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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Nov 22. 2018

기억퍼즐 맞춰서 롱패딩을 찾다.

여럿이 모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카디만, 
작년 겨울에 단체구입했던 NOTHAAD 롱패딩파카를 입어야 할 계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세탁소를 향했다. 겨울 외투를 찾아 오려고 하는데, 내 이름으로 된 옷이 하나도 없단다. 헐... 며칠전에 다 찾아갔다는거다. 이거 뭥미?  집에 와서 옷장을 뒤져보니 몇가지 겨울옷들이 가지런히 매달려있는데, 내가 찾는 개털패딩과 NOTHAAD롱패딩이 없는거다. 세탁소에 전화를 걸어서 가장 중요한 두 종류의 겨울옷이 없다고 말씀드렸고, 세탁소사장님은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분명 세탁소에 맡겼는데,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어렴풋이  내가 차 트렁크에서 롱패딩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주는 듯한 행동이 안개속에 가려져 희뿌옇게 보일듯말듯, 생각이 날듯 말듯, 아... 세탁소에 안 맡겼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얼핏 스쳐지나갔다. 


개털 패딩은 롱패딩 단체구입할 때 현철씨에게 맡는 사이즈가 없어서 강교무님이 미국에서 ...직구한 옷인데, 그것마저 현철씨에게 몸통이 맞지 않아서 내가 산거다. 겉가죽은 무슨 가죽인지 몰라도 부드럽고, 속은 털로 되어 있는데 아주 부드럽고 포근해서 겨울내내 벗지 않고 다녔던 옷이었다. 안감 털의 촉감이 평화의 그것과 몹시 흡사해서 혹시나 개털이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었는데, 속사정이야 알 수가 없으니, 아무튼 그 옷은 정말 따뜻해서 내가 아끼는 귀중품이다. 
월동준비를 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내가 아끼는 겨울옷이 두벌이나 미궁속에 빠져있으니. 



오늘 밤 민들레합창단 노래연습 마치고 난로가에 둘러앉았다가 혹시나 누군가가 목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라서 내 롱패딩을 본적이 있었는지, 내가 롱패딩을 누군가에 벗어준 걸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상패감독님도 얼핏 본 거 같다는 추임새를 넣고 , 주인장도 살짝 그런 기운을 느낀 듯이 하길래, 안개속에 희뿌옇던 내가 롱패딩을 들고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장면이 점점더 선명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내 옆에 앉은 재영아저씨가 비가 오는 날 정동석씨가 비맞고 오돌오돌 떨고 있을 때, 그 때 내가 차에서 롱패딩을 꺼집어 내서 오는 걸 본거 같다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준거다. 그러고보니 주인장의 집에 롱패딩 하나가 늘 걸려있는데, 정동석씨가 곧 가지러 온다고 했다는거다.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치듯이 그날의 일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한 겨울은 아니었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두번째 들어오는 날있던 듯, 비가 오는데, 정동석님이 반팔에 비옷도 얇은 걸 입고, 아마도 밤새워야 했던 날 진밭교에서 덜덜 떨고 있어 저 아래에 있는 내 차에서 롱패딩을 꺼내서 얼릉 전해줬었던 거 같다. 그때 내게는 개털패딩이 있으니까 정동석님 입으라고 줬었던거 까지 기억이 아까보다는 훨씬 선명하게 나는거다. 
드뎌 여명이 밝아오듯이 기억이 복원되고 나서 정동석님께 마지막 확인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내 롱패딩이 주인장 집에 잘 모셔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하하. 엄하게 세탁소 사장님 잡을뻔
 아직 개털패딩의 종적은 찾지 못한 관계로 당장 월동준비는 동석님께 드린 롱패딩을 되돌려받아서 입는 것으로 하고, 이제부터는 내 사랑 개털패딩을 찾아나서야겠다.  


조각난 기억들을 모아서 퍼즐을 맞춰서 패딩을 찾았다.  이거 무척 재밌는 놀이인 듯 , 파편화 된 기억을 모아보는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옷 찾는 거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열매의 글쓰기 2018년11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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