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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n 25. 2018

촛불없는 촛불문화제

진밭일기 2018년6월24일

진밭일기 2018년6월24일    


어제는 소성리 토요촛불, 오늘은 김천촛불, 연이어 촛불을 켜러 다녔다. 촛불문화제에 촛불은 없었다. 

어제는 연극과교육연구소 “도도”가 준비하고 공연한 가족마당극 “둘레”를 관람했다. 소성리평화마당에 뺑둘러 앉아서 연극을 지켜보는데, 배우들이 올망졸망 고무줄뛰기며, 공기돌놀이며 어린시절에 한번씩은 다 해봄직한 놀이라서 친근했다. 얼라를 업고 친구들 사이에 끼여서 놀려는 아이의 모습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딸래미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면서도 집안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해야 했던 할매들의 아련한 기억들이 연극속에 투영되서 발산되는 듯 했다. 

집안의 장손으로 대접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우기지만, 누이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아야 했던 이종희위원장님은 연극이 마치 생시에 일어난 일인양 몰입하여 추임새를 넣어주시는데, 연극을 즐기는 두배의 재미를 맛 볼 수 있었다.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대접받았다고 했지만, 평생을 집안을 지탱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무겁기도 무겁다. 

갓만에 도도님들의 연극덕분에, 그리고 연극을 통해 어린시절의 추억속으로 깊숙히 빠져들어 추임새의 절정을 보였던 이종희위원장 덕분에 한바탕 큰소리 내어 마음껏 웃었다.     


오늘은 김천촛불로 갔다. 김천촛불은 드디어 큰 결단을 내렸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도 있지만, 생업을 유지하면서 계속 적인 싸움이 가능하기 위해서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매일 빠짐없이 해오던 김천촛불은 일주일에 두 번(수, 일)으로 줄여 하되, 김천시내의 거점을 만들어 사드반대 선전전을 강화해가자는 것과 소성리 수요집회와 토요촛불에 참여하자고 했다. 그리고 진밭지킴이활동을 해나가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사실 매일 촛불을 준비하고 진행하다보면 다른 것을 고민하고 기획할 겨를이 없었을거다. 일단 촛불을 좀 줄여낸다고 하니 내 속이 다 후련해진다. 날은 줄이되, 투쟁의 수위는 올릴 수 있는 좋은 방안, 전술을 구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소성리엄니들은 그래도 일요일은 김천촛불 가야지 하신다. 

토요일 소성리에서 만나면 일요일에는 김천에서 만나자고 해서 할매들간에 상호교류가 활발해지면 더욱 좋겠네.     


소성리평화장터는 상반기결산하고 마무리한다. 휴업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정리수순을 밟는다.  물론 누군가가 이 일을 하겠다고 하면야 좋겠지만, 나는 장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소성리평화장터로 이만큼 했으면 되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으니. 

나는 앞으로 장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내 갈 길을 갈거다. 

내 갈 길, 마음 먹은대로,  글쓰면서 살기로 했던 대로, 정말 글을 쓸거다. 

이제 다른 무엇에도 미련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사진출처 : 장진영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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