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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09. 2018

소성리의 소중한 인연들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며    

멀고 긴 길이라는 예상을 깨고 걷다보니까 어느새 사드가 배치된 부대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이 선선해서 땀을 많이 흘리지는 않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한 도로 가의 풀숲은 정글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넓은 나무그늘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은 줄을 지어 걸어올라오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많아 보였다. 천명은 모인다고 했지만, 천명은 안되어보였고, 수백명은 되어보였다. 

8차 범국민행동은 끝이 났다. 사람들은 썰물 빠져나가듯이 스르르르 빠져나갔지만 여운은 남는다. 며칠동안 잠잘 새 없이 연습했던 ‘가자 사드철폐’ 결기어린 연기가 무대위에 올려졌고, 참가자들은 무대위에 올라간 사람들을 향해서 환호를 보내면서 “괜찮아” 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반응없기로 유명한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한 마디 한 마디 끝날 때마다 박수와 ‘와아’ 함성으로 화답해주는 것은 흔하지 않는 광경이다. 

조금은 결기가 충만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코미디언의 웃음을 가득 선사해주기도 했다.  클라이막스는 소성리엄니들이다. 마지막 무대에 올라선 소성리엄니들이 두 손을 높이 뻗어서 큰 원을 그리면서 반절을 하는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눈물이 나게 만드는 묘한 감동이 있었다.     


사람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이 되자 다시 소성리 토요촛불을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부산의 예술가들이 공연을 준비해왔다. 극단 쉼에서 “땅의 기억”을 연기했다. 마당극과는 차원이 다른 연극이었다. 행위예술이라고 해야 하나? 연극의 식견이 높지 않은 사람으로서 뭐라 말 할 수 없지만,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 고통이 찾아왔다. 보고있는 동안 힘들었다. 잘 모르긴 해도 연극배우의 헌신적인 연기를 보았다. 

부산의 유명한 카페, 우리끼리 유명한 카페일 수도 있는데, 입간판의 글귀가 너무 좋아서 이름이 기억나는 카페 헤세이티의 주인장 황경민씨의 노래공연도 있었다. 시인이자 가수라고 한다. 물론 노래는 자작곡들이고, 소성리 할매들을 위한 노래들이 있었다. 그리고 풍물공연, 마지막 풍물놀이는 의자를 다 걷어치우고 동그란 원을 그리고 실컷 뛰어다니면서 장단을 맞췄는데, 신이 나서 방방 날뛰는 풍물놀이 중에 눈물이 쏟아지는 까닭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연극을 보면서 쌓였던 오폐물이 와르르르 쏟아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한바탕 맘껏 장단에 맞춰 뛰어놀고나니 속은 후련했다. 

이렇게 풀어내는 구나.  


부산민예총의 예술인들이 찾아주셔서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른다. 지난 날 수많은 예술인들이 소성리를 찾아주었고, 각양각색의 연기를 펼쳐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소속단체라도 잘 알아두었어야 했었다. 나는 문화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모두 스쳐지나간 인연이 되었다. 고마운 마음을 기억해내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꼭 표현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화담선생님이 만들어주신  [평화]현수막을 공연팀에 선물로 드렸다. 한 장의 소중한 정성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받는 분들도 꼭 정성껏 간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화]현수막을 보면서 소성리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마운 사람들게 선물을 준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기쁘게 받아주어서 또 다행이다.       

토요일은 소성리에서 촛불문화제를 하고, 일요일은 김천에서 촛불문화제를 한다. 촛불을 드는 이유는 “사드빼”. 사드를 빼는 동안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그 남자, 그 여자, 그 사람들이 사드를 빼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모이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선보이고, 그리고 평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모아내고, 작은 마을 소성리로 시작된 평화담론이 세계의 평화로 흐를 수 있도록 우리는 빗물이 되고,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어 또 모이고 흩어지면서 거대한 바다를 만날 때까지 같이 흘러 내려 가는거다. 

우리의 삶이 충만한 이유다. 촛불은 꺼지지 않을거다.      

「열매의 글쓰기 2018년7월8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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