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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 Sep 16. 2021

Notyet | Story #3. '잠'잘 곳이 필요해

실은... 숙박비가 없어!!

Notyet | Story #3. '잠'잘 곳이 필요해!




 질문 



근데, 우리 어디서 자?

...음...

우리 '잠' 잘 곳이 필요해!


-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자 사진연습을 하며, 

그 곳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행복한 고민과 연습을 치열하게 하던 우리가 잊고 있던 한가지.


사진을 찍든, 영상을 만들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든, 우리에겐 ‘잠’을 잘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인회, 한인교회, 에어비엔비와 카우치서핑을 활용해서 숙소를 찾았다. 

하지만 수많은 거절 속에 출국 시기는 3주 전까지 다가왔다.


이리저리 부딪혀 보는 일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우리도 계속해서 거절을 당하고, 

우리 또한 우리의 적은 예산에 머물 곳을 찾고, 또 찾다보니 좌절감만 늘어갔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건 아닐까.

모르는 이 세 사람을 꽤 오랫동안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자선행사한답시고) 지내게 해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우리 같은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이 세 사람을 재워줄 수 있게 집을 내주지 못했을 것 같다.


결국, 방향을 조금 틀어 한인 민박을 목표로 했다. 

민박의 숙소 사진을 이쁘게 찍어드리는 대신 약 10일씩 묵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찾았다.


  


▲  YNNY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KIM



한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을 리스트업하여,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사진과 글에 대한 형식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한 글을 보냈고, 

그 중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 찍는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 사진이었지만, 

수많은 레퍼런스 사진을 보며 어떻게 찍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연습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사진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을 하고, 보정을 하고, 그 게스트하우스 만의 느낌이 잘 담긴 글을 써서 사장님께 보내드렸고, 

우린 그 분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  촬영을 마무리하고 지쳐 뻗어버린 KIM


그렇게 3개의 게스트하우스 촬영을 1주일 동안 마쳤고 이를 정리하여 유럽 한인 민박 컨택을 준비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인 민박을 리스트업하여 제안글을 작성하고, 

우리가 쓴 글을 레퍼런스로 보여드림으로써 일괄적으로 발송하였다. 

그러나, 많은 한인민박 사장님께 연락이 오질 않았고, 거절도 많이 당했다. 

물론 우리가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사장님께는 방을 내어주는 것 만큼의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계속 거절을 당하니 약간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중에 1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우리의 글과 사진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 민박과 연계가 있는 투어사에서 투어에 참여하여 각 투어에 대한 사진과 글을 써주는 일을 제안해주셨고, 

우리 또한 그런 일에는 자신이 있었던 터라 감사한 마음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러나 겨우 10일이었다. 총 52일 중에 10일 말이다. 

나머지 42일을 잘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저렴하게.

다른 한인 민박집에도 이리저리 연락을 돌려보았지만, 

우리가 작업할 수 있으면서, 저렴하면서, 조리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좋은 조건이었으나, 하나의 조건이 빠져서 계약을 못하는 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잠깐의 짬이 날 때 우린 이래요. ^^;


그러다가 나(RYU)는 예전부터 눈여겨보아 저장해두었던 한 게스트하우스에 조심스럽게 연락을 해서 우리의 제안을 해보았다. 

사실 연락하기 조심스러웠다. 그 이유는 이 공간이 정말 말그대로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제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도해보았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그 분께서는 우리의 블로그의 글과 사진들을 읽어보시고, 

우리의 제안을 읽어보시더니, 선뜻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당일날부터 묵을 곳이 없음을 확인하시고는, 

바로 10월 12일부터 머무르길 허락해주셨다. 

그것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물론, 우리가 제안한만큼, 최선을 다해 일을 도와드리고,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글작업을 최선을 다하겠지만, 

선뜻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했다. 

(집에서 카톡으로 대화를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


  



▲  좌절의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



지금까지 기쁜 일도, 좌절되는 일도, 슬픈 일도 있었다. 

뭐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안개스러운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뭐 하나 안정된 것이 없지만, 한 분씩 좋은 분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도움을 주고 받는 이 느낌이 참 좋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서는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다가 좌절하곤 했던 불안했던 2달 전의 나는 점점 사라져간다.

지금의 나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꾸준히 해나간다면, ‘뭐라도’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


이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도움'이 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 느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렇게 받은 도움으로, 내가 시간이 조금 지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었을 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Written by. RYU  




2015 10 02


RYU 


<우리, '잠' 잘 곳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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