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설문은 오늘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학생들이 사회진출을 앞두고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해보자고 했다.
사람마음이 참 간사하다. 요것만 하자고 해놓고는 하다보면 자꾸 욕심이 난다.
학생들은 알바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 알바를 경험한 경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노동인권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학생들의 생각이 긍굼해졌다. 마음껏 욕심을 다 낼수는 없었다. 설문조사는 수업마치고 5분내외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 더 하고 싶다고 마구 넣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A4용지 한면안에 궁금했던 질문을 설계해야 했다.
대구청노넷의 구성원들은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다들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내서 청소년노동인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뭔가 해보자고 하면 자발적으로 일을 낸다. 그렇게 조사사업을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어느 정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듯 한데, 정작 설문조사를 다 마치고 분석은 어떻게 해야할지, 결과는 내는 건 또 어떻게 해야할지 여러모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다행히 별이가 수원에서 단기계약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대구청노넷에 애정이 넘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설문조사를 다 마치고 보니 데이터는 4개 학교에 712개였고 결과는 아주 흥미로울 뿐 아니라 유의미했다.
원하던 대로 나왔다고 하기엔 애초에 설문조사한다는 것 말고는 예상했던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결과 그 자체가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성화고에서 노동인권교육을 마치고 실시한 조사인데도 청소년들은 노동인권교육은 필요하다에 95%의 표를 던졌고, 재교육 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82%정도 밝혀주었다. 친구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소개할 의사가 있다는 학생도 86%나 되었다. 이건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절대적인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수업 중에 하나둘 자리 펴고 드러눕는다고 걱정했던 때와는 달리 학생들은 잠을 자고 있었던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바경험을 한 학생이 두명 중 한명이란 것을 보면 전날 알바를 하고 피로한 학생들이지만 교육은 자신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던 것은 아닐까하며 혼자서 추정도 해본다.
알바의 경험은 썩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만나서 면접조사를 해보았더라면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설문조사로 확인하는 것은 영혼을 느낄 수가 없어 많이 아쉽다. 어쨌든 상당히 의미있는 통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좋은 자료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 내에 안심알바신고센터가 대구지역에도 6개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고, 안심알바신고센터는 청소년노동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자 흉내내기 좋아하는 관료들의 빗좋은 개살구로 만들어놓은 작풍이라는 사실도 알게된다.
조사연구 보고서에는 설문조사 결과 뿐 아니라 대구지역의 알바신고센터 실태도 확인한 사실을 적시하여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대구지역에서는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한 첫 사례인지라 언론의 상당한 관심을 받게 된다.
대구교육청은 “깜짝이야” 하는 반응을 보이며 대구지역 특성화고에 노동인권교육은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 교육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전공 교사에게 노동인권교육 직무연수를 받게 하고 자체 교사양성을 하겠다는 뜻인데 대구청노넷의 강사단들에게 일거리가 없어지는 측면 있지만, 우리의 중요한 요구 중의 하나가 노동인권교육이 정규교과로 인정되어 의무화하라는 것인 만큼 학교교사가 직접 수업을 전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주장하는 바이다.
다만, 내용적인 검증이 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이것은 또 앞으로 우리의 과제가 되어 운동해 나가야 할 몫이기도 하겠다.
아직은 말만 무성하고 실행되는 것이 없으니 좀 더 두고보고 잘 되길 바랄 뿐이다.
이번 조사사업은 전문연구자 하나 없이 설왕설래 열정만 가지고 접근한 측면 있지만 그래도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하나는 이런 조사사업을 통해서 객관적인 상태를 짚어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 전국적으로 청소년노동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곳이 많은 데 그것만 가지고도 충분하지만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지역에서 통계가 주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거 같다.
둘째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대구지역이 결코 열악함에 있어서 뒤처지지 않았다. 자랑거리가 아닌데도 대구는 참 그야말로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나 할까? 청소년노동인권운동이 대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의 헌신성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분명히 열심히 하면서, 자발적으로 시간과 마음을 내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깊어지면 활동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한 일은 정말 훌륭하고 대견하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스스로에게 격려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는 힘도 강해질 거다. 그 다음 한발 나아가는 힘이 생기게 될테니까 말이다.
욕심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여기서 좀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 말이다.
네 번째는 그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해에 더 나은 데이터를 만들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계획을 세웠다.
청소년노동자를 권리의 주체로 세워내자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한다.
청소년을 만나는 공간을 학교에서 거리로 보폭을 넓혀보기로 했다.
대구청노넷이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요구로 운동해 갈 것인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과제를 실천해가는 운동을 만들어갈 것인가는 조금씩 풀어가야하는 숙제이다.
노동인권교육은 인문계고까지 확대해서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대구청노넷이 처음 활동의 계기가 되었던 노동인권교육은 현재적 수준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규교과수업도 아닐뿐더러 특성화고 현장실습 나가기 전 2차시수업을 전교조 실업위원회가 교육부와 협의하여 겨우 일군성과다. 이것은 확대해야 할 이유가 있다.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들은 알바의 경험을 상당히 가지고 있고, 알바 중에 부당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설문조사 뿐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교육방식도 사이버교육이나 집체교육방식을 벗어나 교실수업형태가 필요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교육이니만큼 담당할 강사단을 양성하고 교안개발, 교수법 연구, 교재발간 등을 교육청이 책임주체로 나서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사업예산을 확보하고 배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청소년노동을 전담할 알바신고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특성화고에는 알바신고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가 들어난 것은 알바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담당자 없이 간판만 부착해놓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잘 반영한 셈인데, 실제로 알바신고센터의 수준은 그러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업무가 내실화있게 잘 될 수 있도록 전담인력을 배치하는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알바신고센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되고 접근성이 용이해질 수 있도록 교육청이 노력해야한다.
문제는 알바를 하는 학생은 특성화고뿐아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도 그렇고 탈학교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교내 뿐 아니라 지역거점에 청소년노동을 전담하는 알바신고센터를 만드는 것은 지역운동으로 의미있다. 그런데 민간의 힘으로 만든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지역의 지자체와 교육청과 노동청 등의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지역별로 청소년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로 접근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청소년들에게 알바란 생계비를 버는 활동이다. 그야말로 생활을 유지하고 영위하기 위한 인간노동을 실행하는 것인데, 청소년이란 이름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적은임금을 감수하고 더러운 일자리에서 꽤나 긴시간을 노동하는데도 보호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품성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노동을 권리로 이해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알바자리는 소수가 고용된 일자리 일 경우가 많은데 주로 편의점, PC방, 주유소, 식당, 등의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인원이 상당수 될 것이라 예상되고 간혹 공장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5인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청소년노동을 보호한다는 취지뿐 아니라 취약계층일수록 법적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근로기준법은 1인이상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되어야 한다.
특히나 아동,청소년 고용사업장에서 노동법위반에 대해선 특별히 처벌기준은 더 엄격해야한다는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지만 노동현장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위계와 서열의 밑바닥을 뜻할 뿐 인류를 위한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을 하기 위한 발을 들여놓았는데, 교육뿐 아니라 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나섰다.
앞으로 또 많은 사건과 이슈를 만나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겠지만, 매번 확인하는 지금 상태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 사회는 이것을 모른 채 하지 못하도록 청소년노동인권운동은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