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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16. 2018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시야(施野)로 살기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시야(施野)로 살아가기.     

시야(施野). 

내게 이름이 하나 생겼다. 필명으로 쓸 이름이다. 

시중선생님이 지어주셨다. 

施 베풀시, 野 들야, 

“사람들 사이에 널리 나눔과 베풀어 더불어 살아가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시중선생님이 나와 닮은 모습이라 여겼다고 한다.      

화담선생님은 홀로 현수막 손글씨작업을 하였다. 작업을 할 때 아무 잔재주 없는 나이지만 심부름이라도 하겠다고 불러달라고 말씀드렸지만, 화담선생님은 조용히 일을 정리하였다. 내가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더 컸을거다. 

화담이란 이름이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릴까 싶어서 그 뜻을 여쭤보니 “그림과 서예로 세상과 소통하라”는 의미로 시중선생님이 지어준 호였다. 그 이름이 부럽고, 그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는 염치도 없이 선생님께 이름을 지어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화담선생님은 흔쾌히 시중선생님께 나의 이름을 여쭙겠다고 약속을 했다. 

내가 작가로서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글을 쓰는 이름을 받으면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글을 발표할 때마다 함께 쓰여질 필명을 얻고자 했다. 

화담선생님은 내게 호[號]를 지어주시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 며칠 후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시중선생님이 친히 나의 호를 지어 보낸거다. 

○ 여해(如海) 

○ 시야(施野)

○ 이산(移山-우공이산)

○ 문향(文香-문자향 서권기)

○ 우행(牛行-호시우행)    

매우 큰 이름이었다. 내 인물됨됨이 변변치 못해서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할 진대, 그 이름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문향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호를 짓는 것이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지향할 바라고 하나, 너무 크고 깊은 뜻을 지니고도 문턱에도 가지 못하는 나로선 부끄러운 이름이 될까 선뜻 받아들지 못했다.  내가 느껴야 할 자괴감이 감당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갖고 싶은 이름이나, 가지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름인게다. 

내 인물값보다 더 높은 가치는 내가 져야 할 부담이 커서 다가가기에 문턱이 높다. 

내 얄팍한 속좁은 마음에 부르기도 이쁜 이름이면 좋겠다. 가볍고 편하게 불려지는 이름이길 바랐다. 권위적이지 않고 평범하지만 좋은 뜻이 담겨있기를 바랬다. 

화담선생님은 이산(移山-우공이산)을 권했고, 시중선생님은 여해(如海)가 마음에 든다고 권했다. 둘 다 내가 품기에 큰 이름이었다.  

시야(施野)가 막연하게 부르기 가볍고 이쁜 이름이었다. 마음이 쏠렸다. 막연한 느낌이나 뜻은 잘 알지 못했다. 현수막을 받으러 화담선생님댁에 들렀을 때 시중선생님을 뵙고 시야의 뜻을 전해들었다.  

“사람들 사이에 나눔과 베풀어 더불어 살아가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란 풀이를 해 주셨다. 

나는 지금껏 최고의 열매가 되고 싶었다. 최고의 열매가 되기 위해서는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는 나를 잘 가꿔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최고의 열매는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이 되고, 몸 밖으로 배출되어 거름이 되어 세상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할거다. 최고의 열매는 스스로 되지 못한다.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좋은 볕과 바람과 촉촉한 수분을 공급받으면서 자라난다. 

누군가가 나를 최고의 열매로 만들어 줄거란 부질없는 기대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되겠다.  

나는 이제 시야로 살아 갈거다.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를 글로 써내는 시야로 말이다. 그리고 좋은 글을 써서 최고의 열매를 맺을 거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글.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이들의 이야기,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글, 콩 한 쪽도 나눠먹는 것이 평화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글, 전쟁을 반대하고 인류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래하는 글. 

나는 정직한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시야로 살아갈거다. 

나의 글은 최고의 열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열매의 글쓰기 2018년7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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