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낮은 지붕과 아담한 마당이 있는 곳이었다. 마당에는 배부른 고양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리였다. 요리는 배깔고 누우면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 출입구에서 배깔고 편안히 자고 있는 요리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들락날락 거려야 했다. 집안에 책이 가득 꽂혀있고, 화려한 조명이 있었으며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져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책방 '국자와 주걱'이었다.
책방 '국자와 주걱'은 류미례 감독이 올려둔 동영상을 보고 알았다. 조금 오래전 일이었다. 책방이 문을 열고 알리는 동영상에 요리가 나왔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런 곳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마음에만 품었지 가보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겨우 마음 먹고 북스테이 예약을 했었다. 그날은 내가 조영관 문학상을 받는 날이었고,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이 한화 본사 건물앞 cctv관제탑 꼭대기에 고공농성을 시작했던 날이었다. 차마 그를 그 높은 곳에 올려놓고 나만 안락한 잠자리를 찾아갈 수 없어 예약을 미뤘다. 그리고도 한참후에 또록에서 하루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은하고 희정하고 함께 찾아갔다. 김포공항에서 만나 강화까지 내 차로 갔다. 아무도 없는 작고 아담한 집을 통째로 이용했다. 다음날 쥔장이 우리의 아침을 준비해주러 왔다. 우리는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 아침식사를 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큰나무 카페에 가서 차와 빵을 먹었다. 엉겅퀴님을 만나 대접받았다. 둘러본 마을의 시골풍경이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워 이곳에서 한달 살아보고 싶어 책방쥔장에게 물어봤다. 강화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쥔장이 책방을 봐달라고 했다. 한달에 두 주는 제주에 일년서가 책방을 지키러 가야 한다고 한다. 책방 보는 이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막상 책방을 지키려니 엄두가 안 났다. 한참 고민 끝에 딱 두주만 지내보기로 했다.
나홀로 책방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을 해먹고 책방 청소를 하고 손님을 맞고 저녁이면 강화 들판을 걸었다. 8월 한여름 더운 날이었다. 책방안은 에어컨이 늘 돌아갔기 때문에 시원했다. 들판은 넓고 시원했다. 한참을 걸었다. 이렇게 넓은 논을 본 적이 얼마만인지, 전라도 방향으로 갈때면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지만 직접 걸어보진 못했었다. 강화에선 한없이 걸었다. 그리울거다. 요리도 책방도 큰나무카페도 들판도 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