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20171110

by 시야

<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10일(금)

아침부터 수 아재가 우유병을 들고 나타났다. 소성리경계근무 당번인 내게 주려고 아내분이 만들어주신 우유란다. 수 아재는 서울로 삼보일배하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는 단톡방에서 한마디 댓글을 달지 못했지만 마음이 아팠고, 고마웠지만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고백한다. 그의 솔직담백하면서도 시골농부의 순박하고 천진난만함이 묻어 나오는 진심이 오롯이 내게 다 전달되었다. 아주 쬐금, 그것도 남들이 다 하는 고생에 숟가락 얹힌 것 밖에 없는데 이런 칭송을 듣는 게 부끄럽고 감사하다.

수 아재는 아침부터 김상패감독을 찾는다. 당장 안 오면 가버리겠다고 베짱을 내미는 것을 보니 아주 귀한 뭔가가 있나보다. 김감독은 소성리평화지킴이들의 숙소인 참새집에 개인공간을 확보하고 꽤 오랫동안 촬영계획을 세워서 반거주자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오늘은 아침일찍 진밭재에 경계근무서는 평화지킴이들의 아침밥상을 차리기 위해서 뽁고 지지고 있는 중이었다. 부랴 부랴 슬리퍼를 끌고 뛰어나온 김감독에게 수 아재는 작은 반찬통을 하나 건네준다. 김감독은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소중하니까 밥하던 중이지만 기어이 받으러 뛰쳐나왔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굼벵이가루였다. 우엑^______^

수 아재가 굼벵이를 광주리 한가득 잡았다. 무게를 달아보니 17kg이 나왔다. 팔팔 끓는 물에 풍덩 담가 살았다. 깨끗이 씻어서 건조기에 바싹 말려 갈아보니 딱 500g이 나오더란다. 시골에선 흔하디 흔한 굼벵이지만 도시사람들에게 아주 귀한 물건이다. 굼벵이는 고단백 영양가 높은 식품인데, 지병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김감독님은 아픈 친구에게 필요한 건강식품이기에 열렬히 환호한다고 말씀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기특함도 있어보인다. 도시에서 건강식품으로 구해 복용하다가 후유증이 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원인은 중금속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옳은 물건이 아니었나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인터넷에서 선전해대는 상업용 건강식품에 불신이 생겨 함부러 구입하지 못했다. 소성리에서 만난 주민들의 정직하고 순박한 마음씀씀이가 주는 신뢰가 깊었을 것이다. 수 아재가 직접 요리 한 굼벵이 가루라고 하니 믿을 수 밖에. 그것도 양이 얼마되지 않아서 사정하고 구걸해서 작은병 하나를 얻었다. 마음씨 좋은 수 아재는 생색을 내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해주고 싶었을 거다.

굼벵이가루라니, 듣기만 해도 우엑^_________________^, 몇 년후에 김감독의 건강체크를 해서 굼벵이가루의 효능을 제대로 파헤쳐보아야 겠다.

오늘은 소성리 평화마당을 여는 날이다. 김찬수대표님이 들여주는 ‘사드이슈’는 ‘사드복습’의 시간이 되었고, 몰랐던 새로운 몇가지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핸드폰의 단체톡방에 온갖 정보들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연로한 눈이 그것을 다 빨아들이지 못한 관계로 스윽스윽 넘겨버릴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보는 파편화되어 오락가락 하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다. 저 쳐죽일놈들이 사드 박아놓고 협상한답시고는 위협은 가중시키고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처사에 분노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드 때문에 반전평화운동에 발을 살짝 금에 걸치게 되었지만, 지역현안에 갇혀서 넓은 세상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게도 내용은 조금씩 축적되고,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질문이 생긴 것이다. 내용적 포만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나뿐 아니라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들이 한숨을 돌리면서 찬찬히 되돌아보면 의문과 질문이 나올 시기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사드이슈가 사드 복습이 되더라도, 학습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패권적인 군사질서가 동북아에 끼치는 영향이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문제이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여러 가지 모색들이 있을텐데 우리는 아직도 충분히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겠다.

평화마당이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그 역할을 조금만 할 수 있어도 좋을 듯 하다. 그렇게 소양을 쌓아 사드뽑고 평화심는 투쟁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이 소성리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성주주민대책위 위원장님은 분명히 오지말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김부겸측은 오겠다고 설레발레를 쳤다. 그들이 소성리에 발들이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실속도 없이 입만 달고 나타나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을 것이 뻔했다. 언론 카메라에 사진이나 찍히고, 헛소문만 퍼뜨릴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를 고심하던 이종희위원장님이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셨다.

덩치좋은 친구 하나가 도끼로 나무를 쪼개고 있을 때 김부겸이 도착하면 ‘장관케어팀’이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나가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늘 경찰들이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모신다고 양팔을 끄집고 가는데, 소성리에서는 우리가 장관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하지 않겠냐는 역설이다. 매우 기발한 생각에 기대만땅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부겸은 내일 소성리 오는 일정은 취소했다. 성주군에서 사회단체들과 만나겠다고 한다. 마치 소성리 사드반대 싸움이 다 끝난것처럼 언론에 거짓정보를 흘려 우리를 열받게 만들어놓고는 헤프닝이 되어버렸다.

보따리도 없이 입만 삐죽이 들고 오는 인간을 아무리 성주촌놈들이라지만 마냥 반가울리는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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