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생명문화축제 부역활동

성주여고 1학년학생 자원봉사 동원 논란에 관하여

by 시야

밥상머리에 앉아 하루일과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사이 문득 지난 금요일의 억울함이 되살아난 듯 또레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5월20일 금요일 아침은 다른 날과 다를 것 없이 눈뜨자마자 아이는 샤워를 하고 학교 갈 채비를 서둘러 마을 버스시간 맞춰서 집을 나섰다.

학교로 등교하니 성주여고 1학년 학생들은 성밖 숲에서 한창인 생명문화축제에 자원봉사를 간다고 금연캠페인을 하면서 걸었단다. 며칠 전부터 칠판에 “자원봉사”가 적혀있는 걸 보았지만, 자원봉사를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성밖 숲에 도착해서 자원봉사 담당자를 만나 학생들은 축제현장을 돌면서“자원봉사 필요하신가요?”라고 묻기도 하고, 담당자가 “자원봉사 몇 명 필요하십니까?” 라고 묻기도 했단다.

여러 가지 체험활동 부스가 있었고 부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여기 자원봉사 필요합니다. ”라고 하면 “몇 명이요?”라고 다시 물어보고 원하는 인원대로, 줄서있는 순서대로 학생들은 자원봉사를 나가게 되었다.

하필 또레미와 학생 3명은 꿀판매 부스에서 한 남자가 “학생 4명을 달라”고 이야기했고, 4명의 여학생들은 꿀판매 부스에 배정되었다.

그 남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을“사장님이라고 불러라”고 했고, 옆의 여자를 가리켜 “사모님이라고 불러라”고 했다.

학생들은 꿀물을 태워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꿀물 드세요”를 외치고, 꿀물을 한잔씩 나눠주며 마시게 했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꿀을 직접 팔았다고 한다.

꿀은 2.4킬로 한병에 5만원짜리 상품이 있었고, 1킬로 한병은 2만원이었다고 한다. 꿀 뿐 아니라 프로폴리스와 화분도 판매를 했다고 하는데 썩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장이라는 자는 손님이 찾아오면 학생들에게 꿀물을 태워오게 하고, 아이의 말에 의하면 온갖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학생들이 다리가 아파 잠시 앉아서 쉬려고 하면 “일을 그렇게 하면 되냐?”고 화를 내고는 학생들을 하루종일 세워놓았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점심은 자원봉사자들에게 6천원짜리 식권이 지급되어서 국밥 한 그릇 먹었다고 한다. 눈물나도록 고마울 따름이다.

성주여고측에서 성주군 행사에 자원봉사를 신청하였으니 식권이 미리 준비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성주여고는 자원봉사 점수가 대학입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자원봉사를 대체해 8시간의 점수를 학생들에게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레미가 학교로 등교하는 걸 본 나는 당연히 학교에서 다른날과 다를 것도 없는 날들을 보내려니 했다. 성주여고 1학년 학생들이 하루종일 생명문화축제에 자원봉사로 동원되어있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성주여고 1학년 학생 모두가 자원봉사를 빙자해서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미나는 체험부스에서 안내나 체험활동을 보조해주는 자원봉사도 있었고, 중간 중간 짬짬이 여유를 부려 생명문화축제를 구경나서는 학생들도 있었다.

개인의 편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한 학생은 떡장사 부스에 배정되어 떡을 팔았는데 엄마지인이 그 학생을 보고는 “니가 여기 왜 있노?” 하며 그 학생을 데리고 다른 부스로 자리를 옮겨주었다고 한다.

떡집주인입장에서는 일하던 학생이 없어지는 바람에 축제현장을 구경하고 다니는 성주여고 1학년 학생을 불러 떡팔게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학부모회장의 딸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떡집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5월20일 금요일 생명문화축제 현장에서 성주여고 1학년 학생은 막 쓰여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

꿀장사 부스에 있었던 또레미와 학생들은 자원봉사 담당자에게 수차례 자리를 바꿔달라고 부탁을 했다

담당자는 학생들이 왜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는지에 대해 별다른 반응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학교담임이 축제현장의 학생들의 근황을 살피기 위해서 한바뀌 돌았다고 한다.

꿀장사 부스에 들렀을 때 학생들은 담임에게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자리 교체해 주세요”라고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고 한다. 담임은 꿀물한잔 마시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담임은 어떤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꿀물을 마셨을까?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못했으니 알 도리가 없지만, 학생들이 용기가 부족해서 아무에게 말도 못했던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신호를 인지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다 큰 아이들의 엄살부리는 걸로 가볍게 취급되었던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이는 하루종일 꿀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자원봉사를 마치고 찾아온 친구들에게 꿀물 한 잔 태워줬다고 꿀장사 남자는 학생들에게 “성주여고가 꿀 다 먹는다”고 비아냥 거렸고, 누르고 참아왔던 학생들의 분노는 그제서야 소심하게 폭발하여 보따리 싸들고 가자고 길을 나섰다고 한다.

길을 나선 학생은 그제서야 설움이 북받쳐서 울음보가 터졌다고 한다.

그 시각이 벌써 4시 반이 지난 때라서 사실상 하루종일 꿀장사 부스에서 일을 다 하고 마칠 때 즈음이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던 나는 화가 치밀었다.

또레미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 엄마가 이 사실을 문제화하지 않기를 바랬다.

학교에서 3년을 버텨내야 하는 건 자신이기 때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냥 3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마치고 싶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중학교 입학했을 때 만난 첫 담임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치않고 했었다.

학부모 한분과 나는 그것에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 이후 학교는 또레미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별난엄마를 둔 딸로 취급했다고 한다.

아이의 감수성이 예민한 탓도 있으련만, 천박한 말을 함부러 내뱉는 몰상식한 교사도 존재하기에 그 시선을 견뎌내야했던 딸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아이를 위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난 시간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왔는데 아이가 힘들어해서 참고 넘어갔던 것들이 결국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날아왔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문제를 그냥 넘어가는 것은 결코 또레미와 아이들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중해야 하는 만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사연을 적은 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에 동조하고, 분노하고 조언을 해주었다.

뉴스민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감사했다. 한시름 덜었다.

성주지역의 민주시민들이 이 문제를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별고을 학부모회 대표님이 학교장을 만나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학부모들과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학교측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하자고 했다.

다음 날 별고을학부모회 대표는 학교장을 만났고, 학교장은 쉽게 자신들의 신중치 못한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고 한다. 서면으로 사과문을 내는 것은 부담있어 학부모들이 모이는 행사가 6월1일날 있으니 그 자리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대구 MBC 뉴스에 이 사안이 공중파방송을 타고 흘러나오는 바람에 잠자코 가만히 있던 자원봉사센터는 발칵 뒤집혀졌다. 이래저래 사건화되고 지역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으니, 이정도면 나쁘진 않은 듯 하다.

이 정도로 일단락 지어야겠다.

남은 문제는 지역사회 인식을 변화시켜내는 것이다.

농촌에서 농사짓는 무지랭이 부모로 보는 시선이 있는걸까?

나이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없는 사회적인식의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인권감수성이 부족한 것은 청소년에 대한 태도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생명문화축제 자원봉사 동원 논린이 보여주는 예이다.

학부모, 어른들에 대한 태도에도 나타난다.

지역의 큰 행사를 치루기 위한 사회적합의가 되었더라면 생명문화축제에 자원봉사로 나가는 것을 동원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꿀판매를 했다고 해서 상업행위로 규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부모에게 사전 동의과정도 없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자기선택과 결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대학입시에 필요한 자원봉사 점수를 향해, 그 이유만으로 다른 권리와 충돌해도 자신있다는 듯이 밀어부친 결과는 결국 지역사회에 충격과 불신을 안겨준 결과가 되지 않았는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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