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스티나

by 시야


팔라스티나(팔레스타인 사람)


이브라힘 나스랄라


나는 침묵했다. 소용없었다.

말을 했다. 소용없었다.

욕하고 사과했다. 소용 없었다.

바쁘게 지냈고 바쁜 척 지냈고... 없었다.

앉고 걷고 뛰었다.

몸을 떨고 몸을 녹였다. 소용없었다.

목마름에 타다가 갈라졌다. 목을 축이다가 익사했다. 소용없었다.

태아처럼, 그 아버지처럼, 그 형제처럼, 그 어머니처럼 바스라졌다.

그런 나를 염포 대신 헌 커튼에 그려담았고

소용없었다.

서툰 발로 수없이 떼다 끝내 일어섰고

소용없었다.

오랜 기도 끝에 예언자처럼 성전이ㅡ 한 구절이 되었고

지옥에 닿을 때까지 노를 저었고

간청했고 애원했고... 없었다.

분노했고 진정했고 한 때 멀리 있던 것을 기억했고

늘 가까이 있던 것을 망각했다.

괴물과 어울렸고 괴물을 물리치려 싸웠다.

어린 나이에 죽었고 때로는 살아남았다.

어느 경우에나 두 눈을 목격한 것에 머리가 하얗게 셌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돌격했고 철수했고

바람이 불 때는 바람과 싸웠으며

내가 높이 일어 일렁일 때는 파도와 화해했다.

마필과 어울릴 때면 내 심장이 한 마리 말이었고

밤과 어울릴 때면 내 심장이 한 마리 말이었고

밤과 어울릴 때면 내 심장이 곧 밤이었고

소용없었다.

배를 채웠고 곯았고 게웠고, 소용 없었다.

내 그림자를 다독였고 나무랐고 이어 나를 나무랐다.

길에서 방황하는 여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 있는 남자와 그 미소.

정원에서 짧게 노래한 새와 싸웠고

소용 없었다.

집 안의 창문을 모두 닫았고 모두 열었다.

죽음이 자비로울 때에 대해 몇 글자 적었고

죽음이 헛될 때

죽음이 지옥 같을 때

죽음이 마침내 맞는... 유일한 길일 때

죽음이 부드럽고 밝을 때

죽음이무겁고 어두울 때에 대해 썼으나

소용없었다.

강과 바다에 대해, 내일과 태양에 대해 썼고

소용없었다.

탄압과 부정부패에 대해 썼고 무고함에 대해 썼다.

빵 한 부스러기 먹지 못하고 잤다.

꿈 없이 꿈을 꿨다.

내 손과 발, 거울에 비친 모습, 영혼이라 부르던 것의 빈자리를 그러지 않고 잠에서 꺴다.

죽었고 살았다. 내 손으로 내 몸을 불살랐다. 내 재로 나를 진화했다.

소용 없었다.

나를 이루는 건, 신의 섭리로, 이 모든 원소 - 불과 흙과 바람과 물.

그 다섯 번째는 무분별한 노래가 감지하지 못하는 고통, 그 여섯 번째는 이 광막한

고독, 그 일곱 번째는 -내가 살육된 뒤로는- 피.


- 중략-


팔레스타인 시선집을 주문했다.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안에서 꺼내 들었다. 안경을 벗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었다.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이 무작정 행해지는 살육의 현장이 되어버린 가자에서 무방비하게 당하고 있을 그들을, 열차에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그만 오열하고 말았을지도 몰랐다. 눈물을 꾹꾹 눌러 참았지만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이 학살을 기억해야지. 시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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