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19일
성주촛불 가수 김경철님이 김천촛불 무대에 서려니 많이 떨렸나보다. 조금 긴장한 모습이다. 오늘도 늦둥이 영석이와 마나님을 모시고 김천역에서 매일밤 열리는 ‘사드배치 철회’ 김천촛불에 나오셨다.
평사모(평사단‘평화를 사랑하는 예술단’을 사랑하는 모임)는 색색이 알록달록한 가발을 쓰고, 반짝이 조끼로 깔맞춤한 무대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김경철님은 긴장한 듯 했으나 노련하게 인사를 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관중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사랑의 트위스트’를 사드반대가사로 개사한 노래반주가 시작되자 유별난 빽댄서들이 마구마구 흔들어주면서 그림을 만들어주었다. 그에 걸맞게 김경철님의 노래는 흥을 부추겨주었다. 김천촛불님들은 더욱 격렬하게 환호해주셨다.
김경철님의 노래공연을 응원하기 위해서 임회장님과 손배우 그리고 나도 김천촛불에 참석했다. 김천역광장의 바람도 매섭기가 만만치 않았다. 농촌마을에서 오신 노령의 어른들이 많아보였다. 김천촛불행사 준비단위에서는 바람막이용 천막을 설치하고 비닐을 쳐놓았다. 그러나 해떨어지고 어둠이 짙어지니 기온은 뚝 떨어져서 한겨울을 실감케 한다.
여전히 김천촛불의 시작은 율동맘과 율동천사님들의 경쾌한 춤으로 알려준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 자신의 무대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마지막 순서가 될 때쯤이면 이미 아이들이 마무리공연을 위해 앞으로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펄럭이는 깃발, 깃발을 든 사나이, 노란색의 커다란 깃에는 사드반대가 적혀있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잘 알고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듯이 보였다. 사회자는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최고다라면서 기분을 북돋아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몇몇 듬성듬성 앉아서 틈새가 많을거 같아보였지만, 진행하고 있는 중간에 어느새 자리는 채워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못 해도 백 명은 넘을 듯 하다. 곧 성주촛불의 기록을 갱신하게 될 거라는 멘트가 나온다.
앗 오늘이 전쟁싫어, 평화좋아, 455회김천촛불이다. 김천촛불 기록이 담긴 책도 발간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긴 시간동안을 한결같이 김천역광장에 모여서 사드반대를 위해 싸워온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제 추위와의 전쟁 속에서 사드반대 촛불을 밝히며 덤덤하게 시간을 버텨내야 할 때이다.
부녀회장님과 오랜만에 김천촛불을 찾았다. 공연하는 팀들 저녁이라고 사먹이고 싶어서 일찍 출발했었는데 사인이 안 맞았다. 덕분에 짜장면이 아닌 고급 생선회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빈손으로 찾은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다음주 일요일에는 떡이라도 해서 김천촛불에 돌리자고 임회장님과 의논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은 김천촛불에 참여하도록 노력해보자고 말씀하신다. 소성리가 매일 밤마다 난로가에 모여있기도 하지만 같은 목적으로 같은 투쟁하는 이웃집에 자주 방문하고 힘실어주는 것은 결국 내게 힘실는것이니, 당연히 자주 찾아가봐야 하는 것을, 그리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임회장님은 왼팔에 힘을 못 쓴다. 지난 투쟁하면서 경찰에 의해서 팔이 꺽이고 했던 일들이 이제 후유증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가보다. 병원 치료를 잘 받았어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맘편히 치료를 받지 못하다보니, 날이 추워지고 궂어지니까 통증이 날로 심해지는가보다. 힘을 못 쓰니까 괜스레 짜증도 늘어간다고 내게 하고싶은 말을 많이 쏟아놓으신다. 소성리 마을을 찾아주신 한의사가 계신다. 할매들의 건강을 돌봐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이 오셨을 때 침이라도 꾸준히 맞으셨으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다른 분들 치료하다보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성주읍에 한의원을 찾아가는 게 나을거 같다. 내일부터 한의원으로 모셔다 드려야겠다.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버스시간 맞춰서 움직일려면 아무래도 바쁜 농사일이나 다른 일 때문에 건강을 돌보는 것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국방부에서는 공사차량을 11월 안에 밀어넣겠다고 알려왔다. 마을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게 될거다. 그러면 또 임회장님이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또 어떤 불상사가 생기게 될지도 매우 걱정된다.
금연엄니의 기침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호흡이 거칠다는 것을 옆에서 느낀다. 감기라고 우기시지만, 감기치고는 잔기침이 오래가는 듯 해서 걱정스럽다. 엄니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냥 괜찮다고 할 일이 아닌 거 같다. 옆에 앉아 살살 꼬셨다. 내일 한의원 가자고
내일은 두 주연배우 모시고, 한의원을 꼭 가야겠다.
유선늠엄니의 둘째 아들이 병환으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제까지 괜찮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돌아가셨다고 하니, 유선늠엄니가 너무 충격을 받으시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옥술엄니가 서울의 병원으로 가신다고 하니까, 이웃의 엄니들 마음이 많이 심란할 듯 하다. 옥술엄니는 어제오늘 김장을 해놓고, 우리에게 이것저것 물건을 챙겨주셨다. 어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내게 오히려 당신이 괜찮을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신다.
마을의 이런저런 슬프고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먹먹하다.
소성리 마을을 벗어나서도 매일같이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들, 고공농성, 비정규직노동자의 죽음, 산업재해 노동자의 죽음, 세월호 미수습실종자 가족들의 결단소식이며, 어느 것 하나 마음편히 들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원통하다.
나는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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