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보냈더니 꿀장사시켜!

by 시야

솔직히 내가 아이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모진엄마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결코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성주에서 여학생들은 사립학교인 성주여중과 여고를 다니는데, 아이가 성주여중 1학년에 입학했을 때 만난 첫 담임은 아이들 개무시하는 발언을 해서 나와 또 한분의 학부모와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때 교장면담을 직접 하여 문제제기를 한 것이 학교내 00엄마는 별나다는 것이 소문이 났었겠지만, 어쨌든 그 담임선생님은 그 이후로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고, 아이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딸이라고 칭했다. 참 이것도 정상은 아닌 듯 했다.

만약 학교담임선생님의 부당한 언사에 주눅들어 그것을 용인했더라면 우리아이는 삼년동안 수없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며 자존감이 낮아져 일상은 늘 좌절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 일 이후로 아이는 학교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엄마한테는 시시콜콜 다 이야기 하는데, 이야기해놓고는 엄마가 학교에 따질까봐 걱정이고 제발 따지지 말고 나의 말만 들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몇 번을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것중의 하나가 작년에 참외마라톤 대회 때 였다.

자원봉사 하러간다고 새벽일찍 집을 나서서 오후까지 했던 아이는 오전 10시경 김밥한줄이 나오더란다. 맛나게 한줄 먹고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밥을 줄 생각을 하지 않길래 이상타 싶어서 선생님께 물어보니 “아까 밥먹어잖아” 하더란다. 김밥 한줄 먹여놓고 6시간을 넘게 학생들을 땡볕아래 도로에 세워놓았던 것이다. 그 때 성질이 나서 성주군에 항의하고 교육청에 항의했어야 하는데 아이가 워낙 반대가 심해서 그러지 못했었다.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어제 기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금 성주는 “생명문화축제” 한창이다. 지자체 60억의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소문이 떠도는 어마어마한 행사를 치뤘다.

지난 5월20일 금요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이는 학교로 등교를 했다.

등교한 성주여고 1학년 전원이 성밖숲까지 금연캠페인을 하며 도보했다고 한다.

8시 40분 경 성밖숲 생명문화축제 현장에 도착한 성주여고 1학년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자원봉사할 부스로 인원이 배정되고 위치로 이동했다고 한다.

성주여고 1학년 학생 전원이 평일날 학사일정 중에 성주군행사에 자원봉사로 동원되었는데, 학부모인 나는 전혀 그런 소식을 들은바 없고, 동의한적이 없었다.

우리 아이를 비롯해서 4명의 여학생은 꿀판매 부스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꿀판매 주인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했고, 주인아줌마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단다.

꿀 2.4킬로 한병은 5만원 / 꿀 1킬로 한병은 2만원 / 프로 폴리스 큰병 5만원 / 프로폴리스 작은병 3만원 / 화분 한병 5만원

여학생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꿀물을 태워서 “꿀물 드세요”라고 하고, “꿀사세요”를 반복해서 홍보하고 판매하였단다.

다리가 아파서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사장이 “일 똑바로 안한다”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손님이 찾아오면 여학생들에게 꿀물태워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자기들은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노닥거리고, 드러누워 낮잠도 자면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서서 일을 시켰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법먹고 오라는 말을 하지 않자,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밥먹으러 가도 되요?”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꿀물을 마셨다고 기분 나쁜 인상을 쓰면서 “성주여고 아들이 꿀 다 먹겠다” 고 했다고 한다.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야 꿀 판매 자원봉사는 마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 한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다가 화가나서 학교선생님께 이야기는 해야겠다고 말하니, 아이는 선생님께는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다시 예전처럼 “00엄마는 별난엄마다”라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오늘 하루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분명한데도 모른척 할 수는 없어 어떻게 할지 한참을 생각해보다가 일단은 학부모회에 이 문제를 의논해주십사 부탁을 드려보기로 했다.

학부모대표와 이야기를 해보니, 그 분도 이건 정말 문제다. 누가 봐도 문제인데, 00엄마께서 담임선생님께 직접 이야기를 좀 해보시라고 한다. 우리애가 너무 싫어해서 그러기도 힘들다고 그래서 학부모회에 부탁을 드린다고 했더니, 학부모회장님과 통화를 해보라고 한다.

일단은 공감은 하시는 듯 하여 다행스럽다.

학부모회장님과 통화를 했다. 사정설명을 했더니, 학교에서 어떤 경로로 자원봉사를 가게 되었는지 학교측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일단 학부모회가 문제를 제기해 준다면 제일 좋을 거 같다.

만약 그렇게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만, 학부모들이 이 문제를 두루두루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일차적으로 된다면 좋겠다.

지금 학부모들은 지난 금요일 아이들이 생명문화축제에 자원봉사를 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조차도 없어보인다. 학교다녀와서 이야기 들어보니 자원봉사를 했다는 것을 알았고, 왜 그랬는지 이상타는 했는데 아이들은 뭐 크게 다른 말이 없으니 그냥 쉽게 쉽게 넘어가고 있는 중인거다.

고등학교 3년은 후욱 지나가버릴테니,,

이 시기만 지나면 끝날테니

뭐 그리 큰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을테니..

그래도 참 어처구니 없는 지금 현실을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어

나는 긴글이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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