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의 별고을 촛불이야기
이글은 성주의 글쓰기 모임인 ‘다정(多情)’ 회원들이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소감을 쓴 것입니다. 11월 21일 현재 성주의 촛불은 132일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촛불의 광장에는 이제 난로가 등장했습니다. 난로 주위에는 할매들의 삼삼오오 모여, 시린 발들을 녹이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성주사람들 떡 먹고 힘내라 힘!
초희 (2016. 12. 20.)
따끈따끈한 떡을 돌리는데 떡이 너무 뜨거워서 손을 데일 뻔 했다. 떡의 온기가 이리도 오래 가는지 몰랐다.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매일같이 들었던 촛불 100번째 드는 날에 나는 처음으로 떡 돌리는 일을 거들었다. 촛불을 100번이나 밝히는 동안 주는 떡을 앉아서 받아먹기만 했던 내가 그 며칠 전에 촛불지킴이들과 함께 앉아서 때마침 나눠주는 떡을 받아들어 입에 물었다. 입을 벌려가며 웃고 있는데 ‘떡돌이’ 강토끼가 나를 보더니 대뜸 “떡 좀 그만 먹고 돌리도” 하며 핀잔을 주었다. 정말 부지런히 얻어먹었는데 한 번도 ‘떡돌이’를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촛불 100일되는 날을 맞아 초전투쟁위에서 떡과 물을 지원해주시겠다고 약속하더니 정말 트럭에 어마어마한 양의 떡과 물을 실고 오셨다. 박스를 열어보니 김이 솔솔 올라오고 있어 당장 돌리고 싶었다. 촛불진행팀에서 한 시간 지난 후에 돌려야 한다고 말린다. 떡이 식을까 걱정되었지만 금방 저녁식사 하고 왔을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면 감흥이 없을 건 뻔하다. 촛불진행팀의 사인이 떨어지자 나도 처음으로 ‘떡돌이’를 했다. 한 사람은 떡을 돌리고 한 사람은 음료를 돌렸다. 무거운 박스를 지고이고 촛불지킴이들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떡을 한 개 한 개 줄 때마다 진행팀 청년들은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거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한 마디씩의 인사를 나눈다. 나는 떡 상자가 무겁고 허리도 아파서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드배치 결사반대”의 촛불이 100번째 밝혀지는 동안 매일 같이 간식을 돌렸던 촛불진행팀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떡뿐 아니라 초코파이, 빵, 사과즙, 음료수 등 간식 후원은 또 얼마나 많이 들어왔나? 그 많은 물품을 촛불진행팀이 무거운 박스를 어깨에 지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할 때마다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인사를 해가면서 나눴던 것이다. 나는 비로소 ‘우리 촛불행팀 고생이 많았구나!’ 생각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촛불 집회가 시작되면서 사람들 틈바구니에 앉아서 사회자가 외치는 구호를 따라 젖 먹던 힘을 다해 외쳐댄다. 무대 위에서 발언하는 사람 한 마디에도 박수치고 환호했다. 공연을 하면 아낌없이 “한 번 더!”를 외쳤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2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 늘 배가 출출해질 때면 어김없이 전해지는 떡과 음료가 내 앞에 놓여진다. 수줍은 마음에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 주시지요”라고 할 때도 촛불진행팀은 “아이고 다 골고루 나눠 먹어야지요. 줄 때 받아 놓으시소”하며 억지로라도 건네준다. 못이기는 척 하면서 떡을 받아 들고 썩 좋아하지도 않는데도 괜히 포장을 뜯어서 한 입 먹어본다. 무대를 향해 바라보면서 떡을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어대다 보면 어느새 손뼉 치는 힘도 세지는 거 같다.
이사를 가면 이웃들에게 떡을 나눠준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떡을 해서 올렸다. 떡을 나눠먹는 의미는 액운을 막고 모여 있는 사람들끼리 덕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성주 촛불집회에서 떡을 나눠먹는 의미는 찐득찐득하게 단결해서 사드를 막아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나눠주는 이도 행복하고, 받는 이도 행복한 떡은 단결의 떡이다.
매일 촛불을 밝혔다. 촛불이 밝혀질 때 함께 했던 것이 떡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주에서 시작한 “한반도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배치 철회” 촛불은 대구로, 김천으로, 구미로, 그리고 서울로 번져나갔다. 전국에서 함께 촛불을 밝히는 날에 성주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힘내라 힘, 서울 사람 밥 마이 먹고 힘내라!” 그리고 또 외쳤다. “힘내라 힘, 서울 사람 떡 먹고 힘내라!”고 말이다. 성주로 찾아든 사드 배치는 아직 성주의 허공을 떠돌고 있다. 성주에서 쫓아내면 갈 곳을 잃을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서 성주 사람들이 촛불을 꺼뜨릴 수 없다.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촛불100번째의 날,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앞으로 또 버텨내야 할 과제는 남았다.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사드 배치 철회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백일 떡 1060개를 나눴다. 사드 배치가 발표나던 날 성난 성주군민들이 모여들어 성주군청에서 촛불을 켜들었을 때,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었다. 그사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드가 성주의 초전면 롯데 부지로 발표되자, 사드가 성주를 떠난 것도 아닌데 참 많은 사람들이 촛불의 자리를 떠나갔다. 매일같이 400명이 촛불을 들고 ‘사드가고 평화오라’를 외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100일을 살아남은 날에 함께했던 이들과 떡 1060개를 나눴다. 100일 잔치라고 모여든 사람들이 1060명이 넘었다. 떠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두 배는 많았다. 그렇게 따끈한 떡을 먹고 그들이 힘을 내서 다시 외친다. 우리의 구호를 “사드가고 평화오라!”