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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Dec 28. 2018

개털파카

개털파카를 찾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옷장 속에 있었다. 롱코트나 드레스(드레스라기 보단 한복)를 넣어두는 옷장인데 왜 짧은 옷이 들어가 있었을까? 찾아야지 생각만 하다가 오늘은 수색작전을 펼쳤다. 올 겨울 추위야 물럿거라. 

개털파카 보니까 현철이한테 미안하네... 

현철아 너 덕분에 겨울은 따뜻하게 보낸다. 옷 한 벌 사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 충격적인 소식이 여러 가지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 

우리집을 지나가던 이웃의 아낙께서 유키의 젖꼭지를 보란다. 아마 임신했을거 같단다. 

어째 이런 일이 철통같은 경비를 선 적은 없지만 허접해도 담이 있는데 어느 놈이 담을 넘어들어왔단 말인가? 

이웃집 아낙이 지나가는 길에 어느 다리 짧은 놈이 들어와서는 우리 유키를 겁탈했다는거다. 다른 아낙의 증언에 의하면 유키보다 다리는 짧지만 털은 노랗고 갈빛이라서 귀엽게 생겼더란다. 헐.. 털색깔도 누렇고 갈빛이라고라. 세상에 오마이갓~~~~~ 미쳐미쳐 내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유독 빈 밥그릇을 핥으면서 밥만 주면 홀딱 다 주워먹고, 눈이 빠지도록 밥을 달라고 쳐다보는 것이 날이 추워서 입맛이 도나 싶었더니 임신이었던거야? 아우.. 나보고 어쩌라고

옆에서 지켜보던 딸예미 하는 말이 당하면 무조건 여자손해라고 한다. 여자만 피해본다나. 

정말 그 자식은 가면 그만이지만 앞으로 유키인생은 어쩌란 거냐. 우리는 임신한 개의 뒷바라지를 해야하고, 출산하고 산후뒷바라지까지. 당장은 유키가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도록, 몸을 풀 수 있도록 집을 지어줘야 할 판이다.  어떤 자식인지 걸리기만 해봐라. 

유키가 겁탈을 당했다니, 내가 점찍어 둔 사윗감은 어짤!!    

더 충격적인 건

난 한 번도 경비과장놈을 때린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자식에게 내가 어느 젊은 경찰놈에게 팔꿈치로 가격을 당했다고 알려줄려고 했던거지만, 가슴팍을 치지는 않았다고, 살짝 스친정도 그 자식 가슴에 맞지도 않았을거라고 했는데 

오늘 지인의 말에 의하면 내가 경비과장을 개 끌 듯이 끌고 와서는, 쥔장의 말에 의하면 가슴을 퍽 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게 쳤다는 거다. 거기에 경비과장이 실제로 맞고는 무척 놀라고 당황했었던 거 같다고 한다. 내 위력이 그 정도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쥔장이 말이 웃긴다. 

우왕 내가 제대로 때렸단 말이지? 여태껏 때리지도 못하고 고소당했다고 억울해했었는데, 오늘 내가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쳤다는 것도, 경비과장이 깜짝 놀랐다는 말도, 완전 통쾌하고 신난다. 제대로 한방 먹인거라면 억울할 일이 아니었던 거다. 

암튼 검찰기소가 되었나 안되었나 몰라도

지들이 범인을 잡으려고 성의를 보였으면 그런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리가 없자나. 

경찰병력 속에서 나 홀로 둘러싸여서 내 가슴을 팔꿈치로 가격한 경찰놈이 1차 가해, 경찰병력이 빠질 때 내 양손을 번쩍 들어서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놈이 2차 가해한 사건이다. 

경찰들 속에 범인이 있으니 현장지휘를 하는 경비과장에게 폭행사실을 알렸지만, 그는 내 앞에 서있을 뿐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시선은 딴 곳에 두고 다른 경찰들과 이야기하면서 내 항의를 무시했다. 사실 맞아도 싼거다. 아니 더 맞아야 했다. 현장 지휘만 제대로 했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테니까.     

「열매의 글쓰기 2018년1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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