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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Nov 17. 2018

뉘 냥이신지?

뉘 냥이신지?    

하루는 집을 나서는데, 뚱뚱한 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오더니 담벼락을 점프하는거다. 왠만한 고양이는 뛰어오를 수 있는 담 높이 였는데, 그 녀석은 뛰어오르다가 그만 털썩 떨어지고 만거다. 바닥에 떨어진 저도 얼마나 민망했을까?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얼릉 자리를 피한다. 

그 모습이 웃겨서 몇날 며칠 동안 그 냥이 녀석 때문에 웃음이 났다.  

딸예미에게 그 모습을 이야기 해주면서 고양이가 살만 피둥피둥 쪄가지고 남들 다 올라가는 담벼락도 못 올라가면 어쩌냐고 타박을 했더니 딸예미가 무척 진지하게 왜 뚱뚱해진 걸 고양이 탓하냐고 내게 따지는 거다. 

사람들이 밥을 제대로 줬으면 고양이가 길거리에서 아무거나 주워 먹지 않았을텐데,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을 먹다보니까 나트륨섭취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했던 거 같다. 

나는 오히려 고양이가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고 다니니까 본연의 식량인 쥐를 잡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거 같다. 아니, 고양이가 쥐잡아먹는 거 아니야? 사냥해서 지 밥벌이를 할 생각을 안 하고 왜 쓰레기를 뒤지고 다녀? 뭐 그런 투로 이야기 했었다. 

사실 내 불만이었다. 우리집 주변은 고양이가 엄청 많다. 쥐는 고양이가 잡기보단 목줄하고 있는 유키가 잡는 걸 봤다. 고양이는 주로 음식쓰레기 먹고 있는 모습을 봤다.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우리동네는 시골이라는 이유로 음식쓰레기통이 없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려면 읍내까지 싸들고 나가야 한다. 농사짓는 집은 퇴비장을 두고 있으니까 처리가 되지만, 우리 집처럼 농사도 안 짓고, 퇴비장이 어딘지도 모르는 외지인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마을길가로 나가보면 할매들이 음식쓰레기를 냇가에 버리고 돌아오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우리 집도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다가 음식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고, 그래도 나오는 건 뒤뜰의 한 켠에 음식쓰레기를 모아서 햇볕건조를 시키고 있다. 그 자리에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먹고 있는 거다. 도저히 그 꼴을 볼 수가 없어서 자리를 옮겼다. 유키가 있는 앞마당의 나무자리로. 그곳은 감히 다가오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고양이 보기를 원수 대하듯 하는 유키가 가만히 있지 않을테지만, 고양이도 담벼락위에서 유키를 내려다보기는 하겠지만 가까이 접근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일테니까.     

딸예미는 내게 고양이 밥을 사서 매일 조금씩 그릇에 담아주면 음식쓰레기는 먹지 않을 거라고 충고했다. 나더러 캣맘이 되어 달라는 거다. 

아들하나, 딸 하나 있는 것도 못 키워서 헉헉 거리는데, 고양이까지 키우고 싶지는 않다. 

고양이가 미워서 죽겠다고 설치는 유키는 우짜고? 

유키가 어릴 적에 동네 고양이에게 워낙 쥐어 터져서, 어른이 된 유키가 집을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고양이 사냥인 듯 하다. 

한참동안 그냥 저냥 지내다가 얼마 전에 슈퍼에 들러서 고양이 사료를 하나 구입했다. 

캣맘은 안 하지만, 딸예미의 바람은 하나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정말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음식쓰레기는 안 먹을까?

고양이 사료 작은걸 한 포대 샀다. 

집 뒤뜰 한 켠에 작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두었다. 요즈음 고양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에 잘 띄지 않더라. 조금만 그릇에 담아 주었다. 

다음날 나가보니 그릇이 싹 비워져있다. 어느 냥이 왔다 갔나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유키 물 갈아주고, 밥 주고, 고양이까지 밥이랑 물 갈아줘야 할 판이니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고양이밥은 처음이라서 깜빡 잊어버릴 때도 있어서 들쭉날쭉 한다. 그래도 한편으론 접시에 밥이 없어지는 걸 보니 뉘 냥이가 와서 먹고 가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밥주는 걸 잊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고양이 우는 소리며, 담벼락위에서 낮잠자는 모습이며, 음식쓰레기 주워먹거나, 길가다가 마주치거나 여러모로 냥이들 만날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찍소리도 안 들리고 마주치지도 않아서 정말 고양이가 먹는거 맞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또 한편으론 아주 괘씸한 생각도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것이 밥을 얻어먹었으면 잘 먹었다고 인사라도 하러 와야 되는데, 밥만 먹고 토껴? 

뭐 그런 생각도 들어서 

오늘은 그릇에 밥을 담아두고 몇 번을 뒤뜰로 나가서 확인을 해보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던데, 어느 냥이 먹는지 궁금한 마음에 뒤뜰에 나가서 살펴보니 한 냥이 와서 밥을 먹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냥이가 경계하며 움츠려들지만, 내가 가까이 가지 않으니 계속 밥을 먹는 거다. 내가 사진을 찍어대니 도망갈 자세를 취하면서 옆으로 걸어 나가는 걸, 내가 급하게 밥먹어 괜찮아 계속 먹어 하고 몇 마디 했더니 나를 마주보고 눈 동그랗게 뜨고는 냐옹냐옹 먹어도 돼요? 하고 묻듯이 냐옹거린다. 

나도 뭐 고양이 말은 할 줄 모르니까 먹어도 돼 하고 대답해주었다. 제자리로 돌아가서 밥을 계속 먹는다. 

말귀를 알아들었나?

딸예미에게 사진을 찍어보내주니까 앞집고양이라네. 

헐... 집 없는 고양이도 아니고, 앞집에 살면서 남의 집에 밥먹으러왔냐?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라고 한다. 나더러 한번 만져보라고 하는데, 

아우...싫어

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모든 개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애정을 품은 개만 좋아하고 만진다. 지금은 내가 키우는 애물단지 유키랑 진밭의 평화만 쓰다듬을 수 있다. 

고양이를 만지는 건 유키에 대한 배신이다. 우리 유키가 고양이를 만진 엄마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자나. 

어린 시절에 고양이한테 얼마나 설움 받으면서 공포의 밤을 지새웠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유키한테 미안해지네.. 

그런데 우리 집에 와서 밥 먹는 냥이의 털이 예술이네.     

「열매의 글쓰기 2018년11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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