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날
아프신 엄마를 돌봐드리는데
툭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아파서 등교를 못하는 날이면
방에 혼자 누워있기가 싫어
마루에 이부자리를 깔아 달라고 해서는
집안일을 하시는 엄마를 보고 누워 있다.
이것저것 정리도 하시고
부엌에서 반찬도 만드시고
한번씩 내게 와서 이마를 짚어 주시고
황도 통조림을 따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
잠시도 쉬지 않으시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불빨래를 하셔서는
마당 한가득 하얗게 널고,
이 부분은 아주 인상깊게 내머리속에 남아 있다,
그때의 상쾌한 기분, 시원한 바람, 집안의 말끔함 등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정오 즈음인가
요즘은 잘 안들리는
우웅~하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
맞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서
아파서 결석한 날의 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 엄마가 아프시니 내가 그러고 있네.
죽을 끓여 드시게 하고 약 드리고
누워 주무시는 동안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는
집안일을 주섬주섬 시작한다.
냉장고에서 저녁에 드실거 꺼내 준비작업하고
방들 다니며 치우고
엄마방을 살살 정리한다.
어린 시절 내가 상쾌하게 느꼈던 그런 기분이 엄마도 드실까?
그때로 부터 흐른 세월이 40여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