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 2018년6월21일
진밭일기 2018년6월21일
‘공사만 안 하면 평화 올긴데, 공사하는 바람에 평화가 안 온다. 너거 일하지 마라, 일하면 평화 안 온다. 여기는 돈벌러오지 마라. 돈 벌라고 자꾸 오면 평화가 안 온다 아이가. 딴 데 가서 돈 벌어라’
소성리 엄니들의 절규는 진리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야 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인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다.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이 일을 마다한다면 어디 가서 뭘해 일당을 벌어먹고 살까 걱정부터 앞선다.
성주사드기지로 사드공사를 하러 들어온 그들은 단순 일당이 아니라 아마도 돈내기로 들어오는 것일테니까 빡세게 하면 단시간 내에 꽤 큰 일당을 만지게 될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이런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공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사인부 즉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이, 덤프와 건설장비 노동자들이 미국의 무기장사를 돕고 개인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궁합이 맞아떨어져서 들여온 전쟁무기를 우리땅에 박는 공사를 거부할 수 있을 때 공사는 막을 수 있을거다.
성주사드기지로 오르는 길목을 막아서는 걸로는 불가능하다. 단 하루라면 몰라도, 매일을 이어서 수개월 동안을 말이다.
소성리 엄니들은 “저놈의 경찰들만 없으면 우리가 공사인부들 막을 수 있을낀데” 하지만, 처음엔 경찰100:1 이었던 엄청난 병력이 지금은 어림잡아 30:1 정도로 줄어들어 보인다.
매일같이 진밭으로 모여든 사드반대 하는 사람 수는 열 명이 채 안 될 때가 많으니까, 경찰을 이길 방도는 없을 거다. 현실이다. 그러면 엄니들은
“너거 하나하고 내 하나하고 일대일로 붙자. 일대일로 붙으면 우리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큰소리 친다. 경찰 한명과 나 한명이 붙으면 팔뚝을 깨물어버릴까?
하루도 아니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수개월을 그렇게 싸워서 이길 수는 없을거다. 그만큼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하루 하루 날짜는 흘러가고, 공사는 석 달이라는 기한을 채워서 한 달가량 남았다. 하루빨리 공사가 끝나길 바라는 심정이 더 간절해진다.
사드반대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조직이, 투쟁이, 파업이 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투쟁인지, 민중들의 저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선봉일 수밖에 없는지는
“너거들이 공사하면 평화 안 온다. 너거들 일하러 안 오면 평화가 빨리온다”
금연엄니의 절규가 말해준다.
성주사드기지, 이 세상의 모든 미군기지 건설공사를 막을 수 있는 힘은, 공사를 막겠다는 투지에 불타서 버티고 섰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거다. 서른 명이 앉아서 버텨도 경찰병력을 동원하면 순식간에 밀려나올거다.
공사인부들은 제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할 테고, 유유자작하면서 하루일과 계획대로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말테니까 말이다. .
설사 백 명이 앉아서 막으면 분명 공사를 지연시킬 수는 있을거다. 하루는 가능하고 다음날은 불가능하다면 지연된 공정은 다음날 노동자들이 쎄가 둘러빠지도록 일해서 맞춰놓고 말거다.
식민지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제국주의의에 분노한다면,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을 통해서 저항하게 된다면, 그리고 계급적 이익이 전혀 이뤄질 수 없는 백해무익한 사드 같은 전쟁무기를 우리가 살아갈 땅에 막아놓고 민중들을 수탈하려 든다면, 그에 맞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공사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 될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드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역할과 임무가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는 날들이란 뜻이다.
소성리의 사드기지는 미군기지가 될지 아니면 국제정세의 변화로 다행스럽게 사드가 빠지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16년 전 6월13일 세계월드컵 대회가 개최될 때 미군의 장갑차에 사고를 당한 효순님과 미순님의 죽음은 아직도 도처에 일어나고 있고, 미군기지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생겨나고 있다.
소성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연일 계속되는 “사드철거”를 시사하는 기사에 환호한다. 그러나 공사는 중단하지 않고, 어제는 유류탱크를 넣겠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우리는 발끈했다.
한번은 물러섰지만, 또 물러서지 않는 것이 권력의 습성일테고, 한번 계획한 것이 쉽게 중단되지 않는 것도 예감할 수 있으니, 사실 지금은 낙관적이기 보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