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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07. 2018

사드뽑고 평화심는 날까지 날마다 좋은날!

사드뽑고 평화심는 날까지 날마다 좋은 날!  

어슬프기 그지없던 대사와 몸짓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있었다. 노랫소리에 맞춰서 동작도 익숙해지고, 관중을 향한 목소리 크기도 점점 커졌다. 육십나이에 연출자의 호령에 맞춰서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흔들고 어찌하다보니 말도 지지리도 안 듣고 고집만 피울 거 같았던 영감들은 연출선생님 앞에서 순한 양이 되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열렬히 연습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한번씩 핏대를 세울 일도 있었지만,, 금방 깨갱 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영감님들이 무대에서 연습하는 동안 뒷자리에는 의자를 나란히 배열해놓았다. 소성리엄니들과 주민들의 관람석을 만들어놓은거다. 어느 극장의 마당극 못지 않는 솔솔한 재미가 있었다. 할매들이 대사와 순서를 다 외울 정도로 열심히 관람을 하고 있었다. 뒷자리는 마치 심사평가단 같기도 하고, 때론 연출자가 되어 동작이 바뀔 때마다 이러쿵 저러쿵 연출자 뺨칠 정도로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를 서로에게 설명하면서 평을 나눈다. 

할매들이 봐도 무대 위에 선 그들이 하나같이 동작이 틀려서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이 코미디언 보다 더 웃겼을 거다. 나이어린 영감들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어린시절을 연상시키지 않았을까? 배꼽이 빠질 노릇이다.  

제8차 범국민평화행동 무대 위에서 어떻게 될 갑세라도, 오늘, 이렇게 웃으면서 이바구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날이고 가장 행복한 날이다. 

영감님들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할매들의 순서가 되었다. 마지막 깃발을 바짝 펴고 있을 때, “사드가고 평화오라” 노래에 맞춰서 할매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우리 소성리엄니들. 

노래에 맞춰서 할매들은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 좌우로 흔들었다가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서 바라보이는 관중들을 향해서 절을 한다. 소성리를 찾아주어서 고맙고, 함께 사드를 뽑는데 힘을 보태주어서 고맙고, 하루빨리 사드가 지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소원을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양손을 넓게 펼쳤다가 모아서 아래로 아래로 깊숙이 절을 한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우리의 땅 우리의 힘으로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세계평화의 길이 되리라. 

사드가고 평화오라 

우리의 땅 우리의 힘으로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세계평화의 길이 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지켜내리라. 

전쟁없는 평화의 땅에 화해의 싹을 틔워내리라

사드가고 평화오라 

우리의 땅 우리의 힘으로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세계평화의 길이 되리라. “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선 할매들의 눈빛은 긴장해있었다. 영감들 틀렸다고 왕지적질을 했던 할매들이 이제 틀리면 안될터였다. 그래도 할매들은 무대체질이다. 오르자마자 연출자의 신호를 받으면서 열렬히 반응한다. 그래서 우리 할매들은 프로인거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날마다 새로운 날 되소서. 사드뽑고 평화심는 날까지 우리는 날마다 좋은 날을 살거다. 

「열매의 글쓰기 2018년7월7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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