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0월16일
평교주님은 들에서 마음대로 자란 들꽃과 들풀로 만든 화관을 내머리에 씌워주셨다. 나는 화관에 잘 어울릴 거 같은 풀색 앞치마를 둘렀다. 다른 이들이 “평화하자”를 외칠 때, 나는 “약초 사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약초로 만든 차와 약초로 볶음 소금과 약초로 만든 카스테라, 머핀을 진열한 평화장터에 서서 배시시 웃으며 호객행위를 하느라, 내겐 평화는 장터가 잘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평화하자가 장터하자는 말로 헛들리기도 했다.
화관을 쓴 내 모습이 너무 이뻐서 기분좋은 제1회 모든 핵을 반대하는 “평화하자”페스티벌하는 날. 나는 오후 3시 전부터 장사할 물품을 챙겨서 소성리로 향했다.
평화장터는 기막힌 사연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날은 8월14일 월요일이었다.
사드부지가 소성리로 결정되자, 모든 촉들이 소성리로 집중될 때 소성리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소성리주민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성주와 김천, 원불교를 비롯해서 사드반대단체가 모여서 함께 만든 곳이었다. 그런데 성주투쟁위의 김충환씨가 소성리 종합상황실의 통장지급정지를 시켜버린거다. 성주투쟁위의 명의로 된 계좌다. 소성리의 사드반대투쟁을 지지하는 전국의 연대자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줬던 통장이다. 문정권이 8월말까지 사드를 추가배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였다. 소성리의 주민들을 비롯해서 사드반대 세력들은 모든 촉수를 청와대와 국방부로 세워 사드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중대한 시점에 통장지급정지를 시키다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소성리주민들은 더 세게 맞은 기분이었을거다.
“한마디로 전쟁터 내보내놓고, 총알 다 뺏아간거 아니가?” 총알을 다 뺏긴 사람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바 아니다. 가장 전선에 서 있는 소성리, 투쟁현장에, 통장을 쓰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은, 핍박하겠다는 뜻이지.
자본과 정권의 방법이다.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을 핍박하는 수단이 돈으로 매질하는 거다.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겪었다.
제주강정의 구상권청구가 그렇다. 밀양과 삼평리의 송전탑공사를 막아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소송이 그렇다. 주로 자본과 정권이 돈줄을 쥐고 사람들의 목을 옥죄는 방식의 야비하고 치사한 수법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위원장이 자신의 지역민들에게 한 행위다. 마치 소성리에 엄청난 부정과 부패가 도사리고 있는 양 온갖 몹쓸 말들을 늘어놓았다. 거짓된 말을 참말인양 큰소리쳐댔다. 소성리의 전투를 고립시키고 싶었을까?
안팎의 악조건속에서도 소성리는 치열하게 전투를 치러냈다. 그리고 통장은 여전히 지급정지 된 상태로 투쟁기금은 아무 구실도 못한 채 종이쪼가리로 꽁꽁 묶여져있다.
그 때 평화장터는 문을 열었다. 소성리 사정이 알려지면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소성리전투에 작은 보탬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주 작은 보탬, 하나는 소성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둘은 시중에선 만날 수 없는 고급스런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성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약초로 만든 차며, 약초로 볶음 소금, 약초로 구운 빵, 돼지고기를 삶을 때 쓰는 약초들, 약초농가에서 아주 좋은 조건의 물품을 제공해주었다. 판매수익금은 모두 소성리투쟁에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셋은 소성리주민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고립감이 깊었을 소성리엄니들, 초전어른들에게, 자신들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나홀로 자화자찬을 한다.
거기다 돈을 벌었다. 그 돈은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출범할 때 종잣돈이 되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상당히 매출을 올려 수익금을 냈다.
매주 수요일 소성리 집회와 토요일 촛불문화제에만 펴는 평화장터로는 꽤나 괜찮은 실적인 셈이다. 아마도, 소성리의 싸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십시일반 정신이 모아진 결과일거다.
내일은 멋진 손글씨 현수막을 제작할거다. 성주에 명필 서예예술가가 계신다. 소성리투쟁에 보탬이 되고자 자신의 글씨를 현수막에 기꺼이 내어주시겠다고 한다. 작은 사이즈 현수막을 소성리기념품으로 판매해도 좋을 거 같다. 전국에서 오신 분들이 자신의 집이나 가게, 직장에 “사드뽑고 평화심자”를 달아놓을 수 있으면 멋질 듯 하다. 도시마다 “평화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으면 좋을거 같다. 걸려있는 건 예술작품인게다. 상상만 해도 아주 멋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려는 자들, 국가고위관료들과 배부른 자본가들뿐이랴.
얄팍한 지식 몇 줄과 알량한 자만심이 부추긴 독단과 오만한 행태가 나은 결과는 고작 김충환이란 이름으로는 소성리로 올라오지 못 할 뿐이다.
단결하여 싸워도 거대한 국가공권력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내부를 균열하게 만들고, 이간시키고, 적과 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저급한 인식으로 앞에 나선 죄가 크다. 뒤따르는 무리를 무지몽매한 길로 이끌었으니, 그 죄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