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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늠 Sep 04. 2022

눈물 콧물 일산화질소

 눈물이 많다. 남이 울면 같이 훌쩍이다 대성통곡을 해서 민망한 순간도 겪었다. 멀쩡하게 대화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사건이나 엄마가 떠오르면 여지없이 눈물이 고인다. 얼른 다른 데로 신경을 돌린다 해도, 앞뒤 맥락 없이 눈물이 뚝 떨어지고 만다. 코로나가 유행인 요즘 때론 마스크가 고맙다. 눈물이 흐를 때 얼굴이 가려져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맨얼굴일 때 눈물을 감추기란 불가능하다.


 새벽에 일어나면 글을 쓴다. 일기 혹은 하루 계획, 내 마음 상태를 쓴다. 울어도 상관없는 시간이다. 어느 날 눈물을 쏟다 콧물이 같이 나왔다. 가족들이 다들 자고 있어 코를 푸는 소리에 깰까 염려되어 수건을 받쳐두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써 내려갔다. 수건에 떨어지는 눈물 콧물을 보며 눈물이 흐를 때 콧물이 같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졌다. 눈물샘에서 만들어진 눈물이 눈물길을 따라 눈으로 나오면 맑은데, 콧물이 되면 더러운 액체로 여겨지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눈물이 끊겼다.


 안구 위에 눈물샘이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눈물이 안구를 적신다. 매끈해 보이는 각막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각막 위를 융모가 뒤덮고 있다. 눈물이 융모 사이사이를 막처럼 코팅해야 인간은 눈을 깜박일 수 있다. 각막 코팅에 쓰이고 남은 눈물은 눈의 앞머리에 있는 눈물점을 통해 눈물소관으로 들어간 후 눈물주머니로 모인다. 눈물주머니는 코 눈물관과 이어진다. 이 기관은 콧구멍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눈물주머니 용량이 초과되면 콧물로 쏟아지는 이유다.


 눈물은 맑다 쳐도 코를 통과하여 나오는 눈물이 묽은 점액질 형태로 코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양새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이 보기 흉한 콧물 속에 ‘라이소자임’이라는 천연 항생 물질이 있다. 코에 생기는 염증을 치료하고 호흡기의 점막을 보호하고 재생하는 기능을 한다. 코로 들어온 이물질이 코의 점액에 달라붙어 목으로 흘러 들어간다. 대기오염물질인 일산화질소가 혈액의 흐름과 세포의 에너지 수준을 조절하고 암세포를 공격한다. 폭발물 성분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심장 통증을 완화시킨다. 지독한 독성 물질이 나의 몸속에서 나를 건강하게 살게 하는 물질로 작용한다.


 눈물 콧물이 나라는 인간을 지키기 위한 몸의 방어기제라면, 눈물이 많은 이유는 삶의 의지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여려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격한 감정에 휩싸여 뇌에 타격이 올 것을 대비해 몸이 준비를 하는 셈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형광등 쳐다보기, 눈동자 굴리기, 홉뜨기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인 나를 어떻게든 변명해보기 위해 눈물, 콧물 성분을 검색하는 내 모습이 웃기면서도 울면 좀 어떤가 싶은 마음도 든다. 애도 아닌 어른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꼴은 여전히 볼썽사납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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