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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Hurry Be Artist, 양영규 작가와의 만남
<DONT HURRY BE ARTIST>
다섯 번째 아티스트, 양영규 @young_gyu_yang
<DON'T HURRY, BE ARTIST>는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작업세계와 작업물을 소개합니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어렵기만 한 작업의 시간들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예술하세요.
'Don't Hurry Be Artist'의 다섯 번째 작가는 양영규(양이) 님입니다. 부부(양이와 장이)가 함께 하동살이를 시작한 그들의 공간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모습이 찍힌 판화 작품도 바로 눈에 띄었죠. 따뜻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동에서 살고 있는 양이 양영규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랑 디지털 마케터로 일했고요. 그러다 도시에 지쳐 하동에 내려와서 살고 있습니다. 올봄에 아내 장이와 함께 '양장점'이라는 사업을 시작했고 저와 아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프로젝트로 하나씩 해 나가는 중이에요. 저는 주로 판화 작업과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해여행 중에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리노컷(linocut)이라는 판화 작업이 우연히 알고리즘을 타고 저에게 짠 하고 나타난 거예요. 리노컷이란 리놀륨이라는 바닥재나 가구 재료로도 유명한 소재를 활용해서 작업하는 볼록 판화의 일종인데요. 평소에 아날로그 작업에 어느 정도 목말라 있었던 상태라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리노컷을 시작했고, 그 소재는 주로 제가 그렸던 일러스트이거나, 아무래도 판화 작업 자체의 영감을 남해에서 받아서 그런지 남해의 아름다운 장면들로 작업하기 시작했고요. 지금 약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남해 대정 돌창고프로젝트에서 7월 중순 경부터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현재는 다색 판화를 작업 중에 있어요.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 오늘 찍을 판을 몇 시간 정도 조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색을 조색합니다. 현재 에디션은 한 번에 30장 정도 찍는데, 이것이 다 에디션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고 품질이 좋은 것만 채택이 됩니다. 30장을 찍는데 대략 6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아무래도 손으로 일일이 프레싱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깨도 많이 결리고. 그럼 하루가 다 갑니다."
"다음날에는 바로 이어서 다음 컬러를 찍을 수 없습니다.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전시가 없다면 쉬거나 다른 일을 했을 것 같은데요. 쉴 수 없습니다. 바로 다른 작업에 대한 원화를 태블릿으로 그리거나, 다른 작업의 판을 조각하거나, 전시에 대한 상세한 기획을 하거나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준비 중에 있어요. 최근 몇 년 간 저와 장이가 삶에서 어떤 경계를 넘는 듯한 큰 변화들을 겪었는데 그런 과정들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고요. 타이틀에 경계가 3번 반복되는데 각각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요. 서울이란 경계를 떠나 남쪽으로 와서 비로소 우리만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것이 첫 번째 경계 없음(borderless)이고, 디지털, 아날로그, 일러스트, 디자인 등 다양한 방식을 넘나드는 정체성 없는 작업에 대한 것이 두 번째 경계 없음(boundless), 이러한 과정들이 녹아있는 제 작업들을 대중에게 선보일 용기를 낸 것이 마지막 경계 없음(guardless)을 의미해요. 어렵나요? (웃음) 거창한 의미부여를 하긴 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경계 풀고, 가드 내리고 만나자 뭐 이런…(웃음)"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이’ 전시 정보 보기
"그동안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이너와 마케터로 일했고, 지금은 판화 작업자로 새로운 2막을 시작하게 되면서 하는 일은 바뀌었을지언정 '영감'이라는 것은 늘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단어로 저에게 인식되고 있어요. 다들 비슷하겠지만 어쩔 땐 번개같이 빠르게 다가오고 어쩔 땐 깊은 심연에서 떠오를 줄 모르는 것이 바로 영감이거니와, 제가 그동안 했던 모든 일에 대해서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였으니까요. 판화 소재에 대한 영감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다양한 부분에서 자주 얻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주로 일상의 순간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나 풍경, 같이 사는 고양이 등 제 눈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전부 다 소재로써 한 번쯤은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파트너인 장이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기도 하고,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저는 혼자 여행을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긴 한데, 그래야 하는 필요성을 여태껏 전혀 느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혼자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본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때 느낀 건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고,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도 혼자 어디를 떠나봐야겠다...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지만요."
"그래도 혼자 가야 한다면, 일본을 다시 가 보고 싶어요. 코로나 직전에 일본 교토 여행을 갔었는데 풍경이나 음식이나 환경이 너무 좋았고요. 판화가 일상에 녹아져 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했었거든요. 맛있는 거 찾아 먹으면서 거리의 풍경도 많이 보고, 화방 같은 곳에서 쇼핑도 하고 싶고요. 운이 좋다면 판화 전시를 본다거나 하면 더 좋겠지요."
"저에게 판화라는 작업은 하나의 디자인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원화도 주로 태블릿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을 다시 판으로 옮겨 아날로그로 작업되는 것일 뿐이죠. 아날로그의 좋은 점이라면 손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이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고, 작업할 때, 특히 조각할 때의 집중과 몰입이 머릿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걸 느낍니다. 마치 명상처럼요. 물론 몸은 고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점들이 앞으로도 계속 판화를 하게 될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에 말씀드렸듯 하나의 디자인 방식으로써의 판화는 어떠한 브랜드의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굿즈로써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방식의 예술로써도 전용될 수 있을 것이기에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