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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18. 2018

27년 만에 찾은 고향의 봄 5/9

보성 녹차밭

2017년 426


원래는 CNN이 권고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아름다운 국내 Top 50 명소를 한국에 오기 전에 조사를 해 놓고 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칼러 프린트해 놓은 종이를 비행기내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결국 국제 로밍을 해서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간 기억해 둔 곳들이 있어서 그 기억을 더덤으면서 남도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순천 낙안 읍성을 뒤로 하고 이왕 남도 지방을 여행하는 김에 좀 더 많은 곳을 보려고 과속주의 구간을 살펴가며 운전을 하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곳은 전남 보성의 녹차밭. 딱히 녹차밭은 다른 곳과 달리 특정한 장소에 지정된 곳이 아니라 그 지역 자체를 지칭하기에 제법 보성군내에서 괜찮은 차밭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녹차의 80%는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하지만, 세계에서 커피를 제일 많이 마신다는 핀란드인은 하루에 6잔, 하지만 녹차를 제일 많이 마시는 은 일본인으로 거의 8잔을 마신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의 일반 가정에는 대부분 녹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팟이 대부분 있다.

 

일본 유학 시절, 일본의 사철(私鐵, 개인이 보유한 철도회사)중에 세번째로 큰 토큐(東急)라는 철도회사가 동경 위성시와 요코하마 운행하는 철도회사이다. 로 통학할 때 주로 사용한 전철이지만, 통학 노선 중간에 이 회사의 창립자가 세운 차(茶)박물관이 있어 그곳에서 일일 다도 체험을 가진 적이 있다. 너무나도 좁은 일본식 목조건물에서 차를 끓이는 작업에서 나눠 먹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3시간 정도를 무릅꿇고 있노라면 다리가 절로 저려왔던 그리 달갑 기다.

하여,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고는 하나 원래 뜨거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생활 습관상 나는 체질적으로 커피나 차를 잘 마시지는 않았다.

유명한 곳  녹차를 99번의 손길이 가서 겨우 녹차라는 상표가 붙기까지.

그리고, 이 녹차를 만드는 아낙네는 녹차나 아낙네의 마음이나 같다고 했다.


뜨거운 물에 녹차물을 빼어내주는 것과 같이 부모도 자식을 위해 마음까지 다 빼줘야 한다고, 그래야 녹차의 향이 그윽하듯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정도 그윽하다고....

사실 차 중에는 죽로차가 제일 좋은 차라 한다. 죽로차는 대나무 사이에서 자란 차로 그 이유인 즉, 모든 식물은 자라면서 수분을 잎사귀로 내뱉는데 그 떨어진 수분이 주변에 번질것이고 그것을 차나무가 먹고 자란다고 해서, 죽로차를 제일 좋은 차라 여긴다고 한다.


차는 차잎을 말린다고 되는것이 아니라 발효차를 유념하는 과정, 즉 차안의 수분을 뺴내서 불에 볶고 그 수분을 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5월에 열리는 보성 차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곳은 시간이 늦어서 인지 인적이 없고 해는 저물어 대낮녹차잎이 초록초록한 그 자연색은 라져만 가고 있었다. 차밭 능선을 넘어선 이 해가 나그네의 유숙할 곳을 재촉했지만, 딱히 정한 곳이 없어서 오늘밤은 어디에서 이 고단한 몸의 여독을 풀 것인가 하는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국에서의 27년 만에 맞이한 봄이라 일분 일초 보고 느끼고 먹고 마시는 것이 다 내가 살던 고향의 것이라 마치 어린 젖먹이가 포근한 엄마 가슴에 뭍혀 젖을 뜯어 먹는이냥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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