본의 아니게 커져 버린 [결혼축하모임]

분명 '스몰' 웨딩이라고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왜 하필 스몰웨딩을?”
 “나중에 신부가 후회할 텐데”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아?”
 “그냥 결혼식 하지 그래?”  

 스몰웨딩 관련된 계속적인 질문과 훈계(?),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반복했던 나의 답변 또는 해명(?) 그리고 축의금에 대한 나의 내적 갈등(?)만 제외하면 [결혼 소식 알리는 축하모임]은 사실 그렇게 큰 난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경우엔 초대를 일절 하지 않는 스몰웨딩이기에 결혼을 앞두고 가지는 축하모임의 진정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형식적인 인사치레 겸 결혼식날 참석을 독려(?)하고 약속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진짜 축하를 받고 또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고 일반 예식 당일날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사 또는 악수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정말 결혼과 관련된 얘기들, 그간의 안부에 대해서 오래도록 얘기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 본의 아니게 너무 과해져서 문제였다.

 스몰웨딩이 아닌 경우엔, 보통 결혼한두 달 전부터 지인그룹별로 시간을 조율하고 약속을 잡는다. 신랑 신부의 운용의 묘가 빛을 발해야 하는 순간이다.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한 그룹으로 묶어내야 만남의 횟수도 줄고 그만큼 지출하는 비용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에겐 돈과 시간만큼 갈급한 것이 없다.

 술이 곁들여진 메인 식사로 1차를 거하게 치르고 2차는 주로 생략이 되거나, 시간 되는 친구들끼리만 소규모로 치러진다. 주인공인 신랑이나 신부는 몇몇 최측근 모임을 제외하곤 바쁜 결혼 준비를 핑계로 늦게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아쉽지만 그들에게는 다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 결혼식날 보자'란 인사말, 아쉬움도 달래고 적당한 타이밍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설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스몰웨딩 당사자인 내겐 기약할 수 있는 다음이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과 영영 이별할 건 아니지만, '그럼 결혼식날 봅시다' 란 인사로 자리를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 전 축하모임의 질과 양 모두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참 좋으면서도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일단 모임의 수가 굉장히 많았다. 친밀의 정도에 따라서, 또는 그룹으로 묶일 수 없는 애매한 관계에 놓인 덕에 정상적인 결혼식을 치른다면, 결혼식 당일 날 보는 걸로 기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소식을 알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저 결혼합니다” / “어 그래? 언제?” / “초대를 안 하는 스몰입니다만..”
 “그래? 결혼식 때도 못 보는 거네? 그럼 결혼 전에 한번 봐야지!”

 ‘휴... 이미 내 일정과 간수치가 Full인데 어쩌지. 결혼식 전에 일정은 이미 다 찼다고 뻔뻔하게 얘기할 수도 없고’
 ‘뭐 꼭 따로 보자고 연락한 건 아닌데.. 그냥 소식만 전하러 연락드린 건데..라고 말하기엔 참 애매한데..'


 "그결혼식에도 못 가고 얼굴도 못 보고 아쉽네 참.."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비신랑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혹시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시간을 내볼게요

 이러다 보니 만남의 양과 질 모두, 일반 예식에 비해 급격히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축하모임으로 만난 사람들치고 반갑지 않은 인연은 없었다. 마지막 만난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보게 된 사이여도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오랜만에 이렇게 만나도 어색하지 않으면 된 거지’ 란 말로 퉁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이가 됐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그에 반해 1대 1이든, 그룹이든 결혼을 핑계로라도 정말 꼭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데 만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오히려 전화만 딱 드리기 뭐해서 ‘좀만 여유 생기면  연락해서 꼭 만나자고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미루다 보니 결혼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소식조차 못 알린 사람도 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들과 약속을 잡고 또 만나서 안부라도 전하려면 두세 달은 밤낮으로 술만 마시고 다녀야 다. 결혼 소식과 함께 이혼 소식까지 알릴 수는 없지 않나.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식 한두 달 아니라, 6개월 전부터 기 프로젝트로 추진할 걸 그랬나 보다. 결혼식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자 선택한 스몰웨딩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스몰’이 아닌 차고도 넘치는 ‘빅’이 되어버렸다.


 창 결혼을 코앞에 두고 [결혼축하모임]을 밀린 숙제처럼 치러내고 있을 때쯤, 누군가 나의 속내를 접하내뱉었던 말이 있다.

 “대한민국의 결혼 문화! 1시간 만에 식 치르고 사진 찍고 딱! 똑같이 찍어내는 공장식 결혼 장점분명 있다니깐.
 몇 날 몇 일 결혼합니다! 오십! 끝! 얼마나 깔끔해?”   

  
 결혼, 업 뭐가 됐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참 쉽지가 않다.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란 불안감에 담담히 맞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성실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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