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를 타고 범국민 평화행동에 가는 날, 도경임 할머니 손에는 검정 봉다리가 들려있었다. 소희가 차를 태워준다고 하니 할매는 오랫만에 소희한테 먹을 거리를 챙겨주고 싶었던게 아니라 소희 가족이 도 씨 성을 가져 일가라고 챙겨주고 싶었단다. 그 검정 봉다리만 보면 소성리에서 야간시위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내려올 시간쯤에 맞춰 검정 봉다리를 들고 길가에 서 있던 할매의 모습이 생각난다. 막장을 담았다고 한봉다리, 도토리묵을 담았다고 한봉다리 그렇게 차를 얻어타고 다녔다고 보답을 해주셨던 것 같다. 아니 차를 안얻어타도 소성리를 찾아주는 연대자들에겐 늘 인심을 베풀어주셨다.
집에 돌아와 검정 봉다리를 열어보니 부추가 한봉다리, 고추가 풋고추 한봉다리, 청양고추 한봉다리가 담겨있었다. 호박이파리도 한번 먹을만치라고 한봉다리 담아놓으셨고, 밤도 한봉다리 넣어주셨다. 밤을 보니 경임할매하고 상돌할매가 보행기 끌고 길거너편에 산으로 들어가 허리 꾸부리고 한참동안 숲을 헤매면서 밤을 주웠을 생각을 하니 코끝이 찡했다. 밤을 조금 삶아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퍼먹다 보니 삶은 밤을 나 혼자 다 먹어해치웠다. 오늘은 할매가 준 고추로 장물을 만들고 호박잎을 삶아 쌈을 싸먹었다. 부추로 전을 부쳤다. 알뜰살뜰 챙겨주신 먹거리 허투로 버리지 않으려고 알뜰살뜰 요리를 해서 식탁에 올려놓았다.
할매 덕분에 소성리에서 외롭지 않게 돌봄 받으며 나는 열매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은혜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
서울역에서 망고젤리를 한봉다리 사놓았다. 그런 주전부리 할 것만 보면 소성리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많이는 못하고 한 봉다리 사다 드려 마을회관에서 기체조 하고 나서 입가심으로 나눠드시라고 할 참이다. 뭘 많이 사면 할매들이 돈 아껴쓰라고 펄쩍 뛰실 거라 한봉다리 사서 하루 입맛이나 다시게 해드린다.
돈 벌면 맛있는 나물밥 사드려야지. 나물밥 배달해 마을회관에서 나눠먹으면 맛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