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월 26일의 나
토요일 오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는 내내 속이 부대꼈다. 점심에 굴을 먹은 후였다. 굴을 좋아해 굴이 담긴 접시를 보고 눈이 돌아갔다. 반 접시 가량의 굴을 초장에 찍어먹고 나서 배탈이 났다. 온몸에 전기가 오른 것처럼 찌르르한 감각에 정신까지 몽롱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화되지 못한 굴 잔여물이 위액과 함께 토사물에 섞여 나왔다.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올라오는 대로 토해냈다. 좋아하는 굴을 먹고 토한다는 걸 말하기 부끄러워(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왼 주먹으로 등을 두드리며 오른손으로 변기 몸체를 잡고 토했다. 위를 통과하여 장에 머물고 있는 굴이 요동을 치고 있는지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먹거리를 쏟아냈다.
굴을 보고 행복해했던 나의 뇌는 내 몸의 3%에 불과하다. 10여분 간 3%의 조종으로 손을 놀려 입으로 넣은 먹거리를 5시간에 걸쳐 밖으로 배설시켰다. 몇 분간 먹어치운 굴로 인해 나의 토요일은 몽롱한 상태로 흐느적거리며 느리게 흘러갔다. 토하고 설사하는 내내 비릿한 굴의 몸체가 길게 입과 장 사이에 걸쳐 있는 기분이었다. 물로 입을 가셔도 목 아래 고인 위액이 유일한 위쪽 출구를 향해 계속 가스를 뿜어냈다. 입을 열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아, 흐물흐물한 액체처럼 카페 탁자 위로 연신 엎드렸다.
그날은 아이와 나들이 겸 인천에 볼일이 있는 남편을 따라나선 참이었다. 카페에 아이와 앉아 책을 읽으려고 『인간실격』을 챙겨 왔다. 일부러 쫓아온 처지에 속이 좋지 않으니 돌아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응급실로 가야 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으니 일단 참았다. 남편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인간실격』을 쓴 다자이 오사무가 가족에게 의절당한 충격으로 자살을 일삼다가 결국 죽고만 마음이 이런 걸까. 굴 먹고 속이 뒤집힌 처지인데도 의연한 듯 버티는 내 모습과 삶이 괴로워 자살로 삶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를 같은 급으로 놓고 보다니. 남이야 어찌 되었든 내 손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프듯이 누군가는 생사를 오가는 결정을 내릴 때 고작 굴을 먹고 속이 뒤집힌 걸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게 턱도 없는 일이겠지만, 『인간실격』을 읽으면서 내가 요조에게 이입된 건 사실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인간이 두려운 요조는 인간 세상을 사는 게 지옥이었다. 여러 번의 자살 시도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들은 초코라테를 마시며 인강을 듣다 말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아들을 흘겨보고 싶은 마음도, 한창 즐거운 취미생활을 하고 있을 남편을 불러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속이 뒤집혀서 변기를 부여잡고 토해도 난 가족에게 이미지 관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새삼 되새겼다. 내 위장이 이제 예전 같지 않음을, 그리고 내 몸을 잘 보살피는 의무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