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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25. 2018

이름 지어 준 자의 사명

아버지로서의 롤 모델

음악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지휘자 "금난새"란 이름 석자가 특이해 익히 들어 본 적이 있을 텐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이자 음악 감독으로도 유명한 그의 이름이 대한민국에 등록된 최초의 순수한 한국 이름이라 한다. 

원래 음악 교사인 그의 아버지가 돈키호테와 같은 괴짜로 예술가적 기질이 있었던 터라, 그의 형이 태어났을 때 한글 이름만으로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한자가 없이는 안 된다고 하여 퇴짜를 놓자, 그 살기 어려운 시절 자비로 신문광고를 내서 한자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고 호소를 하는 바람에 둘째인 그의 출생 신고 때는 이 순수한 한글의 "난새(나는 새)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했다고 한다.

남의 집안 이야기지만 흥미로운 것은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자식들에게 한자로 돌림을 만들 때 집안의 항렬을 따지지만, 그의 형제들은 한글 자음인 "ㄴ"으로 돌림을 만들어 "금나라", "금난새", "금내리"... 이렇게 이름을 지었고, 자신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ㄷ"을 돌림으로 해서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특이한 이력의 집안이다.  

벌써 은퇴할 일흔에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으로 후학에 힘쓰면서, 교향악단 지휘자에 각종 음악분야에 왕성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통상적인 콘서트의 틀을 깨고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매년 청중에게 선보인다거나, 농어촌 외지의 20개군의 중고등학생으로 만들어진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Korea Young Dream Ochestra, KYDO)를 만들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그것도 전악장 다 연주하게 했다는 그의 음악 전도사로서의 열정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됨을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훌륭한 음악이라도 그 공연을 들어줄 청중이 없는 음악이란 무의미하다는 신념으로 지휘자로서 발 벗고 청중을 찾아 다가가는 모습을 늘 보여 줌으로써 무대 위에 선 사람과 무대 아래에 앉은 사람을 두루 어울리게 하는 깨어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이기에 나로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방에는 잘 가는데 공연장에는 좀처럼 잘 찾지 않는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탄식 어린 목소리보다는 "우리 어른들은 GDP 몇 만불 시대를 물러주는 것보다 진정 위대한 사회란 누구든지 꿈을 가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유달리 금수저, 은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 사회에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졌다. 
 
마침, 고교 친구가 후원하는 "재능기부 공연" 이 이번 토요일(4월 30일)에 선착순 입장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한다. 하여 부산에 사시는 분들은 공부란 큰 짐에 억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숨 편히 쉬게 가끔씩은 함께 할 수 있는 부모이기를 원한다면 꼭 이런 좋고 의미 있는 공연에 꼭 애들과 손잡고 가 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딸이 일전에 " 아빠, 음악이나 미술 같은 거 할 때면 마음이 힐링이 돼서 좋아"라는 말을 들었기에 더더욱 또래의 아이들은 같은 심정 아닐까?

그래서,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친구나 동료들끼리 불금도 좋지만, 가끔 오케스트라의 화음 웅장히 울려 퍼지는 공연장에서 살갑지만 애들과 고개를 서로 맞대며 듣는 것 또한 이 봄날 밤의 향연을 만끽하는 운치 있는 일은 아닐지....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이 금난세 지휘자는 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물러준 유산은 전혀 없었지만, 늘 그에게 창조적이고 뭔가 특이한 것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줬고, 그의 아버지 스스로가 좋은 롤모델이 되어 준 덕에 지금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선정하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나도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이지만,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그저 부족함 없이 입히고 먹이고 공부시키면 좋은 아빠로서의 역할은 훌륭하다는 생각에 젖어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애들의 "이름 지어준 자로서의 사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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