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세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지난 일요일도 여느 때와 같이 고속도로를 타고 테라피 선생님 집을 향해 운전해 가는데, 갑자기 아들이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한다. 몇 주 전에도 저녁도 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없는 형편(?)에 고기 뷔페에 데리고 갔더니, 한창 클 나이라서 그런지 사흘 굶은 하이에나처럼 고기를 구워 먹어 치우는데 아마 거짓말 좀 보태 송아지 한 마리는 잡아먹고 나올 정도의 먹성을 과시했다.
아무튼, 차를 돌려 한인 마트에서 김밥 두 팩과 음료수를 사서 허드슨 강 변 공원 벤치에서 제벌 강한 햇살을 피해가며 먹고 있노라니, 8년 전인 2009년 항공기가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한 사건이 떠오르면서, 아들이 한 시간 떼라피를 받는 동안, 테라피 선생님 집 맞은편 도로에 위치한 경비행기 전용 Essex County 공항에 가 보았다.
때는 1999년 7월 16일 금요일 저녁 밤 8시 39분.
구입한 지 3개월 된 38살의 한 비행사가 자신의 싱글 엔진 경비행기에 아내와 처제를 태우고 이 비행장을 이륙해 메사추세츠주의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미 대통령 여름 휴양소가 위치한 Martha's Vineyard 공항을 향했다.
하지만, 자정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자 그의 가족들이 미 해안 경비대에 실종 신고를 했고 새벽 4시부터 본격 수색을 했는데 그들이 찾고 있던 비행사는 다름 아닌, 당시 3살의 나이에 아버지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거수경례로 떠나보내 미국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사진의 주인공이기도 한 장남 케네디 쥬니어(John F Kennedy Junior).
원래 그의 비행기는 오후 6시에 이륙할 예정이었으나, 그의 처제가 일이 늦게 끝나고 금요일 붐비는 퇴근길에 맨해튼을 빠져나와 이 비행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해가 벌써 진 후 출발했고, 자격증은 땄다고 하지만 비행 경험이 충분치 않았고,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갑작스레 끼인 밤안개로 시야가 아주 좋지 않아, 결국 대서양 연안에서 그만 탈출할 틈도 없이 추락해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 비행기의 추락으로 아들 케네기가 목숨을 잃자, 그때부터 미국인들은 정치 명문가인 이 가문에 일찍부터 불려졌던 "케네디 가문의 저주 (Kennedy Curse)"란 말을 더 믿기 시작했지만, 그의 운명을 손금보다 더 작은 주파수만 제대로 조절해 맞췄어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말인 즉, ATIS (Automatic Terminal Information Service)라고 각 지역 도착 예정 공항에서 30분 간격으로 발송하는 이 단파 자동 안내 방송에는 풍속, 풍향, 기온, 구름의 상태, 착륙 가능한 활주로 등등 비행기가 안전히 착륙할 수 있도록 각종 필수적인 정보가 들어가 있었지만, 바다 밑에 깔려 있던 그 경비행기를 인양해 조사한 결과, 케네디의 그 비행기에는 당시 착륙 공항의 ATIS 주파수인 127.25 Hz가 아니라 126.25 Hz로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이란 질문에 링컨 대통령과 1,2위를 다투는 케네디 대통령. 그 비운의 대통령의 아들이고 훤칠한 인물에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묻 수없이 많은 젊은 여인들의 마음을 앗아간 케네디 쥬니어...
여러 가지 사고 원인이 결국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주파수만 한 끔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만 없었어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지금쯤이면 대선 가도에 힐러리 클린턴 대신, 그의 Kennedy란 이름을 올리며 전통의 케네디 정치 명문가를 이어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케네디 쥬니어처럼 단파 주파수만 1Hz만 제대로 맞추면 목적지의 상황을 훤히 꿰뚫어 들을 수 있는 비행 항법 장치와는 달리,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서민들의 아파하는 울부짖음은 1Hz로 바늘 빗금 맞추듯 간단히 맞출 수도 없거니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한국의 양대 방송사의 경영진 퇴진 문제가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에 특히,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까지 겸허히 경청하는, 그래도 그들을 품을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주파수를 받을 수 있는 통큰 수신기를 가진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그런 거창한 주파수도 필요 없이, 우리가 살면서 늘 발신되는 많은 친구, 가족과 지인들의 주파수에 우리가 제대로 그 주파수를 맞춰 들을 줄 아는 "항상 겸손히 열려 있는 귀", 그런 귀를 나 스스로부터 가졌는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