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야 Nov 23. 2018

원불교 익산성지를 찾은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원불교 익산성지를 찾은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여름의 끝무렵에 군산의 미군기지를 둘러보고 나서 바로 옆동네인 익산을 들렀다. 원불교 익산 성지를 찾았다.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는 익산성지를 둘러 본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익산성지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어디에도 사드의 사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드의 사자는 그렇다고 치고, 성지수호의 성자도, 정산종사가 태어난 소성리의 소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불교의 제2대 교주이신 정산종사와 그의 아우 주산종사가 태어난 성지가 있는 소성리에 전쟁무기 사드가 들어와 성인이 진리를 깨닫기 위해 걸었던 구도길이 꽉 막혔다. 성인의 길을 따라 걷던 원불교의 교무님들이 꽉 막힌 구도길에 주저앉게 된 진밭교의 치열함을 익산성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딴 세상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었다.  

실망보단 약간 혼란스러웠다.

정산종사께서 진리를 찾기 위해서 걸었던 성지 구도길이 전쟁무기 사드에 가로 막혀 길을 열라며 연좌를 시작한 진밭의 철야기도는 2017311일 박근혜가 탄핵되었던 날로부터 시작하였다. 비닐 한 장 없이 새벽 찬서리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했던 원불교 교무님들이 가부좌를 틀고 철야기도를 하면서 진밭에는 평화교당이 세워지게 되었다. 전국에서 지역별로 교무님들이 진밭을 찾아왔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발음과 억양의 염불을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수만 남는 것이 이치인지는 모를 일이다.

익산성지와 성주성지 구도길인 진밭의 두 얼굴의 내게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소성리 진밭 평화교당을 지키는 교무님들의 고군분투 하는 시간은 고되고 힘겨웠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원불교에 대한 원망 보다는 성주사드기지로 오르는 진밭을 지키는 사람들이 부처님이라 믿게 되었고, 진밭을 지켜낸 교무님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애잔해졌다. 우리에게 우리밖에 없구나. 우리를 우리가 아끼고 소중히 보아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리 보아줄까? 이루 말할 수 없이 우리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원불교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셈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바람직한 방향을 찾기 위해서 원불교의 성지수호활동과 평화운동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졌을거다. 사드반대 운동은 세상의 모든 핵과 전쟁을 반대하는 큰 운동을 마주하기 위해서 뻗어나가야 하겠지.  

사고는 전 지구적으로, 활동은 지역에서 실천하라는 어느 목사님 말씀처럼 소성리의 사드로 만난 원불교와 인연은 소성리에서 사드를 뽑기 위해서 힘을 모았지만, 사드는 쉽게 뽑히지 않을지라도, 체르노빌과 같은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핵운동으로 뻗어나갈거고,  전쟁을 반대해야 할 이유는 더 분명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은 더 단호해지겠지.

     

우리가 서로를 지지하는 힘이 되어줘야 할 때이다

.


열매의 글쓰기 20181122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퍼즐 맞춰서 롱패딩을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