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1014

by 시야

<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0월14일

“오늘 배 잡았다. 할마이들 무대에 올라서 노래 실컷 다 부르고 내려올라캉께, 사회보는 여자가 우리더러 데모할라는 거 같다 카는거 있제. 시발사드 나오고,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막 하니까, 사회자가 그카고 있는거 있제”

오늘은 초전농협 조합원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소성리주민들도 초전면민으로 아침부터 참가했다. 체육대회 마지막 순서가 초전면 동별 노래자랑이었나보다. 소성리엄니들도 노래자랑에 참여한다고 무대 위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은 이야기를 금연엄니가 배꼽이 빠질 듯이 우습다고 전한 말이다.

소성리엄니들은 요즈음 성주군이나 초전면의 행태가 매우 불만스러워서 관공서행사에 나서고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럴 기분도 아니다. 이번 초전농협 체육대회도 소성리 남자들은 “그래도 지역면민들이 한데 어울리는 자린데 우리마을만 빠지면 되나? 참여해서 어울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여성들은 그럴 마음이 안 생긴다.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전농협 조합장이 친히 임순분부녀회장께 연락을 했다. 이번 체육대회에 소성리엄니들이 다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조합장과는 오랜 인연이 있었다. 어려울 때 나몰라라 할 사람은 아니었던 신뢰가 조금은 있었던 사이라고나 할까? 임회장도 단칼에 거절할 수는 없었나보다. 그리고 지역민들과 언제까지 등지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통크게 참여하기로 소성리엄니들과 의논하여 결정하였다. 그리고 체육대회 때 먹을 송편을 빚었던 것이다.

초전면민은 아니지만, 엄니들 체육대회하는데 응원이나 가보자는 미라니의 말에 나도 점심시간 전에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초전중학교에 도착했다. 마을마다 자리를 만들고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소성리엄니들이 어디 계시나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였다. 성주군청의 총무과장이 먼저 걸어나오고 있었다. 눈이 살짝 마주쳤지만, 이내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사방으로 어리숙해 보이는 군직원들이 산만하게 흩어져있었다. 그 뒤에 성주군수 항고니가 뭔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걸어나오고 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것을 의식했으나 갈길이 바쁜지 인사도 없이 바쁘게 나갔다. 그 뒤로 똥씹은 표정의 군 총무과 직원들 몇몇이 지나가고 항고니부인이 뒤처져서 그 와중에도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일사분란한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퇴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규란엄니가 나를 발견했다. 나를 데리러 나오셨다. 바로 내가 서있던 오른편에 테이블이었다. 소박한 상차림이었지만, 이내 송아저씨가 몇 접시를 들고오고, 정수씨가 몇 그릇을 들고오더니,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은 넘쳐났다.

계주달리기가 시작되자, 전혀 잘 달릴 거처럼 보이지 않는 배가 불룩한 남자, 다리가 짧은 남자, 비짝 곯아보이는 남자, 덩치가 산만한 남자, 쌩쌩하게 달리는, 아니 미친 듯이 쌩하고 달리는 것을 봤다. 투호던지기며, 재기차기며, 쉴새없이 마을 대 마을 순위를 뽑는 게임은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마을마다 펼쳐놓은 천막부스에는 정치 좀 한다는 작자들이 돌아가면서 다 들어온다. 곧 지자체선거가 있을라고 하니, 군수후보로 나선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찾아온다. 시의원들도, 조합장들도, 다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해댄다.

곽 군의원이 술이 취해 불콰해진 얼굴로 찾아와서 소성리엄니들 앞에서 쓸데없는 농을 하니까, 광순엄니가 정색을 하고는 “우리는 사드배치 반대하는 소성리주민들입니다. 군의원인 당신, 사드배치 반대합니까? 찬성하면 우리 앞에서 술주정하지 마세요” 하면서 종가집 맏며느리의 위엄 있는 호통을 치신다. 곽의원은 정신을 못 차린 듯, 실실 웃어가면서 변명과 핑계를 대고 있다. 소성리엄니들 눈에 그런인간들은 얼마나 ‘실없는 놈’으로 비쳐질까?

그리고는 오늘 초전농협 체육대회가 시작될 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주군수라는 자가 초전면에서 큰 행사를 하니까, 명색이 군수랍시고, 인사를 하러 찾아온 모양이다. 군수가 단상위에 올라서 연설을 할려고 하니, 소성리의 주민들이 뒤에서 앞으로 나가면서 군수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소성리 팔아먹은 김항고니는 물러가라”고 거세게 항의를 했다. “사드배치 반대한다. 불법사드 철거하라”는 소성리엄니들의 구호소리에 성주군수가 기가 팍 죽었는지, 인사말도 제대로 못하고는 찌그러졌다고 한다.

원래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을별로 돌아다니면서 초전면민들과 악수를 하고, 차기 선거운동을 할려고 했을테지. 그런데 뜻대로 안된거지.

소성리엄니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성주군수가 감히 어디서 세치의 혀를 놀리고 다닐 수 있을까? 앞에 나서지 못한 군수는 무대뒷편에 숨어있다가 그 때 부리나케 줄행랑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초전농협 체육대회가 한창 물이 오를라고 할 때, 송영무국방부장관이 성주를 방문한다고 소식이 전해졌다. 긴급히 항의행동을 하자는 내용들이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지난 한민구장관 왔을 때만큼은 성대하게 환영해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던 성주주민들과 사드반대하는 연대자들이 송영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쫄았을까? 성주에 방문하겠다고 한 국방부장관이 불과 몇 시간만에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성주사람들은 일하다가 시간맞춰 나갈려고 요이땅 준비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김만 빠진 셈이다.

소성리엄니들도 요이땅 준비하고 있었는데 싱겁다. “송영무장관 실망했어.”

사드 때문에 일상의 복귀가 어려웠던 엄니들이, 이번 체육대회에서 아니나다를까 성주군수 김항고니 기를 팍 죽여놓았다. 앞으로 엄니들 지역의 무슨 행사든 빠질라고 할 것이 아니라. 더 당당히 참석해서, 소성리엄니들의 기운찬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사드배치를 정당화시킬려는 저들의 음모에 맞서, 만천하에 소성리주민들이 매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알려내야 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초전면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며, 사드를 반대하는 소성리엄니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당신들은 이 투쟁을 지지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겠다.

저들이 감히 소성리엄니들 보는 앞에서 계속 거짓말을 참말처럼 늘어놓지는 못할테니 말이다.

소성리는 오늘 “평화하자” 페스티벌이 벌어졌다.

평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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