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11일
오늘 드뎌 오소리기름을 얻었다. 성주포천계곡 산골에 사는 배샘이 오소리를 키운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쭈었다. 배샘은 흔쾌히 오소리기름을 내게 나눠주셨다.
올해 봄날에 서울상경하면서 달리는 버스안에서 커피를 태우다가 그만 뜨거운 물을 엎어버렸다. 내 오른팔뚝에 쏟은 뜨거운물로 화상을 입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약국을 찾아서 응급처치를 했다. 노원장님이 밤늦게라도 진료를 봐주시는 덕에 치료는 잘 했다. 그런데 화상흉터가 남은거다.
그때 화상에 관한 여러 가지 민간치료법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오소리기름이었다. 화상입자마자 오소리 기름을 바르면 말끔하게 상처하나 안 남기고 치료가 된다는 설이었다. 그 말을 따르고 싶어도 이미 병원치료를 시작하자 내 팔뚝에는 하얀크림같은 연고를 듬뿍 발라 붕대를 칭칭 감고 다녀야했기 때문에 오소리기름을 바르고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화상입은 자리에 새살이 돋아났지만, 죽은살이라고 표시라도 하듯이 화상자국은 선명하게 남았다. 여름날 뜨거운 볕에 얼굴이 그을려서 피부가 까맣게 타기도 하지만, 유독히 화상흉터가 내 눈에 거슬렸다. 살이 아물어 단단해 지면 타투라도 할까 고민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오소리기름을 발라서 효능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배샘도 인체실험으로 내게 오소리기름을 주신다고 하니, 화상직후에 발라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이미 흉진 자리에 발라서 흉을 없앨 수 있다면 이도 참 대단한 발견이 아닐는지, 일단 발라보자.
오소리기름은 오소리로 만든다. 야생동물을 잡아서 기름을 짰다. 인간이 잔인하다고 비난 할 사람들이 많을 듯 하다. 나도 마음이 썩 편치는 않다. 분명한건 필요한 만큼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없이, 쓸모없이, 마구잡이로 살생하는 것은 천벌을 받아야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은 사냥이 되었던 무엇이 되었던 고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전혀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라고 생각한다.
오소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을테니 ...
소성리에 교통사고가 잦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다. 며칠 전 구사일생으로 살아 도망친 너구리를 보았다. 다음날 탕이 된 너구리는 교통사고로 변을 당했다.
오늘은 소성리 토요촛불문화제를 마치자, 두 어른이 룰루랄라 뒷풀이 안주를 만든다고 마을회관 부엌에서 뚝딱뚝딱 거린다.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볶은 고기 한접시와 두루치기 고기 한 접시가 안주로 등장한다. 멧돼지고기다. 질길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야들야들 부드럽고 질근질근 씹어보니 목구멍으로 술술 잘 넘어간다. 물론 요리사의 양념이 맛있었다.
이 멧돼지도 사연을 들어보니 소성리 도로에서 어슬렁 다니다가 그만 차에 치어서 돌아가신 모양이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멧돼지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거다. 사고로 사망한 것은 안타까우나 그냥 버려두기는 아까웠나보다. 이웃사람들 중 멧돼지 고기를 먹을 사람을 찾아서 나누었다고 한다. 소성리로 제일 부드럽고 연한 놈이 보내졌다고 한다. 오늘의 요리사가 실력있는 사람이라,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고 멧돼지의 명복’을 빌면서 소성리에서 고생하고 있는 평화지킴이들에게 좋은 술안주 이자 영양식이 되어준 살신성인의 정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늘 기억될 것이다.
며칠전에는 고라니도 교통사고를 당해서 고기를 해체했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되었다. 산골짝 시골마을이다보니 야생동물들이 마을가까이 내려와서 놀다가 사고를 많이 당하나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사고당한 녀석들의 고기를 무척이나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그냥 묻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신 거다. 아니 좀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동물의 헛된 죽음이라고 보신거다. 죽더라도 누군가의 식량이 되어 지구를 존속시킬 수 있도록 명예롭게 보내줘야 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건 잔인하거나 야만적인 것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연의 섭리, 이치를 따르는 차원에서 본다면 낭비하지않는 것이다. 순환하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자연으로부터 얻어야 하는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고기를 선호하지 않다보니 먹는 사람만 고생스럽다는 것이 함정이다.
오늘은 유난히 추위를 느꼈다. 아,, 내가 춥다고 말하는 거 보면 겨울이다. 토요촛불을 하는 동안 난로는 집회공간의 한가운데로 옮겨졌다. 나는 오늘도 평화장터를 열었다. 소성리주민들이 농사지은 들깨로 기름을 짜서 팔았다. 잘 안 될거 같아도 사부작사부작 짜놓은 들기름은 다 팔렸다. 임순분부녀회장님은 들깨 하다가 양파심고, 마늘심고, 수확한 마늘 손질하고, 감수확하고, 참외농사 빼고는 다 짓는다고 하더니 정말 이것저것 손 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초대받은 곳도 많아서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바쁜 일 치러내는라 고생하셨는데 앞으로 더 고생길이 기다리고 있다. 12월부터 영화‘소성리’ 공동체상영을 시작하면 초대당할 일이 훨씬 더 많아질거라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오늘도 앞으로 어찌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신가보다.
내가 베니스영화제 가방모찌로 간택될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임회장님과 금연엄니를 모시고 쫓아다녀야 할 듯하다. 수 아재가 같이 베니스로 가자고 해서 빵 터졌다. “어델 넘봐”
잘되었다. 평화장터가 수요집회와 토요촛불에서만 열었는데, 공동체상영을 하게 되면 찾아가는 평화장터로 운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할매들 태우고, 물건 가득 실은 차로 가서 빈차로 돌아오는 전략으로. 임회장님이 내 말을 실컷 듣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린다.
오늘 영화‘소성리’쇼케이스 음악 너무 좋았다. 예고편 영상에 실린 노래를 직접 들었다. 음색이 특이해서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 하다. 전체적으로 자연과 아주 가까운 느낌의 음악들이다. 쇼케이스 하나 장만해야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다.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들, 찾아서 봐야겠다. 지금의 행복한 우리들의 시간이 조금은 더 길게 갔으면 좋겠다.
소성리의 밤공기는 매우 차지만, 난로는 무척 뜨겁다. 소성리의 평화지킴이들도 매우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