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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Nov 14. 2018

나를 위해 싸워준 고 조현철 기억할게

나를 위해 싸워 준 고 조현철 기억할게     

나를 위해 싸워준 고 조현철님 조문을 하고 소성리로 돌아왔다. 장례식장을 가지 않은 분들이 고구마를 구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느다랗고 길쭉한 고구마가 앞뒤로 잘 구워 져서 한 이 앞에 하나씩 돌아갔다. 장례식장에서는 음식에 손도 안되는 어른들이 군고구마는 껍질을 벗겨서 잡순다. 

조은학샘이 할매들 군것질 하라고 호박고구마 한박스 사보낸거다. 고구마 먹는모습 사진 찍어서 고맙다고 올려야지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내일 추모제 일정이 있지만 할매들 마음은 한시라도 빨리 현철이에게 가보고 싶었을거다. 시골 장례문화로 치면 나이어린 사람 상 치루는 데는 굳이 연세많은 할매들까지는 들여다 볼 것도 아니지만, 사드때문에 소성리와서 먹고자던 손주같은 이가 황망하게 길을 떠나버렸으니 할매들이 마음이 씌여서 안 가볼 수도 없을테고, 젊은 사람들 모여있는데 할매들이 자리차지 하고 앉았는것도 보기 흉할까봐 조심스럽다. 얼릉 들여다 보고 오자면서 길을 나섰는데, 가는 길에 현철이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저마다 있어서 풀어놓으면 한보따리다. 

불쌍하고 안타깝고 마음이 징하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현철이 아버님이 할매들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고, 현철이 어머니가 통곡을 하시면서 

"우리 현철이 소성리에서 할매들한테 귀여움 받으면서 살았군요. 고맙습니다. 우리 현철이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는 말에 할매들이 눈물을 흘렸다.     

현철이 덩치는 산만해도 나작한 서울말씨에 둥글둥글하고 유순한 성격에 할매들한테 깍듯하고 이쁜 짓 많이 해서 귀여움 받고 살았지. 저 멀리서 부녀회장님 걸어오는 모습 보이면 자세 반듯하게 하고는 '부녀회장님 오셨어요?' 인사를 하는게 예의를 제대로 배웠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마을에 궂은 일도 많이 해왔던 현철이를 할매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소성리로 돌아오는 길에 할매들은 이구동성으로 빨리 가보길 잘했다며,. 부모님이 소성리 할매들이 문상오니까 저리 좋아하신다고들 뿌듯해 한다.     

현철이 폐렴으로 제일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할매들은 마음이 불안불안하더란다. 나는 깜깜한 밤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되돌려서 현철이가 병원에서 맛있는거 먹을수 있도록 용돈을 전해달라고 부탁 했었다. 왜 그랬을까? 생전 남에게 돈같은 거 주는 법이 없었던 내가 현철이 배고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싶은 것도 많을테고, 병원 밥이 맛없을거 같아서 용돈을 주고 싶었다. 그 돈이 현철이 저승가는 노자돈이 되었으려나.     

어느분이 현철이 애도하는 글에 '나를 위해 싸워준 사람' 이란 글을 보았다. 현철이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었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외면하지 않았고, 소성리에 머물면서 사드를 뽑는 평화지킴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삶이었는지 그때는 몰랐을거다.나도 오늘 현철이를 보내고서야 깨달았다.     

나를 위해 싸워준 조현철을 영원히 기억할거다. 

누구나 순서를 정해놓지 않고 떠난다. 현철이가 먼저 떠났고, 다음엔 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떠나보낼 때는 너무 거창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살아서 못해준 아쉬운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조용히 그를 생각하자. 

마음은 경건하게 그를 잘 떠나보내주자.    

「열매의 글쓰기 2018년 11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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