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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06. 2018

소성리 영감님들 사랑합니다

소성리 영감님들 사랑합니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평화마당에는 할매들의 까르르르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들과 위원들이 무대 위에서 뭔가 보여주려는가 보다.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다. 노래는 노래패 ‘소야’ 팀이 배경음악을 녹음했다. ‘가자 노동해방’을 ‘가자 사드철폐’로 개사해서 스파르타식으로 연습해서 녹음을 마쳤다.  

‘가자 사드철폐’ 음악에 맞춰 이종희, 박재영,송대근, 이석주, 김윤성, 장주현, 김정수, 박수규 영감들이 순서대로 팔뚝질을 하면서 연기하듯이 목소리를 내고, 깃발을 펄럭이면서 모양을 갖춰서 결기를 나타내는 뭔가를 한다. 

노래도 몰라, 대사도 못 외워, 순서도 까묵어, 깃발을 펄럭거리도록 흔들어야 하는데 어설프기 짝이 없다. 허리며 다리며 뻐덩뻐덩한 육신은 말을 듣지 않는다. 어지간히 곤욕스러워보인다.

그 모습 구경하고 앉은 소성리 할매들과 부녀회장님과 태환언니, 주민들은 마치 서커스단 구경하듯이 둘러앉아서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소성리할매들 “우리 무대 위에 올려서 노래 시켜놓고, 너거들 핀하게 있었제.. 이제 우리가 너거 무대 위에 올려놓고 구경해야겠다”면서 꼬시기가 참깨기름보다 더 꼬시다고 웃는다. 

공연을 연출하는 손배우의 총지휘 아래, 음악감독 조감독과 노래지도 정가수가 함께 낑낑대면서 몇 시간 동안 연습을 반복시켰다. 할매들도 집에 갈 생각을 잊고 자리를 지켜주었고, 멀리 읍내에서 라니부부가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밤길을 응원하러 소성리까지 왔다. 

라니부부의 등장이 참 예뻤다. 

우리 소성리 영감들, 이종희, 이석주, 송대근, 김윤성, 박재영, 장주현 그리고 내가 다 적지 못하는 어른들, 사드로 인한 인연을 맺은 지 2년이 되어간다.  성주군청에서 길거리로 쫓겨나 주차장에 촛불마당을 마련했을 때에도, 제2기 성주투쟁위를 만들어서 사드반대를 해오던 중에 내부 분열로 소성리로 와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다. 

특히나 이종희님과 김윤성님은 2기 성주투쟁위를 결성할 때부터 초전사람으로서 결합했던 분들이다. 성주투쟁위가 연대체와 갈등이 생기고, 누군가 갈등을 부추겨서 내부 분열이 심화될 때 두 어른이 중심을 잃지 않고, 소성리라는 현장을 중심으로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셨기에 위기의 소성리는 위기로만 남지 않았다. 

이분들이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소성리로 모였다. 그 속에 중심이 되어준 영감님들이다. 지금도 그 날의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이 영감님들이 중심을 잃고 감언이설에 넘어가 등을 돌렸더라면 소성리와 소성리의 할매들은 무척이나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그 때마다 어른의 넓은 도량으로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사는 이치를 아는 어른들의 지혜로움과 현명한 처세에 감동이 크다. 

범국민평화행동을 소성리에서 하게 되니까, 손님 맞을 준비에 들떠서 나이도 잊은 채 뭔가 하나 선보이자고 이야기 된 것이 사건이 커졌다. 무대 위에서 단순히 몇 마디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연기를 펼치는 공연이 되었다. 따라오지 않는 기억력과 순발력으로 고생스럽다. 연습의 연습을 거듭해서 점점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작 당일 날 공연은 어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몇날 며칠 동안을 늦은 밤까지 연습을 반복하면서도 뒤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답답해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포기할 수도 없다. 짜증낼 수도 없다. 묵묵히 어른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오늘도 밤12시까지 연습했다.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일 수도 있겠다. 고단한 연습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에 평화마당은 충만하다. 

우리 소성리영감님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지,

소성리영감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최고입니다. 

사드뽑고 오래도록 같이 사입시더.     

「열매의글쓰기 2018년7월6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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