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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n 26. 2018

군대는 소성리마을앞을 지나지 말라.

진밭일기 2018년6월25일

진밭일기 2018년6월25일    


어여쁜 아이가 저녁을 사주겠다는 연락을 받고는 얼렁 사드공사 저지를 위해 진밭 퇴근피켓팅을 하러갔다. 엄니들은 매일같이 미군부대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내려온다. 진밭교 갓길로 의자를 나란히 줄세워서 앉는다. 나랑 미경씨는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시인도 등을 대고 섰다. 내려오는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두 대의 봉고차가 내려온다. 마음 넉넉한 강장로님이 “내 생각에는 장병들은 휴가가는 거니까 먼저 보내주고, 우리는 공사인부들만 대상으로 피켓팅을 하면 좋겠어” 한다. 

다 붙잡아놓고 공사중단하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싶기도 하지만, 장병들의 사정도 있으니 강장로님 말씀에 의자를 옮겨 길을 터주었다. 

두 대의 차량은 소성리마을로 내려가려한다. 성주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그들 차량 뒷꽁무니를 손으로 친다. 방향을 바꾸라는 손짓을 했다. 미미한 손짓이었다. 그들, 장병을 실은 봉고차는 쭈빗쭈빗하더니 소성리마을방향으로 달아나버렸다. 지켜보고 있던 우리는 순식간에 가버린 차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뜨렸다.  

어린장병을 태웠다고 선의를 베푼 강장로님의 선의를, 우리의 뜻을 나몰라라 하면서 내빼는 한국군대의 차량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경찰마저 무시한 처사는 더 화가 났다. 

장로님이 오히려 우리에게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해서 더 화가 치밀었다.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우리는 저들의 편의를 봐주고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데, 저들은 벌써 여러 차례 약속을 어겼다. 저들이 우리를 깔보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소성리마을의 주민들이 사드가 들어온다고 한 날부터 시작했던 것이 마을 앞 도로를 지키는 것이었다. 롯데골프장이 국방부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을길로는 골프장의 물건을 실어내리는 것을 막았었다. 국방부로 땅이 공여되었을 때는 미군통행차량을 비롯해서 군대와 관련 있는 차량은 소성리마을길을 지나가지 말라고 싸워왔었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 들어온 군대가 자기 멋대로 길거리를 활보하면서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길을 막고 지키고 물었다. 

왜 하필 소성리냐고? 한반도에 아무 필요도 없다는 사드를 왜 하필 소성리에, 그것도 달마산 꼭대기에, 미군부대를 건설하냐고? 

절대로 안 될 말이라고 우리는 울부짖었다. 

국방부는 수차례 마을길로 군인차량은 다니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적도 있었고, 약속을 어길 때는 어김없이 우리도 분노를 참지만 않았다. 

오늘 그랬다. 하필 어린장병들의 휴가차량이라고 길을 열어주었는데 이 사단이 일어난 건 그들만의 잘못은 아닐게다. 우리는 한동안 마을 길을 지킬 여력이 없었다. 마을로 오고가는 국방부의 차량을 일일이 검문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걸 잘 아는 국방부 관계자들은 마을길로 대놓고 다녔을거다. 장병들에게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을거다. 아마도 예전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머릿속에 지워버렸을거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다간 마을길은 군대 전용도로가 되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을길로 내려간 군대차량이 다시 돌아와서 우회하는 걸 봐야겠다고 다들 목소리를 높였다. 엄니들은 내려오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라 잘 모르셨다. 진행과정을 지켜보더니 눈치를 챈거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엄니들은 

“이참에 버릇을 싹 고쳐놔야 한다. 이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저카노 어여? 안글나?” 한다.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그들은 돌아올 생각을 안하더니 장소령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나타났다. 

우리 뒤로 진밭재 도로에는 공사인부들이 퇴근하려다가 붙잡혀서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을 넘게 에어컨 틀고 있기가 그랬는지 시동을 끄고 차문을 열고 모두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다. 

우리 앞에서 선 장소령은 20분 정도면 돌아올 거 같다고 했다. 우리는 기다려서 끝을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잘 참고 기다리고 있던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이란 놈이 말썽이다. 

갑자기 공사인부들을 볼모로 이렇게 있는 건 옳지 않다면서 강제해산을 시키려고 한다. 

20분이면 장병을 실은 군대차량이 돌아온다고 말했던 장소령도 말을 바꿔서 공사인부들을 먼저 내려보내주자고 한다. 그들은 이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왜 상관이 없는가? 사드공사의 주체는 국방부이고, 저들은 사드공사를 하러온 인부들인데, 공사를 하기 때문에 이곳 진밭에서 매일같이 지키고 막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데, 국방부에서 하는 모든 것이 다 상관이 있는 것이다라고 우리는 주장하면서 20분이면 온다던 군대차량이 오지 않는 것에 더 분개했다. 

나는 영상촬영을 시작했다. 경비과장이 마이크를 들고 우리에게 친절한 협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건 도로교통법위반으로 강제해산하겠다는 것과 불법행위가 촬영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내 핸드폰이 경비과장을 가리키자 갑자기 내 손을 움켜쥐고 밀쳐버린다. 화가 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겉으론 친절한 경찰의 표상이 되고 싶어서 감언이설을 해대는 경비과장의 폭력적인 행위가 이렇게 드러난다.  너무 기막히는 순간이었지만, 촬영을 멈추고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경찰들은 앞 뒤 양옆으로 우리 소성리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을 둘러싸고 끌어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부녀회장님이 확성기를 들고 경찰에게 부탁했다. 곧 군대차량이 돌아온다고 하니, 우리는 사과만 받으면 이 자리를 깨끗이 비워줄거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부탁했다. 할매들을 끌어내지 말라는 사정이었다. 경찰들은 움직이려고 했다. 

나는 끌려나와도 상관없지만, 우리 팔순노인들이 경찰들에게 끌려나와서는 안 될 일이기에 나도 부탁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곧 군대차량이 오거나, 국방부에서 어떤 약속이라도 있을거니, 조금만 더 봐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소성리마을로 내달렸던 군대차량은 올라왔다. 장소령은 그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백배사죄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들이 초행길이라서 그런 실수를 범한 거 같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차한 변명질이다. 김선명교무님이 장소령에게 지적했다. 군사작전차량이 초행길을 지마음대로 다니는 군대가 어디있느냐고? 마약 장소령 말대로 라면 이 부대는 지금 처음부터 문제가 아주 심각한 것이다라고 꾸짖었다. 군대의 모든 차량은 작전차량이고, 작전차량이 지마음대로 다니는 경우는 없다는 말은 천부당만부당 맞는 말씀이다. 그리고 순서가 틀렸다. 변명이 우선이 아니라 한시간을 줄곧 기다려온 소성리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께 백배사죄해야 한다. 

처음이든 오랜 경력자이든, 이 분쟁이 벌써 일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성주사드기지로 들어와서 우리 사정을 설명도 하지 않고,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화가 나고 열이 난다. 겉으론 존대하면서 친절한 척 하지만, 실상 우리와의 그 많은 약속을 번번이 어기면서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예의바르게만 말하면 예의는 지켜지는 건가?

결국 전대령이 달려왔다. 장병을 앞세워 사과할 수는 없고, 자신이 교육을 잘못 시킨 점 사과하겠다고 나선거다. 그리고 앞으로 소성리마을로는 군대차량은 다니지 못하게 다시 한번 약속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 말을 끌어내는데도 우여곡절의 온갖 시비거리가 있었지만, 다 말할려면 입이 아프다. 손가락도 아프다. 

그렇게 한시간 반을 진밭교에서 버티면서 겨우 하나 약속을 받았다. 소성리마을길로 군대차량은 다니지 않기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키고 감시하지 않으면 어둠을 틈타서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드빼기 위해서 싸운다. 사드가 빠지기 전까지 군대가 있는 한 마을이 온전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폐해가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 

군인이 마을 앞을 지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군대차량은 일체 마을길로 다니지 말라. 미군은 더더욱 다니면 안된다. 

너희는 우리마을 앞을 지나다닐 자격이 없다. 


화면사진제공 : 장진영사진가

본문사진제공 : 소성리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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