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1010

by 시야

<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0월10일

오늘은 화요일, 화요일은 ‘소성리할매들과 춤을’

처음 서먹서먹해 하던 평여인들은 화요일 밤이 되면 소성리로 작업하러 올라오고

작업은 할매들께 춤을 갈쳐주는 것이다.

할매들은 화요일마다 율동배우는 날이라고 모인다. 추석연휴기간동안 실컷 노니라고 빼먹었더니, 다시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익혀왔던 율동은 “내 나이가 어때서”와 “바위처럼”인데, 오늘 또다시 처음부터 동작하나 하나 설명해가면서 배워야 했다. 다행히 여러 번 연습한 흔적이 있어서 조금은 헷갈려 하시고, 속도를 맞추는 걸 힘들어하시지만 처음보단 훨 수월하게 하시는 듯 해서 보기좋다. 태환언니와 옥술엄니, 용봉엄니 그리고 상순언니와 광순엄니는 동작을 익힐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반면, 금연엄니는 손뼉만 열심히 치시는 것이 영 흥미없어 보이긴 하다. 상돌엄니는 마음은 따라 하고픈데, 팔다리가 성한데가 없다면서 아파서 흔들어대질 못하겠다고 하신다. 규란엄니도 앞에서 갈치는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열심히 하시는데 웃느라고 놓칠 때가 많다. 우리가 열심히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동안 드럼통난로위에 올려놓은 고구미가 탄다.

일주일에 한번 할매들과 춤을 춰야 하니, 다음주 화요일에 만나면, 아마도 동작을 까묵을 확률이 높다. 여러 가지를 할 겨를도 없다. 올 가을동안, 두 곡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바위처럼’ 율동은 앉아서 한다.

오늘따라 간식거리가 많다. 드럼통난로가 있으니, 오징어도 구워서 뜯고, 군고구마도 먹고, 사과도 깍아서 한 조각씩 나누었다. 소성리의 밤은 풍족하다.

이야기도 풍족하다. 금연엄니가 며칠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사드배치가 완료된 후에 마을할배들도 열받아서 경찰들은 꼴도 보기싫다고, 경찰들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무조건 막았다. 하루는 경찰들 밥차가 마을 안쪽 길로 가로질러 지나가다가 봉정할배한테 딱 걸렸다. 다시는 마을 앞으로 밥차가 지나가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 사건이 있었다. 그 현장에 내가 없어서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봉정할배가 길 한가운데를 막고, 밥차운전자를 엄청 야단을 쳤었나보다. 그 자가 직접 자필로 쓴 각서가 온라인에 올라온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소성리마을 도로 검문대에 금연엄니가 앉아서 지키고 있는데, 밥차운전자가 짐이 많아서 차로 올라가겠다며 허락을 해달라고 한 모양이다. 밥차 운전자와 탑승자까지 사람도 네명이라면서 차로 올라가자는 거다. 금연엄니가 밥차로는 안 올라가겠다고 각서까지 썼는데 그라면 되냐고, 안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거다.

밥차의 운전자와 탑승자들은 입이 닭나발이 되어서, 차는 소성 삼거리 밑에 주차해놓고, 바퀴달린 구르마에 박스를 두 개씩 포개서 질질질 끌고 올라오더란다. 검문대 앞 넓은 길 한가운데로도 못 지나가고 건너편 끄트머리에서 질질질 끌고 경찰숙소가 된 빌라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문턱이 있었는지 철퍼덕 자빠져버린거다.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 담긴 박스가 자빠졌으니,,, 그들이 성질을 버럭 내는 소리가 검문대까지 들렸을 테지

금연엄니가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는 “와요? 내가 넘어뜨렸나? 지들이 넘가 뜨리 놓고 와 성질이고?” 하셨단다. 그 사람들 밥차 못 올라가서 불편타고 불평불만 가득하겠지만, 소성리에 사드 들어간 마당에 경찰들이 뭐가 이뻐서 그 입에 들어가는 밥 실어 나르는 차를 넣어줄까? 때마침 다시는 안 다니겠다고 각서까지 쓴 놈들이 각서대로 밥 들고 안 들어와야지,, 그것도 벌어먹고 살거라고 실고 다닌단 말인가?

아무튼 금연엄니의 재치 넘치는 순발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밥차에 각서받아낸 봉정할배의 마나님이 바로 금연엄니다. 두 분이 어찌 그리도 마을지킴이를 기가 막히게 잘 해내시는지. 지혜와 재치, 긴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봉정할매-할배 두 분이 오래오래 소성리에서 사드를 뽑아낼 때까지 만수무강 하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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