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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과연 있을까

Don't Hurry Be Artist,김나일작가와의 만남

by 하성민

DON'T HURRY BE ARTIST

첫 번째 아티스트 김나일 @egyptnileriver

<DON'T HURRY, BE ARTIST>는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작업세계와 작업물을 소개합니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어렵기만 한 작업의 시간들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예술하세요.
<DON'T HURRY, BE ARTIST>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아티스트 김나일 작가님과의 인터뷰는 비 오는 날에 진행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조용한 골목 거리와 언덕을 오르면 김나일 작가의 공간에 도착합니다. 그가 직접 내려준 커피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작업 소개를 해주세요.

"콜라주를 기반으로 디지털 아트를 하고 있어요. 생각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리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콜라주 하면 종이로만 찢어서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디지털 콜라주가 유행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레슨을 받게 되었어요. 제가 글은 못쓰거든요. 콜라주 아트는 시작한 지 3년 되었어요. 배우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직 제 색깔을 못 찾은 것 같아요. 계속 시도하는 단계예요. 주로 앨범 아트워크나 포스터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미술, 디자인 관련 공부나 일을 했었나요?

"원래는 공연기획을 전공을 했는데 그 분야는 막막해서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하다가, 그래픽 작업을 좋아해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기획은 작은 콘서트에서 조연출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재밌기는 한데 기획보다는 연출이 저는 더 재미있어요. 뼈대가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구상하고 엮고, 엮고, 하다 보니 포스터 만들고 하는 것들이 더 재밌더라고요."


앨범 아트워크 작업을 할 때는 음악장르도 구분하나요?

"힙합은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힙합 하시는 분들이 많이 연락 주시는데, 제 작업이랑은 확실히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힙합 하시는 분들이 왜 나한테 연락을 주시지’하는 의문이 들어요. (웃음) 검정치마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런 음악을 좋아하고,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팬이어서 사인받은 신곡 앨범도 있어요. (앨범 보여준다)"


작업하는 날의 하루 일과는 어떠나요?

"하루 8시간 정도 일하고 그 외에 시간에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놀거나. 스케줄 근무여서 휴무가 따로 없고 근무시간이 매주 달라요. 하루살이처럼 틈틈이 작업할 수 있을 때 하는 편이에요. 일찍 자면 밤 11시, 늦게 자면 새벽 4시. 너무 갭이 커요. 그래서 밤에 안 자는 사람만 만나요. 아침에는 생활을 잘할 수가 없어요. 시간이 아까워서 늦게 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하는 시간에도 어떻게든 즐겁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카페 앤트러사이트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음악을 하시거나 예술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대화하는 거 좋아해서 커피 만들다가 대화하고, 그렇게 친구가 되면 작업에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일이 힘들긴 한데 그런 점은 좋아요. 외주 부탁하는 분도 있고."


하루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계획적인데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호주에서 살았었는데 그때 영향이 있어서 크게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것 같아요. 그때는 ‘학교 끝나면 어디 가야지’하다가 바다 보이면 갑자기 바다 가고, 그런 성격이어서, 줏대가 없다고 해야 하나, 유연하다고 해야 하나, (웃음)"


규칙적이지 않은 면이 콜라주 작업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콜라주를 손으로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제가 꾸준히 모으는 것 못해요. 디지털로 하면 자료 수집하는 사이트에서 보이는 거 다운로드해서 오려서 하면 되니까 오히려 생각 정리하기가 좋더라고요. 크게 큰 틀에 갇혀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정해진 안에서 하면 되니까 큰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세요?

"요즘 생각이 좀 많아서 그에 대한 것 위주로 하고 있어요. ‘진정한 행복은 뭘까’ 항상 드는 생각이긴 한데, 그리고 ‘사랑’, 제가 무언가 만들 때 <헤드윅>에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그런지 사랑을 기반으로 작업을 많이 해요. 요즘에는 계속 사랑에 생각을 두고 작업하는 것 같아요. 시리즈로 만들 예정인데, 내일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라서 또 모르겠어요."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고 많은데 특히 관심 있는 이야기가 있나요?

"특별히 관심 있는 이야기가 있다기보다 사랑 그 자체가 궁금해요. 세부적인 것보다 큰 게 더 궁금한 느낌이에요. 그 자체가 어디서 왔는지가 궁금해요. 제가 사람한테 확신을 못 두는 성향이거든요. 오래 만난 친구들에게도 확신을 못주더라고요. 확신이 안 드는 순간이 오면 ‘사랑이 올 수 있을까’, ‘사랑이 과연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방들이 되게 서운해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해.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기는 한데 일주일에 3번 만나는데 3번 내내 사랑 얘기만 해요. 그런 쪽으로 궁금해하는 친구들 많아서 만날 그런 얘기 아니면 연애 얘기. 술을 안 먹고 그런 얘기를 해요. 커피만 마시면서.(웃음)"


요즘 취미는 어떤 게 있어요?

"요즘은 뛰어요. 뛰는 거 되게 좋아해요. 같이 뛰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망원동 체육관에서 일주일 4번씩 뛰어요. 아무 생각 없이 뛰면 되게 좋아요. 최근에 아시는 분이 돌아가시고 기일이 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금 같이 뛰는 친구를 만났고 힘이 되더라고요. 뛰어보라고 해서 같이 뛰게 되었는데 뛰는 그 순간이 좋더라고요. 처음 뛸 때는 ‘왜 하지’ 그랬는데 2바퀴 돌면 너무 좋아요 상쾌하고. 집에 와서 일기 쓰면 너무 행복해요."



내가 생각하는 ‘영감’은?

"어려워요. 만약 검정치마 노래 중에 <Antifreeze>가 있어요. 그 음악 들을 때 떠오르는 게 여름이었는데 여름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마인드맵으로 펼쳐서 써놓고 거기서 줄여가면서 키워드를 찾는 것 같아요. 보통 음악에서 찾고 아니면 책에서 영감을 받는데 책을 오래 못 읽어서. 시집 같은. 보통 글이나 말에서 찾게 되는데 한 구절이 좋으면 계속 맴돌더라고요."
"요즘 꽂힌 게 있어요. 검정치마의 <Ariel>이라는 노래인데 ‘나를 당기는 이상한 중력을 몸에 가지고 있어요’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이 말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한 구절이나 대화하면서도 말에 꽂히면 계속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중력에 맞게 콜라주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랑 말하다가 너무 좋아서 핸드폰에 적느라고 핸드폰을 하니까, 절대 딴짓하는 게 아닌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되게 당황하더라고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때요?

"벼락치기로 마감 전날까지 작업을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공들여서 한 것보다는 급하게 해내는 경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도 나는 별로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내가 대중적인 걸 못하나 싶은 거예요. 그런데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사실 작업의 어떤 면은 대중적이긴 한 거겠죠. 그럴 때면 대충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요. 너무 공들이려고 하면은 오히려 반응이 안 좋아서, 안 풀릴 것 같아 싶으면 대충 해요. 그러면 오히려 더 좋아하더라고요. 왜인지 모르겠어요."


2박 3일간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싶어요?

"일본 도쿄 근교에 ‘가마쿠라’라고 <슬램덩크>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 있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도 나오는 바다 동네인데 진짜 좋아요. 재작년 혼자 일주일 정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도쿄에서 2시간밖에 안 걸려요. 방금 전까지 신주쿠였는데 갑자기 촌동네로 변하고. 일본 문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요즘 일본을 너무 가고 싶어요."



앞으로 작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라요?

"솔직하게 말하면 유명해지는 게 가장 좋겠어요. 제 외모만 보고 사람들이 어리게만 봐서 진중하게,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작업이나 저의 캐릭터 자체에 대한 모습을 쉽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린 건 어린 거지만, ‘어리니까’ 이런 말 자체가 판단하는 것 같아서 싫어요. 유일하게 스트레스받는 것이기도 해서 그런 선입견을 깨려고 해요. 4년 동안 금발이었는데 진중해 보이려고 까만 머리로 염색했어요. (웃음) 작업 자체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사랑’이 뭔지, 제 작업 색깔과 함께 확실히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콜라주가 제일 재미있고 콜라주 아티스트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김나일 작가의 작업 _ @egyptnileriver

: love, peace & rock 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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