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Hurry Be Artist, 전서영 작가와의 만남
<DONT HURRY BE ARTIST>
세 번째 아티스트, 전서영 @damienjeonart
<DON'T HURRY, BE ARTIST>는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작업세계와 작업물을 소개합니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어렵기만 한 작업의 시간들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예술하세요.
'Don't Hurry Be Artist'의 세 번째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서영입니다. 합정역 근방, 카페 무대륙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비 오는 날씨에 만나 본 전서영 작가님의 모습은 에너지 넘치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물씬 풍겨 왔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데미안 전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일러스트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처음에는 만화를 하고 싶었어요. 만화는 스토리, 연출, 그림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이 중에서 저는 그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때는 만화 한 컷을 크게 키우는 게 그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려면 일러스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러스트라는 게 파인아트라고 불리는 회화와 경계가 애매하잖아요. 파인아트는 갤러리에 걸리는 작업이고 일러스트는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대중적, 상업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 그걸 더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제 그림이 여기저기에 프린트되어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하려고 하는 장르로는 에디토리얼(Editorial)이라고 불리는 작업인데, 잡지나 신문기사를 그리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사진위주로 만들어지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전부 일러스트로 하고 있어요. 순수예술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감각을 주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일러스트는 목적과 스토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더욱 잘 전달하는 역할이에요. 신문기사를 읽지 않고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하고 거기에 내 스타일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보람이 있더라고요."
"미국에서 졸업하고 교수님 어시스트로 하다가 들어왔어요. 최근에는 아트북을 위주로 만드는 영국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이 하나 나왔어요. 저는 단편작품 중에 하나를 맡아서 일러스트를 그렸어요. 졸업하자마자 처음으로 맡은 책 일러스트 작업이라서 저한테 의미가 남달라요. 그 외에는 졸업 후에 독립잡지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많이 그렸어요. 한국에서는 언유주얼(An Usual) 매거진 내지에 일러스트 작업도 했고요."
"아무래도 영국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경험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가장 큰 일은 잇츠 나이스 댓(Its nice that)에 소개되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최근까지는 해외 웹진 리튬(Lithium)에서 1년 정도 기사 일러스트를 담당했어요."
"듁스 커피(Dukes coffee)라는 공간을 좋아하는데 바리스타 분들이 먼저 편하게 말도 걸어주시고 친절해요. 최근에 아침 요가를 시작해서 7시에 요가를 하고, 씻고, 밥 먹고 이 카페로 가요. 카페에서는 일기를 쓰면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가서 밤 11시까지 작업을 해요. 집에 장비가 있다 보니 집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집은 일도 해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쉬는 공간이 분리가 안 되니까 카페에서 쉬자 해서 밖에서 쉬고 작업하러 집에 가요. 직업이 워낙 외로운 직업이잖아요. 말할 일도 없고 하루 종일 음악만 듣고 그림만 그리고 일만 하다 보니 카페에서 바리스타 분들이랑 대화도 하면 힘이 되거든요. 저한테는 카페라는 곳이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고 제 일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작업 시작 시간은 정해져 있지는 않은데 매일 적어도 5시간은 하는 것이 루틴이에요."
"요가 자체를 한 건 1년이 되었는데 아쉬탕가를 시작한 지 2주밖에 안됐어요. 재밌고 많이 힘든데 일상의 큰 자극이 되더라고요. 요가는 안 되는 동작이 되는 기쁨이거든요. 느는 게 바로 보여서 수련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어떤 경지로 가는 거잖아요. 졸업하고 나면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는,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요가를 하면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어제 할 수 없는 걸 오늘 할 수 있게 되어서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오늘 한 작업에 따라 별로인 하루가 되고, 그러면 내가 별로인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그림을 안 그리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항상 일러스트레이터 전서영이라고 소개하는데 다르게는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그 외에는 딱히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모르겠다 보니까 거기에 휘둘리는 게 싫었어요. 그렇다고 항상 좋은 작업이 나오지는 않잖아요. 스스로의 작업에서 성취감을 얻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풋’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본 것, 읽은 것에서 나온 것이 영감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를 채우려고 해요. 책이나 음악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들이 비지 않도록 계속 채우려고 하고 있어요. 추출하는 방법은 일기를 쓸 때 보통 많이 생각하고 최대한 아이디어 꺼내려고 해요. 내가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여기에 집중하고 있고, 이런 거를 그려보면 어떨까 하면서 그리려고 하죠. 일기를 쓰는 건 기록이라고 하기보다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 주려는 거예요."
"휴일에 다른 사람이랑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작업하는 친구들끼리 시간 맞는 날 맞춰서 그날 쉬고 다른 날 작업해요. 여행을 간다면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수학여행 이후로 가본 적이 없어서 판타지예요. 사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하던 대로 할 것 같아요. 카페 다니고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풍경 즐기고 쉬다가 오고 싶어요."
"하나만 집자면 소통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이것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가를 아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에디토리얼 작업을 하고 싶은데 지금 제 그림은 거기서 벗어나 있어요. 그림을 바꿔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리는 그림과 하고 싶은 일이랑 차이가 많이 나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 개인 작업을 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티스트로서 제 개성이 뚜렷한 거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잡지나 신문 쪽 일은 읽기 편하고 깔끔한 것을 선호하는데, 제 그림은 특이하다거나 개성이 뚜렷해서 딜레마를 가지고 있어요. 둘 다 가져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겠죠."
"제 작업을 소개할 때 ‘Fantasy and Reality’라고 말하는데 이 둘이 섞여있다고 표현해요. 일상의 순간들을 캐치하고, 그 안에 상상이나 판타지가 들어있는 거예요. 일상처럼 보이지만 조금 비틀어서 다른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바리스타님이 작은 요정이 돼서 커피를 배달한다든가, 아파트 단지의 모습인데 벚꽃나무 위에 귀신이 있는 것 같은 그림이에요. 너무 나랑 다른 세계를 그려놓으면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일상적인 공간을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그림을 보고 나서 아파트 단지를 보면 ‘저기에도 귀신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상적일 수 있지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요. 사소하지만 말을 하자면, 최근에 우울함에 대한 작업을 하는데 너무 우울한 장면을 그리는 것은 피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보고 우울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거든요.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색을 밝게 쓴다든 가의 식으로 예쁘게 표현해서 부정적으로만 우울을 바라보지 않도록 했어요. 아직은 많이 멀었지만 선한 영향력으로 지루한 일상이 좋아 보이게 그려내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데미안 전’ (전서영) 은 뉴욕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였으며 이후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판타지와 현실을 믹스한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기며 글램락과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실험적인 이미지들을 강렬한 색들로 표현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