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언제 또 이런 순회투쟁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번에 따라다니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투쟁하는 곳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번은 가봐야지 하지만, 현실은 안 따라줄 때가 많고, 소속된 노조가 없고, 조직이 없는 나로선 또 이런 기회를 가지기도 쉽지 않으니 순회투쟁에 참가를 허락해준 주최 측에 감사하다.
투쟁사업장 순회투쟁을 함께 한 동지들은 보석 같이 빛나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세상이 사람보석을 알아보지 못할 뿐이지.
순회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를 만났다. 사업장을 겉에서 보기만 했지만, 노동자들의 바쁜 출퇴근 걸음 사이로 선전전을 할 때, 선전지를 받아들고 신호등 앞에 서서 읽고 있는 그들도 곧 우리의 투쟁에 합류할 동지가 될 거 같아서, 글읽는 노동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현장 간담회를 할 때마다 들려오는 현장통제와 구조조정, 대응하지 못하는 노조의 상황들, 자본의공세가 현장 구석구석을 휩쓸고 다니면서 노동자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가장 가깝게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책으로만 만났던 현장통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내가 왜 기록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상복을 입고 매일 같이 출투를 한다는 대우조선 청원경찰노동자들을 가까이서 뵙지 못하고 떠나온 것이 못내 아쉬워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거처럼 마음이 무겁다. 청원경찰이 노동자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 노동자로 노조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언제 어느때든 비정규직화되어간다는 것을.
정규직 일자리란 것은 없다.
민주당사로 들어갔을 때, 당직자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하는 경멸과 비웃음 가득한 시선은 슬리퍼로 표현되었고, 우리들의 항의에 마지못해 사과한다고 했지만, 반성없고, 영혼없는 사과를 우리는 거부했다.
민주당 당직자 자신도 한때 민주노총이었는 말을 서스럼없이 해댈때, 나는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나서 그를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나는 이내 부끄러웠다. 그는 뭘 배신한걸까?
민주노조를 대표했던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자리에서 내려오자 마자 송영길의원의 보좌관으로 쪼르르르 들어가 떡고물이나 받아먹으면서 살고 있다. 민주노총이 한번도 그걸 배신이라 규정지은 적 없으니 야합 아닌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테지. 그러니 저들은 저렇게 떳떳하게 민주노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민주노총대구본부장 출신 권00씨가 얼마전 민주당으로 옮겨갔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부쳐서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집권여당 민주당에 그런 조무래기들 말이 먹힐 리도 없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행보에 노동자를 끼어맞춰 넣는 정치꾼의 뱀혓바닥에 불과한 말뿐이다. 민주노총의 고위 간부출신들이 딴에는 진보인 척 해대면서 민주당으로 들어가서 세상은 변했다. 노동자의 숨통을 조으고 있다. 최저임금도 다 뜯겨나가고, 근무시간도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되었지만, 노조할 권리는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한다.
그런 민주당의 일개 의원에게 입장을 묻는 것도 넌센스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동지인가 적인가. 분명히 하자. 그럴 때 투쟁전선도 명확해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열매의 글쓰기 2019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