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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Don't Hurry Be Artist, 서은송 작가와의 만남

by 하성민

<DONT HURRY BE ARTIST>

네 번째 아티스트, 서은송 @__kkingkkang

<DON'T HURRY, BE ARTIST>는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작업세계와 작업물을 소개합니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어렵기만 한 작업의 시간들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예술하세요.




'Don't Hurry Be Artist'의 네 번째 작가는 서은송 님입니다. 인터뷰 내용에서 만나보실 수 있다시피, 서은송 작가는 다재다능하여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종합예술인(?)으로 불립니다. 다양한 작업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삶의 즐거움과 생기를 만나보세요.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작업 소개를 해주세요.

"20대 초반부터 농부시장 ‘마르쉐’라는 파머스 마켓에서 일을 해왔어요. 5년 동안 일하고 최근에 퇴사해서 자유로운 반백수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백수라는 신분이 되어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경로를 타야 할까 생각이 많아요. 친구들이 종합예술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이 이것저것 많은데 한 가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없어서 더 관심 있게 파고들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요가랑 차 마시는 것, 술 마시는 것 열심히 하고 여전히 뜨개질을 야금야금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식물도 키우고 있고 기타도 열심히 계속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하는 것들 중 시간을 조금 더 쓰고 있는 것이 있나요?

"술을 꾸준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위스키를 자주 사 먹었었어요. 비싸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전에 하던 일이 생산자를 만나고 생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고 먹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보니까 바다 건너 어떤 환경에서 오는지도 모르는데 사 먹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재료들, 쌀과 과일로 만들고 양조하시는 분들이 제가 알고 있는 지역에서 작업하시니까 저한테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막걸리 말고도 전통주에는 술 종류가 많이 있어요. 최근에는 막걸리학교도 알게 됐는데 10주짜리 수업을 들으면서 테이스팅도 하고 술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술 쪽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중에는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서 이런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좋은 기회로 넷플연가 모임 플랫폼에서 팝업 식당 제안을 받았어요. 홍대의 넓은 공간에서 막걸리 소개해주는 팝업 식당을 하게 되었어요. 장수 막걸리나 느린마을 막걸리처럼 흔히 아는 막걸리보다 좀 더 넓게 소개하려고 해요. 보통 막걸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젊은 감각의 막걸리도 있어요. 디자인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다양하게 맛보면서 내가 알던 막걸리는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와인과 맥주 이런 술이 많이 소비되고 있는데,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오래되고 고유한 술 문화를 같이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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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큐레이션 하는 것과 만드는 것, 이 둘의 균형은 어때요?

"만드는 사람은 자기 철학이 있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고, 연구하는 장인정신으로 해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 만든 술을 먹는 것을 즐거워해서 열심히 소비하자고 생각해왔어요. 그게 전통주 업계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추천하는 막걸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막걸리와 증류주 사이에 ‘약주’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쌀, 물, 누룩으로 만들었을 때 보통 도수가 15도 정도인데, 막걸리는 건더기를 짜고 숙성시켜서 물을 타고 5-6도로 맞춰서 내요. 거기서 물을 안 타고 맑은 것만 따로 파는 게 약주예요. 18도-19도 정도로 와인 같은 느낌이고, 저는 약주 중에서 ‘장성만리’를 좋아해요. 예전에 양조장에도 가봤었는데 약간의 산미가 있으면서 과일향 같은 게 싸악 오고, 시원하게 먹으면 목 넘김도 깔끔해요. 밸런스가 좋아서 도수가 높다는 느낌이 안 들고 향이 깔끔해요. 750ml, 2만 원 후반 대인데, 와인 가격이라서 자주는 많이 못 마시고 기분 낼 때 한 번씩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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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키우게 되었어요?

"식물 키우는 것은 1-2년 정도 되었어요. 이 집에 이사 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전에 살던 집은 반 지하여서 밤이 메인이었다면 여기는 남향집이라 아침이 메인이 된 거예요. 낮에 집을 즐기고 싶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시간을 쓰니까 생활의 리듬이 달라졌어요. 예전 집보다 공간의 컨디션이 좋아졌고, 나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식물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이사하면서 선물로 식물을 받았고, 새싹을 열심히 내고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계절감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푸릇푸릇한 것들이 예쁘고, 아침에 물 주면서 한 번씩 보고, 예뻐서 조금씩 더 사고, 사실 집의 많은 부분에는 살아있는 생명보다 핸드폰 같이 죽어있는 사물들이 차지하고 있잖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좋아져서 조금 더 생기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최근에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썼는데, 내가 멀리서 봤던 대상이랑 내가 가까이에서 보면서 좋아하게 되면서 느끼는 것들이 다르더라고요. 식물도 식물마다 이름들이 있는데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술 이름을 알아가는 것, 요가도 자세나 호흡이라든지 그 안에 들어가서 알게 되는 다양한 이름과 말,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막걸리든 식물이든 좋아하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주 오래된 문화를 누리는 것, 그 세계에 풍덩 들어가서 엄청나게 넓은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즐거움이에요."


뜨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들고 하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크면서는 내가 필요한 것을 사지 않고 손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삶에 필요한 기술들을 갖고 싶었어요. 뜨개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대구 여행을 갔다가 미용실 이모한테 2시간 동안 코바늘 수업을 듣고는 그때부터 뜨개질에 미쳐서 지하철만 타면 뜨개질을 했어요. 반복적인 동작으로 손끝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인터넷에서 혼자 찾아보면서 계속 해왔어요. 첫 작품은 러그로 시작했고, 조명등도 예쁜 게 많겠지만 떠보고 싶어 직접 떠보게 되었고, 의자 커버도 뜨고, 의자 다리 커버처럼 작은 것도 만들고. 여름에는 텀블러 백도 만들고, 예전에 옷을 만들다가 망했었는데 요즘 다시 나시를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어요.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더라고요. 실용적인 기술들을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욕심인 것 같아요."


기타도 치는데 어떤가요?

"저희 외가 집이 삼촌도, 사촌오빠도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화목한 집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랑 같이 노래 부르고 기타 치는 것이 익숙한데, 삼촌 어깨너머로 배웠던 노래들이 김광석 이런 노래니까 자연스럽게 기타를 얻어서 쳤어요. 운지 배우고 했으니까 코드표 보면서 쉬운 노래부터 독학을 했어요. 기타는 조금씩 계속해서 실력이 확 늘거나 그렇진 않지만 악보 검색해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저는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 친구들과 집에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그런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그러다가 노래를 만들어볼까, 밴드도 좀 해보고 싶은데, 그런 생각들을 항상 해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아직까지는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당장은 이것을 작업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부터 놀이고 어디부터는 작업이다,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표현을 한다거나, 돈을 번다거나, 창작활동이라든가 연결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노래도 열심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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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운 지 얼마나 되었어요?

"요가를 이전에 배워보기는 했는데 유연성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저랑 안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오히려 근력을 키워야 유연성이 따라온다고 근력 위주로 수업을 해주시니까 요가가 이렇게 힘든 운동인지 몰랐던 거예요. 버티고, 땀나고, 이런 요가가 있다는 것을 지금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3개월이면 몸이 만들어질 거라고 하셨고 아침 6시 반에 나가 1시간 20분간 아쉬탕가를 힘들게 하는데 요가하고 집에 오면 아직도 아침 9시여서 하루가 긴 거예요. 아침에 여유롭게 차도 마시고 자유인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안 되던 것들이 조금씩 되는 게 느껴지고 팔에 근육이 붙고 내 몸에 붙어있는 근육을 쓰는 느낌이 들어서 6개월 동안 계속 몸이 아팠어요. 등 근육이 특히 아팠는데 그동안 등 근육을 쓸 일이 없었겠죠. 안 아프면 뭔가 이상해서 더 힘들게 하고. 몸을 쓰는 것이 낯설면서도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요가에 푹 빠졌어요."


그러면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떠나요?

"요즘은 요가를 다녀와서 차 마시고, 요가 안 가면 차 마시고 밥 먹고, 그다음에는 뜨개질도 했다가, 기타도 쳤다가, 책도 읽었다가, 수요일마다 막걸리학교에 가고 밤에는 술 마시고. 그런데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이제는 10시면 졸려요. 놀면 피곤해, 돈도 들고,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잘 안 놀아요. 예전에 살던 집은 파티하우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놀았나 싶어요. 지금은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야 하고, 현재 집으로 이사 후에 리듬이 바뀐 것 같은데 저는 이 리듬이 좋아요."


표현하고 싶은 키워드나 문장이 있을까요? 하나의 주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사랑을 하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싶어요. 저는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 되었는데, 사회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면 기분 나쁠 때 좋아하는 것을 꺼낼 수 있잖아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무기들을 사람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다양하게 좋아하는 분야들이 있을 텐데, 같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면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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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작의 씨앗이 발아하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작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라요?

"술, 뜨개, 음악, 요가 모두 앞으로 적절하게 키워나가겠지만 이렇게 사는 또래가 한국사회에 많이 없고,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누구한테는 직장생활 5년의 보상일 수도 있는데 사실 그 5년 동안도 이렇게 살아온 거기도 하잖아요. 일상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문화예술적인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아웃풋이 아직 명확하게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상태라서 앞으로 어떻게 열매가 맺힐지 궁금해요."
"백수가 되었고 살 길을 모색해야 하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나도 내가 한 것들을 모아서 내놓아야 이런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글이든 음악이든 뭉쳐서 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독립출판도 성공을 하던 안 하던 내놓을 수 있는 거잖아요.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뒤에 붙는 것이 작가가 될지, 프리랜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을 빨리 나에게 붙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식물을 보면서 ‘조바심을 내지 말자’, ‘마음이 급한데 올해는 있던 돈 쓰고 아무것도 하지마’ 이렇게 마음을 먹고 퇴사를 했기 때문에 결과물을 내는 것에 강박을 갖지 말자고 스스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년 즈음에는 결과물을 정리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싶고 음악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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