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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16. 2018

날마다 좋은 날이다.

날마다 좋은 날     

가수가 ‘쾌지나 칭칭 나네’ 하면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노래 장단에 맞춰서 어깨를 둥실둥실 춤을 추면서 흥겹게 어울려보자는 신호를 보낸거다. 함께 참여했던 가수들이 사람들의 사이사이로 들어와서 어깨장단을 추는데, 사람들은 머뭇거렸다. 가수들도 머뭇 거려서 흥이 돋우어지지 않았다. 

그 때 내 옆에 섰던 강해윤교무님이 “땀이나 철철 나네” 해서 빵 터졌다. 

김천역광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하루동안 데워진 아스팔트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의 열기로 푹푹 찌는 찜솥더위는 해가 저물어도 가시지 않았다. 거기에 더불어서 최용정교무님과 정연씨를 비롯한 짱짱한 가수들의 노래는 광장을 더 뜨겁게 달궈버렸나보다. 뜨거워도 좋은 여름날 밤의 “땀이나 철철 나네” 야외콘서트였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먹는 연구한다고 바쁘다. 다음에는 뭐 해먹을라고 연구하노?” 

차안은 와작지끌 시끌벅적하다. 운전하는 내 옆자리에는 정복샘이 앉았고, 뒷자리에는 정원을 초과해서 상돌, 금연, 경임,옥남 엄니들은 엉덩이를 앞으로, 뒤로, 지그재그 꽉 채워 앉았다. 

연극과교육연구소 ‘도도’가 제작한 연극 ‘스마트옥’을 보러 가는 길이다. 

소성리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사드뽑고 평화심자’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소성리를 응원하기 위해서 찾아준 예술가들이다. 참외할매로 알려진 이현순님이 며칠 전 가족한마당 ‘둘레’를 소성리에서 공연하여 큰 인기를 누렸다. 

어린여자아이 둘레는 할매들의 어린시절의 모습이다. 오로지 장자만을 귀히 여겨 집안의 여자들을 종 부리듯이 부리는 할배의 거만과 권위스러움에 소성리 영감님들은 어렸을 적 누렸을 영광 뒤에 서렸을 눈물과 애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연극에 몰입도가 가장 높았던 이종희위원장님은 마치 어린 날로 돌아가 누이동생을 만난 듯이, 집안 할아버지를 만난 듯이 추임새를 넣어가면서 재미를 더해주었다. 

연극의 재미에 푹 빠진 소성리엄니들과 함께 ‘스마트옥’을 보러 대구로 가는 길이었다. 

도시나들이 나가는 할매들은 한껏 모양을 냈다. 금연엄니가 하얀 모시저고리에 옥색치마를 입었고 분홍 손뜨개가방을 한손에 들었다. 도시여자가 되었네. 

연극을 보러 가는 길에도 날이 더워 고생하는 소성리엄니들 몸보신을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지를 연구했다. 마을회관에 솥을 걸어 방목해서 키운 닭을 몇 마리 폭 삶으면 소성리엄니들 뿐 아니라 평화지킴이들도 몸보신 시켜줄 수 있겠다. 돈은 아끼고 손발은 고생스런 단점이 있다. 대신 수많은 사람들 배불리 먹일려면 식당으로 가서는 돈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가 좀 더 고생하자는 수다를 떨었다. 

무더운 날씨에 잠시라도 야외활동을 하면 등줄기에 땀이 솟구치는데 실현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소성리식구들 몸보신거리를 연구해야했다. 

맨날 모이기만 하면 먹는 연구한다는 상돌엄니 말에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대명동 계대 근처에 위치한 함세상 소극장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족한마당‘둘레’에서 만났던 연극배우들이 모두 출연해서 낯설지 않았다. 신라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의 이야기와 또 하나의 설화를 빛그림, 인형과 탈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였지만 가장 으뜸은 배우들의 익살과 구수한 연기다. 

특히나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라의 근심걱정거리 들을 읊을 때 ‘사드’가 대사 중에 나오니 또 얼마나 반갑던지.

주최 측에서 초대권을 준비해놓았다. 예약석으로 자리까지 마련해두었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대접에 황홀할 지경이었다. 배고픈 연극예술인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얻어먹기만 한다. 

김천촛불을 향하는 길에 또 뭘 먹을까 연구했다.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푹푹 찌는 찜솥더위에 시원한 냉면한 그릇 먹자면서 김천으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 금연엄니가 “탕수육도 하나 시켜놓고” 하니까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옥남엄니가 김천에서 유명한 강성면옥보다 교동이 낫더라는 추천을 받아서 교동으로 향했다. 

냉면집도 사람들로 붐벼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용케도 자리를 마련했다. 소주를 한병 시켜놓고 한잔씩 따랐다. 경임엄니랑 상돌엄니, 옥남엄니랑 한잔씩 나눠서 기분좋게 홀짝 마시면서 안주로 먹는 냉면이 기가 막힌단다. 

옥남엄니의 서울사는 며느리가 전화가 왔었다. 어디냐고 묻는 며느리에게 “우리 연극보러가”했더니 시골살면서도 문화혜택 다 누리고 산다고 하더란다. 그 말에 “우리 할매들이 사드덕분에 이렇게 문화혜택도 다 누리면서 사는 거 쟈들은 모르제?” 하면서 웃어제낀다. 

사드반대한다고 매일같이 성주사드기지 앞에서 피켓팅하고 서울로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한 번씩 바깥 나들이 다니는 것도 즐겁고 좋다면서 다음에 또 가자고 약속하는 소성리엄니들 틈 사이에서 우리도 나들이를 즐긴다. 

옥남엄니가 냉면값을 투척해주었다. 모두가 웃고 즐기는 가운데 배도 부르고 김천촛불로 향한다. 오늘의 김천촛불에서 최용정교무님이 준비해주신 노래콘서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드가면 소성리에 누가 오기나 하겠나? 상돌할매 죽었다 카더라 하는 소식이나 전해질란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계추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사드빼계]하고, 사드가 나가면 나가는 대로 [평화심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서 그 때 그 날에 그런 일들을 회상하면서 재미나게 이야기 하면 좋을기라고. 

맛나는 것도 해먹고 말이다. 아.. 엄니들이 그런다. 고생스럽지만 솥걸어놓고 땀삘삘 흘려대면서 먹는것도 먼 훗날에는 다 추억이 될끼다.     

날마다 좋은 날이다. 연극공연이 좋았고, 함께 보아서 좋았다. 음식을 나눠 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날마다 좋은 날이다. 웃음이 절로 나는 날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열매의 글쓰기 2018년7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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