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201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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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소성리 야간시위>

2017년10월13일

성주전통시장을 거쳐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이불가게, 지난번에도 지나가다 들렀던 곳, 월동준비를 하긴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에 맴맴맴 맴돌기만 한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무작정 가게를 들어간거지. 괜찮은 카페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면서.

소야의 내 집필실 바닥이 아주 차가울 거 같다. 엉덩이가 시렵겠지. 잠시 잠깐 누우려고 해도 입돌아갈까봐 누울 수 있을까? 보일러는 내가 고쳐야겠다. 임대료 한 푼 안 내는데, 주인장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을테고. 전기세나 물세 등 각종 세금 내는 것도 없이 혜택을 받으면서 내 공간으로 쓰는건데, 난방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지. 어떻게 할까? 머릿속에서 맴맴맴 맴도는 생각뿐이다.

이불가게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손때를 묻힌다. 난 물건을 제대로 볼줄도 고를 줄도 모른다. 꼼꼼하게 따지고 묻지도 않는다. 주인이 괜찮다고 추천하면 믿고 따르는 걸로. 그러다 내 손길에 잡힌 뽀송뽀송한 담요이불세트가 방금 전 창고개방해서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고 주인이 추천해주신다. 가격이 일단 괜찮은 듯, 이불세트라는 게 당최 어울리기나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서 잠시 갈등하다가 저질렀다. 보드라운 담요의 감촉이 무진장 좋다. 내 방에 들고가서 깔고 덥고 누웠다. 새 이불이라,, 이런 살림 장만하는 재미가 솔솔.. 소야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이를 어쩔! 쫓겨날때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있어야지..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춥다. 소야의 밤은 더 추운 듯 하다. 드럼통 난로위에 고구미가 가득 올려져있다. 나도 오늘 산 고구미 한 박스 기부했다. 고구미 하나 얻어먹고 한 박스라... 이문이 괜찮은 장사인 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라고 해야지

임회장님 말씀 들으니, 처음 마을회관 앞에 모금함을 두었단다. 연대자들의 밥을 챙겼다. 모금함에는 돈이 제법 들어왔다. 그 돈으로 지금까지 마을회관의 부엌을 운영해왔다고 하신다. 마을 사람들의 밭작물들이 공수되기도 했다. 반년동안, 정말 알뜰살뜰 살림을 사셨던거다. 그리고 대단히 많은 물품후원이 들어왔던 거다.

이상하게 엄니들이 안 나오신다. 오늘은 무대공연을 위해 합창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이상타. 알고보니 모두 마을회관 안에서 송편을 빚고 계신다. 내일 초전농협 체육대회 출전하신다. 음식준비를 위해 모여서 송편을 빚는다.

태환언니는 도토리알밤 묵을 가져오셨다. 빨간다라이에 붓고 걸러내고, 저어대던 그 도토리묵을 완성한거다. 모양 이상하면 안 낼거라고 하더니 성공한 모양이다.

부엌에선 멸치다시국물을 팔팔 끓는다. 멸치의 비릿한 냄새가 구수하니 위장을 자극한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파와 고추를 쏭쏭 썰어서 만든 양념장이 맛깔스럽게 찬통에 가득 담겨있다. 김치는 쫑쫑 잘게 썰었다. 곧 묵채를 먹을 수 있으려니 요동치는 위장에게 잠시만 기다려라고 타일렀다.

반주기로 은방울자매님 노래 연습을 한판 했다. 이건 일요일 김천촛불 공연할거다. 그리고 모두 합창연습을 했다. 내일 초전농협 노래자랑에 나갈 노래다. 그리고 “평화하자”페스티벌 콘서트에 나갈 노래연습이다. 엄니들 스케줄이 빡빡하다. 몇 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도 사람들은 묻고 또 묻는다. 아이고 입이 아프다. 엄니들도 헷갈릴 듯.

나야 뭐. 일요일 김천 촛불에 잘 모셔드리면 될 일이다.

드뎌 묵채를 먹을 시간. 엄니들의 정성이 듬뿍 담기고, 손맛이 지대로인 묵. 부드럽고 고운 묵을 잘게 잘게 썰어서 그릇에 담는다. 멸치다시국물을 붓고, 그 위에 양념간장과 김치를 얹었다. 산에서 주운 도토리 100% 오리지날 묵. 역시 쌉쌀하니 담백하고 맛난다.

식감이 아주 부드럽다.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에 태환언니는 묵을 한 봉지 싸준다. 귀하디 귀한 묵을 어찌 싸준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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