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의 사과
이것도 바람이라면 바람이 될 수 있기를
오늘은 학교측에서 공식사과하기로 한 날이다.
저녁에 학교 가야 되는데 안타까운 건 오늘 행사가 대학입시전형 설명회 2시간 짜리 강좌였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150여명 모일 계획이니까 모인자리에서 공식사과를 하겠다는 거였다.
행사 시작전에 사과를 하면 좋은데, 혹여나 질의응답이라도 있으면 안될테니까 강좌마치고 할거라고 예상했고,나는 영락없이 강좌를 다 들어야 할 판이었다.
별고을 학부모회에서 성주여고 학부모가 나밖에 없으니 어쩔,, 문제제기 한 내가 가있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학부모들 중 나와 뜻맞는 사람이 있는 지 확인도 되지 않는데, 거기서 마음에 안 든다고 질문이든, 문제제기 의사표현이라도 할라면 학부모들의 공격을 온전히 다 감내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될까 조금 우려스럽긴 한데 에라이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으로 가자.
오전에 갑자기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이 왔다.
학교장이 나와 약속을 잡고 싶다고 하단다.
두시쯤 시간되겠냐고 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 그러자고 했다.
순간 미리 나를 포섭해서 회유하려는 의도인가 하며 의심이 들긴 했지만, 너무 경직되게 사고 할 건 아니라서 일단 만나서 뭔 말씀을 하는지 들어보고 판단하자 싶어서 맘 편하게 만나기로 했다.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엔 기왕에 만나는 거 군청관계자와 꿀장사를 다 부를까요? 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군청관계자와 꿀장사가 잘못했으니 사과를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학교측은 사과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학교가 일차적인 문제의 주체이자, 책임주체이니 학교와 먼저 대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차후에 필요에 따라서 그럴지 말지를 정해야할 거 같다고 했다.
사과를 하려면 내 개인에게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저녁 7시에 공식사과하시겠다고 했으니 그 자리에 나와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식사과를 함이 마땅하지 않냐고 했다.
그건 곤란한 듯이 보였다.
나는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학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오후 2시경 학교장을 만났다.
학교장은 연세가 많으신데, 굉장히 점잖은 분이었다.
눈빛이 흐리멍텅하지 않았고 자세를 낮춰 주셨다.
나는 내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일단은 일이 발생하면 담임선생님께 먼저의논하는 것이 예의일것인데, 내가 예의를 차리지 못했던 점부터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사건의 모든 것을 다 짚을 수 없지만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만 짚어서 이야기를 했다.
학교장은 빠른시일 내에 연락드리고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서면으로 하지 못한 것은 본인이 이 사건의 전말을 다 파악하지 못한 점 있었다고 하고, 자원봉사를 생명문화축제로 간 것은 그 전에 안동의 노인요양시설로 버스타고 장거리를 이동했던 관행들의 문제가 있어 가깝고, 지역에 도움이 될 만한 일거리를 찾았던 것인데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게 되어서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불만 있는 학생과 부모님들께는 죄송하다고 했다.
생명문화축제 만족도 설문조사를 했더니 다수가 만족하고 소수의 학생들이 불만을 표현했는데 학교에서는 소수의 의견도 무시되지 않게 불만의 원인을 찾아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과 소통이 잘 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학부모와 소통이 잘되려면 학생들과 우선 소통이 잘되어야 하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학부모들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이 아닌가 라고 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고, 학생들의 동의가 충분히 이뤄져야지 학생들이 좋은 이야기는 잘 하지 않지만 정말 힘들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결국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데, 그것을 하지마라가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학교가 만들어야만 학부모들과도 최적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어쨌든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것이 일차적이다.
학교장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화였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학교장이 이렇게 애써 사과하고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시니 거기에 대고 따지는건 나도 할 도리는 아닌 듯 하여 학교장의 사과와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학교장의 마지막 말은 앞으로 작은 목소리에도 경청하겠으니, 문제가 생기면 딴 데 가지 말고 나한테 찾아오라는 것이다.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나중일은 나중에 하기로 합시다.
저녁 7시 학부모강좌가 시작될 즈음 학부모들은 여기저기서 모이더니 강당이 조금 찼다.
다행히 학교장께서 인사말씀을 하러 나오셔서 5월20일 생명문화축제 행사에 자원봉사 에 불만이 제기되어 사과를 하시겠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사과의 말씀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쯤에서 문제를 정리할 시점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그들도 아는 지라. 사과의 말꼬투리 붙잡고 있을 일은 아닌 듯 했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고 해도 학교도 비용치뤘고, 나도 비용치뤘고, 큰 틀에서 사과를 했으니 나를 비롯해서 문제제기를 했던 성주지역의 민주시민들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 번 별고을 학부모회 대표님이 학교장을 만나서 사과를 받아냈다고 했을 때 이미 일단락 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대구mbc 뉴스에서 이 문제를 기사화한 후 성주군청은 발칵 뒤집혀졌다고 한다.
성주군청이 위탁한 자원봉사센터는 좌불안석인지 뉴스민에 악성댓글을 달고,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언론기사를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건,, 기사를 내릴 의지도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언론사에 직접 연락하면 되지 왜 주변의 인맥들을 동원해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결국 반성의 자세는 없이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자원봉사센터가 어떻든 그건 내 관심사는 아니다.
이번일로 자원봉사센터가 위탁을 해지당한다고 해도 그건 그들의 무능력과 관료행정의 관성이 빚어낸 결과다. 이번 일로 경각심을 가지고 제대로 실무력 갖춰서 일을 제대로 추진해나가야 정부보조금사용의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나?
교장의 인사말씀과 사과말씀을 다 듣고 나서 강좌는 시작되었다.
볼일 다 봤는데 강좌를 들을 일 없는데 수많은 시선을 끌며 자리를 일어서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배대표께서 토끼라고 힘을 주셔서 나는 강좌시작하고 조금 듣는 척하다가 토꼈다.
이웃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하다
만약에 성주지역에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더라면 나는 언감생심 말을 꺼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말을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 이렇게 나서주는 사람, 걱정해주는 사람, 지켜보며 격려해주는 사람, 내 편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어서 별로 한것도 없지만, 어쨌든 시작도 있었고 끝도 있어서 뿌듯하다.
앞으로도 우찌우찌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지.
별고을학부모회 대표님 말씀으로 끝을 맺는다.
“점진적 다가섬
꾸준히 노력하면
한계단 뒤 두계단
두계단 뒤 세계단
누군가의 투쟁과
누군가의 봉사가
우주의 흐름에
함께 하는 이들을 이끕니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